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지난 달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 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모인 전례 없는 정상회담은 미국이 주도한 외교적 성공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 정상회담은 냉전시대를 연상시키는 20세기의 국제질서의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미국-일본 두 초강대국이 그들의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을 결속시키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1세기에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소련을 대체함으로써 미국은 아시아의 두 주요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라는 이 지역의 안정에 대한 위협에 맞서 함께 대처하도록 자극한 것과 같은 움직임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 제2차 세계 대전으로부터 물려받은 역사적 분쟁들로 가득 찬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런 역사적 문제에 대한 매우 냉담한 여론을 감내하면서 각자 필요한 길을 가기 위해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이 결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새로운 연대는 불변의 확고부동한 것이 아니며 세 나라 정상 모두에겐 2025년까지 자국 내 각종 선거들의 승패의 영향을 주는 정치적 결단일 수도 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체결된 3국 협력은 특히 공동 군사 기동과 정보 공유 강화로 보완될 공동 위협에 대한 ‘협의 약속’을 통해 강화된 안보 협력을 포함한다. 그것은 특히 전략적인 제품이나 원자재가 부족할 경우 경제 협력 조치와 함께 제공된다. 그러면서 미국은 조심스레 새로운 동맹이나 방위협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신화통신이 “어린 양으로 가장한 늑대”라고 규정한 미국의 “명백한 악의적 의도”라고 비난하면서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거부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의 결집과 미국-영국-호주 방위 협정 이후에 중국은 반-중국 진영을 통합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무관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의 최종 성명은 미국 역시 중국의 공격적이고 위협 행동과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인 해상 요구”를 비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함으로써 대서양 횡단 동맹을 공고히 하게 만든 것처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그의 지역적 요구는 미국을 뒷배경으로 한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의 결속을 더 강화시키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월 22일~24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던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경쟁마로 거론될 수 있는 유일한 경제블록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진영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이 새로 가입하는 결실을 맺었다. 인도 태평양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비해 결속력은 약하지만 기존 5개국만 해도 전 세계 GDP의 25%와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연합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순환은 앞으로 세계질서를 어떻게 전개시켜 나갈지 암담하기만 하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고 중국도 2050년에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20~30년간 미•중 경쟁이 지속되면서, 뚜렷한 승자의 구분 없이 혼란과 위기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