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캔버스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
이번에 Art Expo NEW YORK 2006 초대전을 앞두고 있는 서양화가 송인헌의 작품들을 보면서 문득 향기에 관한 단상들이 스치고 있었다. 바로 꽃이 그녀 작업의 동반자이자 중요한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떠오르는 몇 가지의 단어들이 있다. 추억, 그리움, 외로움 등의 단어들이다. 꽃은 만발하였지만 왜 그 꽃을 보는 사람은 쓸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힘든 것일까. 반면 화병 가득 꽂혀있는 만개한 꽃들의 생명력이 끝없이 솟구치기도 한다.
송인헌 작가의 시선이 변화시키는 일상
말하고 움직이는 것만이 친구가 아니고 캔버스가 친구라는 그녀는 “ 분출하는 꽃의 아름다움에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얻곤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은 꽃을

서양화가 송인헌이 즐겨 다루는 소재는 화병과 탁자, 그리고 바다풍경과 인물들이다. 일상적인 대상들이 그녀의 작품 속으로 들어오면 송인헌만의 사물로 탈바꿈하게 된다. 더없이 정겹고 더없이 따스한 정취를 풍기고 있는 송인헌만의 사물로 말이다. 이에 대해서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마도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자체가 복잡한 대상의 유형을 매우 단순하게 축약시켜 핵심만을 포착, 표출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 같은 느낌은 그녀가 일관되게 매달려온 작품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특히‘추억이 있는 정물’연작의 경우 하나의 공간 안에서 대상과 배경이 자아내는 갈등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잘 담겨있다고 평가되고 있었다. 마치 꽃을 피우듯이 조금씩 변해가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 그녀의 작품이 마음에 남는다.
한 겹, 두 겹 입혀지는 색 위에 피어나는 꽃
기법의 특성상 유화는 가볍지 않다. 한 겹 두 겹, 색을 입혀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림 안에 시간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장르의 그림이 바로 유화이다.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는 듯 말이다. 송인헌 역시 이 같은 유화의 특성을 한껏 이용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바르고 지우고 다시 바르는 과정에서 겹겹이 쌓아올려진 물감의 두께에 의해 시각적인 표현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간과 하나의 사물일지라도 그것이 담고 있는 인생의 의미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의 같은 사물일지라도 해석되는 인생의 의미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려진 시간에 따라 그것을 감상하는 시간에 따라 그것은 모두 다른 인생이 되는 것이다.‘추억이 있는 정물’이라는 그녀가 가진 영원한 주제처럼 그녀의 그림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추억의 그림자들이 어른거린다.
관계성과 회화적인 환상이 그려내는 작품
눈을 돌리면 찾아볼 수 있는 일상의 소재이지만 송인헌 화가는 단순히 실제 사물에만 초점을 맞추고 인식하지 않았다. 그것이 주변과 맺고 있는 관계성의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의 말대로 그녀의 조형적인 관심사는 형상의 실제성보다는 형상에 대한 해석과 그 주변 공간과의 관계성을 묻는데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그림의 대상이란 실제 공간, 즉 현실공간으로부터는 이미 절연된 화가의 의식 속으로 넘어와 있는 존재임을 가정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그녀의 그림에서 보게 되는 또 한 가지의 것은 현실너머에 존재하는 회화적인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두텁게 쌓아 올린 물감으로 인하여 차단된 현실적인 공간감과 더불어 현실을 근거로 하면서도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재구성해내는 창조적인 행위를 통하여 회화적인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리라. 꽃을 소재로 하는 감각적인 터치는 정물화의 짧은 호흡에 별다른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그와 더불어 이미지가 전하는 물질적인 맛과 시각적인 쾌감 역시 만만치 않게 전해진다.
꽃을 소재로 하는 감각적인 터치가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이다. 수줍은 듯 열정적이다. 일상적인 듯 하면서 어느덧 일탈을 꿈꾸게 만들기도 한다.
송인헌 작가의 일상과 그림, 꿈

그녀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유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색채의 깊이에 도달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삶의 체험에서 오는 순화된 감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어느 평론가는 그의 그림에서는 무르익은 맛이 느껴진다고들 한다. 무르익는다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진다는 것이다. 첫 번째 개인전의 신선함은 어느새 농익음으로 변해가고 있다. 회가 거듭할수록 변화해가는 그녀의 세계를 보는 이들은 어떻게 느끼게 될까. Art Expo NEW YORK 2006 초대전에서 펼치게 될 그녀의 세계는 또 얼마만큼 깊어지고 농익어가고 있을까.
빈 캔버스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 하얀 무언의 세계는 화가에게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속삭이는 것일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움직이는 손놀림에 자신의 영혼을 담는 밀도 높은 세계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송인헌 화가의 그림에서 그 꽃들이 전하는 향연을 그리고 그것들이 의미하는 세계를 가만히 살펴본다. 어떤 이야기들을 속삭이고 있는지. 사람에 관하여 사랑에 관하여 그리고 삶이라는 것에 대하여 일상을 빌어 이야기하는 그녀의 그림에 시선을 고정해본다.NP
송인헌 프로필
목원대 미술과 및 경기대 조형대학원 졸업
개인전 8회 (서울, 미국 등)
화랑미술제, 청담미술제, 마니프 국제아트페어, 한국구상대전 등 초대작가,
그룹전, 단체전 및 해외전 200여회 다수 출품
현재 : 한국미협, 한국여류화가회, 상형전운영위원,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 신사임당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석주문화재단 감사, 목원대 강사
장병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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