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초대석 - 한국미술관 김윤순 관장

<문화 초대석 - 한국미술관 김윤순 관장>

현대미술과의 진정한 만남의 장 열어가
개관 이후 170여회의 기획전 개최, 다양한 프로그램 개설해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를 전시장에 들여놓고, 앤디 워홀은 신문이나 광고 사진을 실크스크린으로 떠서 작품이라고 내놓았다. 캔버스에 만화를 크게 확대해 그리는가 하면, 조악한 인형을 주물로 뜨곤 미술작품이라고 한다. 늘 고정관념과 상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작업들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미술은 이렇듯 대중문화와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의 길에 들어선지 오래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대미술의 개념은 좁은 의미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술, 곧 20세기 후반기의 미술을 일컫는다. 하지만 그 개념은 실제로 매우 막연해 무엇을 두고 현대미술이라 칭하느냐에 대해서는 확연하게 구분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난 젊음이든 고통으로 절규하든 엽기적 발산이든 정치적 저항이든 간에 이미 현대미술은 개인의 감성을 넘어 시대적 고민과 맞닿아 있다.

전문성과 대중성 결합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해
▲ 한국미술관 김윤순 관장
지난 1983년 3월 개관된 한국미술관은 현대미술 전반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증진하고, 이를 사회에 보급, 확장함으로써 한국문화 진작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족됐다. 이에 그동안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계몽활동, 국내외 우수예술품 발굴전시, 각종 강좌를 통한 예술이해의 증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모든 관람객이 편안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무려 170여회의 국내외 기획전을 개최해온 한국미술관은 무엇보다 전문성과 대중성의 결합을 위해 다양한 내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아카데미에서는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교양 강의, 도자기 만들기 등의 체험학습을 통해 인근지역주민은 물론 일반인들의 문화, 예술에 대한 안목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1999년 하반기 호응이 좋았던‘culture speech’ 강의를 구체적이면서 체계적, 단계적으로 장기화하여 지역주민의 실생활과 직장 및 사회생활에서 응용토록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또한, 자격을 조건화하여 수료증이나 강사증을 발급하고 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미술관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미술관 탐방교육 일환으로 흙을 이용한 도예교실과 영어미술교육 등의 어린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체험학습은 창의력과 관찰력 향상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능동적인 생활태도를 형성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작품화되고 전시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즐거움과 더불어 그로 인해 자립심과 지구력, 집중력까지 키우게 된다. 한국미술관의 김윤순 관장은“어른들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전시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아이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함으로써, 아이들이 자기표현에 있어 자신감을 갖출 수 있는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오로지 현대미술이라는 외길 걸어와
▲ 한국미술관전경
올해 78세인 김윤순 관장은 며느리인 안연민 관장과 함께 한국미술관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이후, 오로지 미술계에서만 30여 년간 활동해온 김 관장은 나이를 뛰어넘은 무한한 열정으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한국미술관은 신진작가 육성과 우수한 교육시스템이 자랑이라고 말하는 김 관장은 무엇보다 현대미술은 사전에 체계적인 공부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녀는 현대미술의 발달이 앞선 선진국 방문 중 질서 있는 예술의 세계를 보았다며 문화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현재 세계 최대의 관광도시로 이름나 있는 뉴욕은 지난해 4,600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이 가운데 해외 방문자 수가 85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수많은 뉴욕의 이방인들에게 있어‘메트The Met’, ‘모마MoMa’ 등으로 약칭되는 미술관들은 빼놓을 수 없는 방문 코스다. 이처럼 뉴욕이 미술 도시로 커나간 기초는 1920~1930년대에 차례로 미술관이 설립되면서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데, 미술관 르네상스 시대에 세워진 뉴욕 현대미술관(1929), 휘트니 미술관(1931), 구겐하임 미술관(1959) 등은 당시 유럽 미술의 주도적인 흐름을 좇으면서도 국제적인 명성과 함께 미국 미술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즉, 이제 이들 미술관들을 빼고 현대미술의 동향을 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한편, 프랑스의 유명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상상 속의 미술관’이라는 저서에서‘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데 만족하지 않으며 문화와 자연에 대한 증거로서 제시하고자 한다’고 근대 미술관의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이는 과거 미술관들이 포괄적이면서도 과시를 위한 작품 수집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던 반면,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은 지역과 미술관이 위치한 문화적 특성과의 결합을 추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한국미술관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태국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이어지는 아시아의 힘’전을 열고 있다. 현대미술 전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한국문화 진작을 위해 오늘도 외길을 고집하고 있는 김윤순 관장, 그녀의 열정과 함께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으로 거듭날 한국미술관의 밝은 앞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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