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4년,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중

‘당겨!’, ‘얼씬도 안할게’가 수록된 닥터피쉬의 첫 디지털 싱글앨범은 개그콘서트에서 이들과 함께 했던 밴드의 이태선 교수, ‘종합병원’, ‘꿈의 궁전’, ‘눈사람’등 많은 드라마의 OST를 맡으며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이제헌 교수가 공동으로 프로듀싱 및 제작을 맡았다. 이번 앨범에는 그동안 닥터피쉬가 선보였던 곡들 중 특히 많은 호응을 받았던 10곡을 더욱 재밌게 편곡하여 보너스트랙으로 담았다.
Q. 첫 앨범을 낸 소감이 어떤가?
- 진지함 반, 장난 반으로 시작했다. 닥터피쉬에 대한 반응이 좋아 함께 했던 밴드 분들에게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하자고 하시더라.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노래는 또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몰라서 6개월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말이 6개월이지, 스케줄 때문에 거의 못나갔지만.(웃음)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다.
Q. 타이틀곡‘당겨’는 어떤 곡인지?
- 경쾌한 락으로, 시련과 좌절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자는 내용의 노래다. 응원가의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가수가 아니니까 개그맨이 내는 앨범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그냥 노래 그 자체로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
Q. 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가?
- 기회가 된다면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 아, 얼마 전 권태기 부부에 대한 얘기를 다룬 시트콤을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웃음) 왜 너무 오래 붙어 있으면 그 사람의 하나하나가 꼴배기 싫을 때가 있지 않나.(웃음) 그런 권태기의 부부나 친구, 연인의 캐릭터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주성치 식의 코미디영화를 제작해서 직접 출연해보고 싶다.
# 선생님 똥 칼라파워!
지난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유세윤은 <개그콘서트>의 간판코너《봉숭아 학당》에서‘복학생’역할로 큰 주목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선생님 똥 칼라파워!’는 지금의 유세윤을 있게 한 최고의 유행어로, 유세윤은 복학생으로 2005년 제 4회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남자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Q. 개그맨으로 데뷔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제대하고 나서였는데 대학동기였던 유상무씨가 이런저런 경험이 많아야 좋지 않겠냐며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개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시험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험을 봤다. 그렇게 생각 없이 본거였는데 떨어지고 나니‘개그가 뭐라고 날 떨어뜨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름 자신감이 있었는데.(웃음) 이후 1년 정도 아마추어 무대에 가서 많이 접하고 배웠다. 그렇게 직접 개그를 배우니까 그제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Q. 데뷔 후 4년이 지났다. 감회가 어떤지?
- 감회가 새롭다기보다는 그냥 순서에 맞게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어떤 기점으로 스타가 되곤 하는데 난 한 단계씩 계단을 밟아온 것 같다. ‘복학생’으로 나라는 사람을 알리고, 뭔가 히트작이 있으면 그걸로 끝인데‘사랑의 카운슬러’를 하면서 또 사랑을 받았고. 버라이어티에서는‘무릎 팍 도사’로 또 인기를 얻고, 그래서 다시‘닥터피쉬’로 돌아왔고. 딱 꺾인 기점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때가 슬럼프였다라고 할 정도의 슬럼프도 없었던 것 같다.
Q. 언젠가 다가올 슬럼프에 대한 위기는 없나?
- 물론 두려움은 있다. ‘언젠가 오겠지’하는 생각은 있는데 그래도 누구나 다 겪는 거니까 그렇게 많이 두렵진 않다. 근데 크게는 안 왔으면 좋겠고.(웃음) 원래 욕심이 없는 성격이라 크게 바라는 게 없어서 슬럼프도 크게 오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내겐 너무 과분하다.

현재 MBC <황금어장>의《무릎 팍 도사》에서‘건방진 도사’역할로 뭇 연예인들의 건방진 프로필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는 유세윤은 그 인기에 힘입어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코너 《할매가 뿔났다》에서도‘싸가지 없는 손자’역할로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Q. 건방진 콘셉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어떤가?
-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일까. 사람들 시선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뭐든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에게 피해는 안 주는데 내 생각만 하는 경향이 크다. 마음은 안 그런데 꼭 말투가 비꼬아져서 나가다보니 본의 아니게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적이 많았다. 장난을 정도껏 해야 하는데 너무 심해서.(웃음) 고쳐야 할 점이다.
Q. 지금까지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 ‘설인범’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러웠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왠지 악역 연기가 그렇게 좋더라. 그래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내가 만든 악역을 연기하게 된 거다. 그런데 꼭 내가 낸 아이디어는 잘 안되더라.(웃음) 금방 끝나긴 했지만 요즘엔 코너들이 금방 질리기 때문에 오래하는 게 오히려 더 무섭다. ‘식상해 하는 것 같은데’하는 부담감을 안고 계속 가는 것 보다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짧게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개그콘서트를 놓을 수 없는 것도 다양한 캐릭터를 펼칠 수 있는 열려 있는 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Q. 개그맨으로서 유세윤이 지향하는 방향은?
- 안 웃겨도 신선해야 한다. 웃기는 공식은 많다. 그래서 웃기기는 굉장히 쉽다. 개그가 신선해야 발전하지, 예전 공식만 쓰려고 하면 웃길 순 있어도 발전이 없다.
Q. 후배들에겐 주로 어떤 조언을 하는 편인가?
- 눈에 불을 켜고 개그하지 마라. 독기 설인 개그는 웃기지 않다. 웃긴다 하더라도 독기 설게 한번 웃길 뿐이다. ‘여러분을 웃기기 위해 우리는 피눈물을 흘립니다’라는 말이 난 참 싫다. 설령 웃기지 않더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그 상황을 함께 즐긴다는 기분으로 해야지, 독기를 품는 것은 독약인 것 같다. 우리는 웃음 안에 사는 희극인인데, 남을 웃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웃기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남을 웃길 수 있는 것 같다.
# 난 항상 여기 있는데 뭘 그리 서두르나, 이 사람아
그동안 20대의 절반을 개그무대에서 힘차게 달려왔던 유세윤. 이제 청춘을 지나 30대 문턱에서 그는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여름, 올해가 20대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틈만 나면 많이 놀러 다녔다는 그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니 이제 정말 30대에 접어든다는 실감이 난다고 했다.
Q. 20대를 회상한다면?
- 20대 때는 성공도, 일도, 사랑도, 노는 것도, 모든 게 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까봐 항상 두려웠던 것 같다. 워낙 욕심이 없어서 많이 오르지 않아도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왜 욕심이 많으면 욕심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때 열심히 안했다고 손가락질 받지 않나. ‘이렇게 해야지’하고 계획 잡고 한 건 없지만, 주어진 건 정말 열심히 했다.
Q. 30대엔 뭘 이루고 싶나?
- 그때도 내게 주어지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 난 누군가 내게 인생얘기, 사업얘기 같이 어렵고 복잡한 얘기를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성격이다. 내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당장 다가올 내일이 중요하고, 지금이 중요하다.
Q.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 어느 순간이 되면 일을 놓게 될 때가 오지 않을까. 가끔 이곳에서의 탈출을 꿈꿀 때가 있다. 영화 쇼생크탈출의 마지막 모습처럼.(웃음) 연예인에게 제일 서글픈 게 계속 기억되는 거라 생각한다. 일은 없는데 계속 기억되는 거... 잊어질 때가 오면 그냥 잊어줬으면 좋겠다.
특별한 꿈? 없다. 그럼 거창한 계획은? 그것도 없다. 그저 현재에 충실할 뿐. 지금 이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즐기고 싶다는 유세윤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꾸밈없는 그의 개그 원천은 바로 이런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NP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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