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부동산 대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관망하는 것이 좋다”
“이제는 철저히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라”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버블 붕괴 직전에 돌입했다. 아파트 거래는 사라졌고, 급매물로 싸게 팔린 아파트 가격이 시세로 인식되는 등 심리적 저항선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미분양 속출에 신도시 물량까지 가세했으며, 이는 곧 건설사 연쇄도산에 의한 아파트 시장 경착륙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급 정보에 밝은 큰 손들은 이미 아파트나 수익형 부동산 등을 발 빠르게 처분하여,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9월 22일 당정협의를 통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기준시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종부세율도 0.5%-1%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 다음날 발표된 전면 개정 종부세 과세 기준은 주택시장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강남의 고급 아파트들의 모습.

최근 국내 주택시장의 가격지수 자체는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6년 말 이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등으로 안정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올 한해, 상대적으로 서울 강북지역이 강세를 보였고, 규모별로는 대형아파트가 소폭 하락한 반면 소형아파트가 비교적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와 주택 매매호가 하락 등으로 인하여 거래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주택경기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약 16만 채를 돌파했으며, 업계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설사의 분양대금 수입도 원활하지 않아 건설업체 부도가 늘고 있으며, 경영환경 악화 속에 건설사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많은 회사들이 자금난에 봉착했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내년 주택시장 전망을 내놓으며, 몇 가지 변수를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피력했다. △수요측면에서 보면, 국내 경기는 미국發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증가세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전년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금리 상승세는 물가상승 압력 완화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은행자금상황에 크게 의존하면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주택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지만 과잉유동성이라는 불안요인이 잠재하고 있어, 지역에 따라 투기적 수요 발생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급측면으로 보면, 2채 이상의 주택에 대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만기가 돌아오면, 한 건으로 줄여야 하는 소위 처분조건부대출 해소와 금리상승 부담 등으로 주택매도 물량이 증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양도세 인하 또는 부과조건 완화 시, 그동안 대기한 대규모 매도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 수도권 6개 및 분당급 신도시 등의 지역에 주택공급이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주택의 원가에 해당되는 지가의 경우는 개발 및 그린벨트해제 기대감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주택가격은 공급증대에도 불구하고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변동곡선은 순환되게 마련이다. 변동사이클상의 저점과 고점에 대한 논란은 분명 존재하지만, 객관성이 배제된 막연한 불안 심리에 근거한 투자 결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향후 부동산 시장이‘좋을 것이다’혹은‘나쁠 것이다’라는 전망은 정답이 아니다. 장기투자를 전제로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손경지 하나은행 PB 본부 부동산 팀장

▲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9월 11일에 개최한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개선방향 세미나에서 각계각층의 참석자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가능성 인식
<8. 21 대책> 등에서는 먼저 중장기 안정적 주택공급 확대 기반 구축을 위한 재건축규제합리화와 분양가상한제 등의 제도를 개선하여, 도심 내 공급확대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과 같은 시장불안기에 과도하게 설정된 인위적 수요억제 장치를 선별 완화하여, 시장기능의 정상화도 도모하고 있다. 동시에 거래활성화를 위한 양도세 과세제도와 종합부동산세 제도 개선 등 <9. 1 세제개편>으로 <8. 21 대책>을 보완하고 있다. 따라서 2009년 주택가격은 상승·하락 요인이 혼재된 가운데서도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가 우세하다. 경기회복 부진과 대출금리 불안 등 수요요인의 침체와 미분양아파트 문제가 깊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공급매물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원자재가격과 재건축아파트 가격 상승 및 토지가격 급등 등 건축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주택가격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거래 부진 속에서도 세제 완화 등으로 소위 버블세븐의 고가주택거래가 다소 활기를 되찾을 경우,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 동시에 급격한 긴축을 피하는 정부의 조심스런 정책 운용으로 내년 주택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취약한 가계 재무구조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팔려고 내놓는 매물이 급증하면서, 일시적이고 국지적으로 적정가격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 미분양아파트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부동산발 경제위기설이 재확산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주택시장 활성화도 시급하지만, 미분양아파트가 급증한 시점에서 부동산시장의 현안은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정 지역의 투기적 버블 확대를 억제하고, 과잉유동성에 의한 특정 지역의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주택정책도 그동안의 공급확대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주택수요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힌 그는“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가능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융권과 건설업체간의 공존 모색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건설시장의 자금경색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연장이 시급하며, 특히 예견 가능한 PF 부실로 인해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증가 일로에 있는 국내 가계부채가 가계 위기로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가계 스스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처럼 커다란 위험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건전한 소비생활을 하는 등 가계 구조조정 또한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부동산 거품은 부풀만큼 부풀어 있다. 이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쓴다 하더라도 일시적인 반등은 이끌어낼 수 있을지언정 큰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주택의 공급 과잉, 낮은 기대수익률, 투기심리 위축, 가계의 3중고, 금리 상승, 그리고 뉴타운 및 신도시 공급 쇼크, 인구구조의 변화 등 피할 수 없는 현실이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실질 소득의 증가로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부채로 쌓아 올린 모래성이다. 이제 서서히 아니 급작스럽게 거품이 빠질 것이다. 거품을 지키기 위한 무모한 정책이 아닌,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하는 정책 속에서 땅이 아닌 인간에게 투자하는 경제 구조를 갖도록 체질 개선을 동시에 벌여야 하겠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 권도엽 국토해양부 제1차관은 지난 9월,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국토해양부 제공)
부동산 시장의 격변기를 기회로 전환하자
최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앞으로도 어두울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매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많이 내린 지금, 매도를 한다 해도 큰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딜레마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다주택 보유자들은 매도에 있어 우선순위와 세금 및 수익률 등을 모두 체크해야 하기에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실 양지영 팀장은“부동산 투자에 성공하려면 좋은 부동산을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팔아서 현금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팀장이 제시하는 부동산 잘 파는 노하우를 살펴보면 ▷아파트나 주택은 수리해서 판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정복 ▷세제개편안에 집중 ▷고가 아파트는 내년에 매도 ▷9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는 최대한 늦게 판다 ▷급하지 않으면 시장이 좋을 때까지 기다려라 ▷급하면 계약 먼저, 잔금은 내년에 치러라 ▷다주택자는 양도보다 증여 ▷매매차익 적고 가격 상승 어려운 것부터 매도하라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는 특히“집을 가진 이는 값이 오를 거라 기대하고, 집을 사려는 이는 값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격변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보금자리주택」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9월 19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서민주택 공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간 공공부문에서 중소형 아파트 150만 가구를 공급하는 등 청약저축통장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물량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100만 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입지 경쟁력도 매우 높다. 이는 곧 수요가 많은 도심이나 도시 근교에 주택을 집중 공급해 근본적인 시장 안정을 달성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분양가가 기존보다 15% 정도 싼 중소형 주택과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되는 지분형 임대주택 등 이른바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첫 분양이 시작될 예정이다. 일반 분양되는 보금자리주택은 수요자들이 입주시기와 분양가, 입지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사전예약제를 도입했으며,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지분형 임대주택 방식으로 공급된다. 이는 청약저축 가입자 대상 물량이기 때문에 가입 횟수가 길고, 불입금액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반면에 청약저축 가입기간이 짧은 가입자라면 기다림의 미학을 발휘하며,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곳 위주로 청약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직 청약통장이 없다면 가입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신규 분양보다는 기존 주택 중 급매물을 노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입주 3년이 되는 단지에서 2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갖춘 매물이 제법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통계상으로는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호재를 갖춘 지역은 여전히 집값 하락폭이 눈에 띄게 낮거나 일부 보합세를 보이는 지역도 있다”며“투자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주택자들은 최근 들어 국민임대 뿐만 아니라 장기전세주택, 신혼부부주택, 보금자리주택, 지분형임대주택 등 다양한 주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므로, 이들의 장단점을 꼼꼼히 살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주택에 청약하는 전략수립이 요구된다. 이제는 우리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므로, 일부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은 멀리해야 하겠다. 단기조정 후 다시 오를 것이라는 자칭 재테크 전문가들을 믿고 빚까지 얻어 장만한 집이 있다면, 하루 빨리 처분하기 바란다. 일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대부분 10%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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