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확산, UCC 열풍까지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테크토닉(Tecktonik)’열풍. 테크노와 일렉트로닉이 만나 새롭게 탄생한 테크토닉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미, 남미로까지 강력한 전파를 타고 있다. 이제 가요계를 넘어 패션,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문화코드를 형성하고 있는 테크토닉은 젊은이들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프랑스 파리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테크토닉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는 약 3만 3,800개의 테크토닉 동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지난해 세계적인 음반사 EMI가 출시한 테크토닉 음악 편집앨범은 무려 40만 장이나 팔려나갔다.

폭발적인 인기 힘입어 브랜드(Tck)로까지 정착
▲ 테크노와 일렉트로닉이 만나 새롭게 탄생한 테크토닉은 지난 2000년 프랑스 파리의 한 클럽에서 처음 선보여진 이후,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미, 남미로까지 강력한 전파를 타고 있다.
테크토닉은 다른 춤에 비해 발동작은 다소 작지만 화려하고 리드미컬한 손동작이 키포인트다. 마치 디스코처럼 팔을 여기저기로 찌르는 동작, 머리를 감싸는 동작, 팔을 휘감고 교차시키는 동작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테크토닉은 그 자체가 본래 그루브(groove)한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손과 발을 포함한 모든 신체를 리듬에 맞춰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이와 같은 테크토닉은 지난해 9월 세계적인 대중음악 축제인‘파리 테크노 퍼레이드’에서 유럽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댄스 장르의 맥락에서 테크토닉을 본다면, 지난 2000년 프랑스 파리의 클럽‘메트로폴리스’에서 처음 선보여진 댄스로 그 시초를 잡을 수 있다. 당시 유럽 클럽은 벨기에에서는 점프(Jump)가, 네덜란드에서는 하드프롬(Hard From)이, 이탈리아에서는 일렉트로(Electro), 스페인에서는 테크하우스(Tech house) 등 모두를 통틀어 하드택(Hardtack) 댄스가 유행하고 있었고, 그 모든 댄스들이 프랑스 클럽으로 유입되어 섞이고 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모든 클럽에서 사람들이 추는 춤과 음악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다. 이 같은 클럽 분위기에 불만을 느꼈던 메트로폴리스의 아트디렉터 알렉상드르 바주르댕과 시릴 블랑은 기존의 획일적인 테크노 음악과는 다른 북유럽의 하드 스타일을 내세워 모든 댄스가 적절하게 섞여있는 새로운 장르의 댄스를 고안해내기에 이렀다. 그리하여 탄생된 춤이 바로 테크토닉. 이후 매달 메트로폴리스에서 열리는 테크토닉 파티에 8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춤을 만든 알렉상드르 바주르댕과 시릴 블랑은 지난 2002년 이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했다. 프랑스에서 춤이 등록상표가 된 것은 테크토닉이 처음으로, 유행이 형성되면 누구나 모방할 수 있었던 기존의 음악이나 춤과는 다르게 테크토닉은 상표권이 등록된 하나의 브랜드(Tck)로 자리하게 됐다. Tck는 세계적인 음반 회사인 EMI와 독점 계약을 맺고 테크토닉 음반을 출시했으며, 의류, 액세서리, 에너지 음료 등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이 됐다. 현재 테크토닉 공식 댄서를 고용하는 댄스 아카데미, 테크토닉 헤어스타일인‘크레트’를 전문적으로 연출해주는 미용실 등, 모든 관련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프랑스에선 어두운 클럽을 박차고 나온 젊은이들이 밝은 거리 위에서 테크토닉 춤판을 벌이고 있다. 이제 대도시 광장에서 함께 어울려 테크토닉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 됐으며, 6세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굿모닝 송(동요)’을 틀어놓고 테크토닉을 출 정도로 이제 테크토닉은 국민댄스가 됐다. 알렉상드르 바주르댕은“테크토닉은 여러 종류를 섞어 최소 다섯 가지 이상의 음악과 춤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참신함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테크토닉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UCC 열풍
▲ 얼마 전 모 화장품 티저 광고로 선보인 고아라와 장근석의 테크토닉이 UCC와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테크토닉 마니아들의 UCC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테크토닉은 프랑스의 여가수 옐리가 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톱 슈즈를 신고 팔다리를 흔들며 추는 춤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어 화려한 팔 동작과 리드미컬한 몸짓에 중독된 테크토닉 마니아(테크토너)들이 자신이 춤추는 모습을 촬영해 UCC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테크토닉 UCC 열풍 또한 시작됐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는 남성 댄서‘제이제이’의 테크토닉 동영상이 무려 700만 번 이상 재생됐을 정도로 그 파급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구준엽, 황보, 춘자, 김건모 등 많은 가수들이 테크토닉을 선보이면서 그 유행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테크토닉을 검색하면 이와 관련된 수십 개의 의류사이트와 동영상 클립이 나오는 등, 지금은 테크토닉이 온, 오프라인 전반에 그 뿌리를 깊게 내린 상태다. 얼마 전엔 모 화장품 티저 광고로 선보인 고아라와 장근석의 테크토닉이 UCC와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테크토닉 마니아들의 UCC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현재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테크토닉 UCC는‘지하철 테크토닉’. 한산한 지하철 안에서 테크토닉 춤을 추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여러 명이 함께 지하철역에서 테크토닉을 추는 등, 다양한 지하철 테크토닉 패러디물까지 등장했다. 한편,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클럽에서도 그 위력을 떨치고 있는 테크토닉 덕분에 이 춤을 배우기 위한‘테크토닉 강좌’ UCC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춤을 전문으로 추는 댄스학원 강사부터 일반인들의 강습까지 그 버전도 여러 가지다. 내용 또한 기본 스텝부터 응용 손동작까지 모든 다른 여러 종류의 테크토닉 강좌 UCC가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네티즌들은“처음엔 너무 어색했는데 은근한 중독성 때문에 자꾸 보게 된다”, “독특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에 많은 관심이 간다”, “복고풍 댄스와 비슷해 따라 해보거나 배워보고 싶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등, 테크토닉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춤을 넘어 패션까지, 하나의 문화코드 형성
▲ 그저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춤이 아니라, 한 세대의 사고방식과 삶을 결정짓는 사회의 한 스타일이 된 테크토닉 문화. 음악과 춤, 패션까지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이 새로운 문화코드는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테크토닉 댄스 열풍과 함께 독특한 스타일의‘테크토닉 패션’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테크토닉 패션은 복고가 핵심이다. 타이트한 티셔츠와 바지, 발목 위로 올라오는 화려한 운동화, 닭 벼슬처럼 세운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짙은 화장이 마치 1980년대 런던 거리를 누비던 펑크족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펑크는 기존 세대에 대한 반항심을 표출하며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현재 테크토닉을 즐기는 이들은 사회에 대한 저항이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용도로 이와 같은 패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촌스럽지만 독특하고 재미있는 하나의 놀이일 뿐이다. 유럽 기준의 테크토닉 패션은 보통 원색과 보색, 형광색이 가미된 상의와, 헐러한 배기팬츠 혹은 적당한 통의 청바지가 기본이다. 테크토닉의 로고인 독수리(‘자유’를 상징)가 그려진 점퍼는 그 중에서도 단골손님. 또한, 상체를 부각시키는 테크토닉의 동작으로 인해 헤어스타일은 중간부분을 제외하고 짧게 자르거나 밀어버리는 모히칸 머리를, 얼굴에는 별무늬를 그리거나 상체와 팔부분에 형광색의 문신을 하기도 한다. 액세서리로는 주로 복고풍 또는 형광색 플라스틱 테두리의 선글라스나 퍼놀로지(fun+technology)풍의 셔터쉐이드 선글라스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손목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큼직한 뱅글 팔찌나 운동할 때 손목에 착용하는 아대, 큼직한 목걸이 등도 테크토닉 패션에 없어서는 안 될 소품이다. 한편, 테크토닉 패션에는‘테크토닉 메이크업’이 필수. 그 중심에는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해 시선을 모으는‘원 포인트 컬러 메이크업’이 있다. 원색의 화려한 의상에 얼굴 전체를 화려하게 단장하는 메이크업은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눈매를 강조하는 것이 이 메이크업의 공식으로, 강렬한 메이크업이 시선을 모아 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먼저 아이라이너로 속눈썹 안쪽 점막 부분을 꼼꼼히 그린 뒤 눈매가 길어보이도록 아이섀도와 아이펜슬로 눈 꼬리를 길게 그리면 눈매가 강조된다. 여기에 비비드한 컬러와 펄이 들어간 아이섀도로 화려한 눈매를 연출하면 더욱 돋보이는 테크토닉 메이크업이 완성된다. 이처럼 테크토닉이 갖는 패션의 특징은 현대의 트렌드와 깊게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한 메이크업, 밝은 색상의 티셔츠, 스키니진 등은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를 나타내는‘메트로섹슈얼 코드’가 그 바탕에 깔려있으며, 이는 최근 옷과 스타일에 신경 쓰는 남자를 일컫는‘그루밍족’과 솔직하고 당당한 여자를 일컫는‘알파걸’등, 새롭게 등장한 신세대의 성역할을 표현하는 신조어들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즉, 젊은 세대들에게 복고는 그 자체로 새로움이고, 지금 테크토닉의 인기는 미래 지향적인 느낌과 함께 재창조된 복고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테크토닉이 완전한 문화코드로 인정받은 만큼, 테크토닉은 댄스 이상의 한 문화, 혹은 문화현상 그 자체를 일컫는다. 모토는 퓨처리즘과 복고, 화려한 색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슬림핏. 이는 춤을 추기 쉬운 패션이기도 하거니와, 2000년대 디올 옴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슬림한 핏이 남녀를 불문하고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대와 패션, 테크토닉 문화가 서로 감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저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춤이 아니라, 한 세대의 사고방식과 삶을 결정짓는 사회의 한 스타일이 된 테크토닉 문화. 음악과 춤, 패션까지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이 새로운 문화코드는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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