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신원 더글라스 권

국제유가의 상승이 아니더라도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에서 교통 시스템에 관한 많은 제안들이 있었고 때로는 작은 성공도 거두었지만 지금 한국의 교통 상황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실패를 경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도 물론 일반적인 교통정책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교통세금 이라 던지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 등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하는 정책들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에는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교통정책 말고도 그들만의 시스템이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2가지 교통 시스템을 통해 한국의 교통정책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 첫 번째가 Vehicle Quota System (VQS) 이다.
이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싱가포르에 있는 자동차의 수를 정해 놓고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것이다. 조그만 도시국가이고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대중교통 수단을 갖춘 싱가포르이지만 1년 내내 여름 날씨인 이곳에 자동차 수요가 적을 리 없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싱가포르 사람들은 자가용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수요가 있고 더운 나라인 이곳에 자동차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싱가포르에서 자가용은 무척 비싸다.  현재는 거의 한국의 2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한다.  또한 싱가포르의 자동차가격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때로는 한국의 3배까지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Certificates of Entitlement (COE)라 불리는 자동차 등록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등록증의 숫자를 제한함으로 자동차 수를 통제한다. 자동차등록증은 차 구입 시 새로 발급되는 것이 아니고 이미 발행된 제한된 수의 등록증을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등록증의 가격도 뛰어서 차 값보다도 더 많은 돈을 주고 등록증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경제가 안 좋아지거나 자동차의 수요가 적으면 등록증의 가격도 내려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차를 구입할 수 있다. 차를 구입해도 등록증이 없으면 운행을 못하게 되고 그 등록증의 수를 제한하는 쿼타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자동차의 가격은 올려  놓았지만 그 대신 교통소통의 원활함과 보다 많은 사람들의 대중교통 이용의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제한된 도로에 많은 자동차 수요를 컨트롤하는 지극히 간단한 방법이 아닌가?
폐차를 한대 시켜야만 자동차 한대를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두 번째 시스템으로 Electronic Road Pricing (ERP) 가 있다.
싱가포르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량(택시, 오토바이 포함)에는 캐쉬 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조그만 박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ERP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혼잡통행세와 같지만 그 지불방법이 다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자가 운전자라면 필수로 장착해야 하는 박스 안의 캐쉬 카드에서 무선으로 돈을 뽑아가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상습정체 구간에 출퇴근 시간 동안 ERP를 가동한다. ERP 라고 크게 표시된 도로 위의 두 기둥을 차가 지나갈 때 자동으로 자신의 자동차의 카드에서 돈을 뽑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갈 때도 ERP 존을 지나갔다면 운전기사가 손님에게 따로 혼잡통행세를 요구한다. 이 시스템은 원래 혼잡지역에 정체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모든 차량이 ERP 박스를 장착하기 때문에 빌딩 주차 시에 자동으로 주차 비를 지급하는 주차시스템까지도 연계를 하고 있다. 
만약 캐쉬카드에 돈이 없었다면? 벌금의 나라 싱가포르 아닌가? 어마 어마한 벌금이 기다리고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 물론 편하다, 그리고 자동차를 소유하고 안하고는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편하자고 만든 시스템은 많은 경우에 어떤 강력한 제한이 없고 서는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의 2가지 교통 시스템이 이곳 국민모두에게 환영 받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정체라고 생각하는 수준과 우리나라의 자동차 운행 흐름을 비교한다면 제한된 여건 안에서 싱가포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교통 관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영어신문중의 하나인 TODAY에서 이런 글을 읽었던 것이 기억난다.
“혼잡통행세나 자동차 가격이 오르는 것도 싫지만 자동차를 가지고도 정체 때문에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일반 독자의 의견이었지만 그 말에서 결국 정책을 시행하는 데에 무엇이 먼저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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