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의 회복 여부에 따라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이고 그간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볼 때 '분단'이라는 꼬리뼈는 그간의 역사성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큼 우리 역사에 '중요한 치욕'으로 남아있기에, 그의 건강 여부는 정말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995년 김일성의 사망은 전세계적으로 큰 충격이었고 북한 주민들의 오열이 담긴 화면 또한 큰 충격이었지만, 김정일이라는 후계자가 버티고 있었기에 북한의 체제 변화에는 언론 역시 크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일의 경우는 다르다. 올해 67살인 그는 분명 정정하다고 해도, 나이를 비껴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 그를 이를 후계자가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그가 사망했을 때,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이고 북한의 체제는 어떻게 바뀔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로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물 마시다 사래가 들려도 언론에 대서특필이 될 판이다.

최근 순환기 계통의 수술을 받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회복 중에 있으며 집권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주변 도움은 받아야 하지만 거동에는 이상 없다"라던지 심지어는 "양치질도 할 수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도하고 있다. 물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뉴스거리가 되기 충분한 내용들이지만 일부 보도는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추측성 기사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으며, 후계구도의 전망, 김 위원장의 현재 집권 능력 등을 다룬 보도까지 나와, 가뜩이나 민감해진 남북관계가 이런 보도들로 인해 더 악화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오히려 신중한 자세를 보이며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너무 정보를 남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물론 정확한 보도도 있겠지만 좀 더 신중한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보도는 없다!
어찌됐든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리는 없듯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67세. 김일성의 사망 이후 13년간 북한 체제를 유지해 왔고, 13년이란 세월을 장기 집권한다는 것은 그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식량난이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북한이 그의 권력을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정일 위원장이 만에 하나 사망하는 경우, 북한의 체제 변화와 그에 따른 국내의 변화일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겠지만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보도와 여러 언론 매체들의 기사들을 미루어 볼 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엇갈리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군부를 중심으로 이미 권력투쟁이 시작되고 있다는 의견은 김 위원장이 현재 회복 중이고 북한 정권 구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의견과는 반대되는 의견이어서 흥미롭다. 주로 외신 쪽에서의 의견이 많은데 워싱턴포스트지는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의 와병을 틈타 이미 권력의 투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 내 군부 인사들은 이 시기를 이용, 북핵 불능화 중단 등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이용해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즈 역시 "북핵 불능화 중단이 김 위원장의 잠정적인 결정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관리들이 권력의 공백을 이용, 그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보도해 권력투쟁에 대한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견은 판이하게 다르다. 김 위원장의 와병설과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현재 의사소통 문제는 없고 북한 군부에도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언론의 보도 또한 김 위원장의 회복 소식이 대부분이어서 두 보도를 접하는 국민들은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이고 어찌됐든 우리 국민은 그 분단 국가라는 상황 속에 놓여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만큼, 한번쯤 그러한 상황들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데 이렇게 판이한 보도들 덕분에 혼란은 점차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와병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북한의 현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김정일의 와병설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북한이 안정을 유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와병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들이 있다. 첫 번째,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이 사실이 아닐 경우이다. 지난 1986년 우리 정부는 김일성 주석의 사망을 발표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때만큼의 큰 사건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와병설이 거짓이라면 정부의 정보 관리력과 대북 정보 수집 역량에 큰 구멍이 존재하고 있음을 국내외에 인정해야 하고 그것은 1986년 이후 또 한번 국내외적인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사실이 아닐 경우, 망신을 당하는 것은 둘째 치고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왜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을 운운하며 우리나라와 기타 국가들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그간 실제 본모습은 거의 공개하지 않고 녹화 화면으로만 자신의 거동을 보여온 김정일 위원장의 신비주의에 입각한 작전인지, 와병설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린 후 더 큰 일을 벌이려는 의도인지, 우리 정부의 정보수집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보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인지 아직 파악된 바는 없지만, 정부는 와병설이 사실이 아닌 경우 그 진위 여부의 재빠른 파악과 북한의 의도를 가장 먼저 읽어내야 할 것이다. 또한 대북 정보 수집 과정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정보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비록 와병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국내외적으로 크나큰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 후 정보체계를 재정비한다고 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 역시 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와병설에 최소한의 대비책은 해 놓는다면 적어도 와병설 확산에 우리 정부가 서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그에 대한 책임 회피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와병설이 사실이라면?
정말 김정일 위원장이 순환기계통의 수술을 받고 몸져 누웠을 경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술로 생긴 김정일 위원장의 공백을 과연 누가 메우게 될 것인가이다. 현재 북한은 자연재해, 식량난, 경제 악화 등으로 인해 국가 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기만 할 뿐 특별한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병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에 별다른 동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의 위기 관리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그 대신 누가 북한의 현 상황을 유지,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외신에서 이미 보도한 군부 내에서 이미 권력투쟁이 시작되었다는 보도는 특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 군부 내 어떤 인물이 권력투쟁의 중심에 서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지도자가 어떤 지도그룹에 속해 있는지는 김정일 위원장이 정권에서 완전히 손을 떼거나 혹은 사망했을 경우 북한 권력 구도와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관련해 우리 정부가 대비해 놓은 시나리오는 더욱 정교하게 수정, 보완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현 북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실이든 아니든 김정일 위원장의 신변에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긴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특히 미국, 중국 및 일본 정부는 이미 세워놨던 몇몇 시나리오를 재분석하고 조정하면서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 역시 와병설, 회복설 등으로 설레발을 치긴 했지만 어쨌든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우리 국민들 역시 북한의 이러한 상황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5년 당시에도 북한 주민들을 비롯, 전세계가 당황했지만 그의 죽음은 예상외로 큰 파장을 몰고 오지는 않았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김정일이라는 든든한 후계자가 있었기에 별다른 변화 없이 독재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 북한 상황은 이제 그때와는 다르다. 얼마 전 개봉해 국내에서도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영화 <크로싱>에서도 알 수 있듯, 북한을 탈출하려는 탈북자 수는 나날이 늘고 있고, 다시 붙잡혀 다시 북한으로 압송되는 탈북자의 수 또한 만만치 않다. 다시 북으로 끌려간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러한 상황인데 북한의 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인 우리들도 조심스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만에 하나 김정일 위원장이 정말 사망하기라도 하는 경우, 짐작이지만 북한의 여러 지도부들은 상대가 자신을 숙청하기 위해 상대를 먼저 숙청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며 이러한 충돌은 결국 북한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김정일 사망을 틈타 북한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탈북자들이 주로 향하는 중국은 긴장과 함께 국경에 많은 수의 병력을 배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중국과 북한의 무력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시나리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시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는 하나만 존재할 수 없다. 여러 시나리오가 존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시나리오를 재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김대중 정권부터 이어져 온 대북한 햇볕정책은 최근 북한의 움직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 아닐까 한다. 금강산에 관광차 갔던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기에 객사한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옛날로 되돌아가 멸공통일을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개성공단과 같은 대북한 경제지원은 꾸준히 지속되어야 할 것이며 북한의 자존심을 최소한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꾸준한 경제적 지원이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김정일 위원장 외 북한 지도부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통일에 대비하는 방법 역시 적절한 대북 지원과 우리 국민들의 차갑지 않은 시선일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남한을 침공한 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3년 동안 싸우던 한국전쟁도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것을 우리나라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은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김일성이라는 이름도 이제 가물가물한 마당에 호국보훈 역시 이제 잊혀져 가는 단어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 북한의 상황은 이러한 단어를 되새김질 해야 한다는 경고를 주고 있는 듯하다.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퇴진은 분명 북한 내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고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침착과 신중함일 것이다. 어떠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같은 선조를 지닌 민족으로서, 그리고 앞으로 함께해야 할 민족으로서, 북한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올바르게 바꿔야 할 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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