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과학중점학교의 중심이 되다

정재욱 교장, 열정으로 빚어낸 학생 중심 교육 혁신

서령고등학교(교장 정재욱). [사진=시사뉴스피플 ]
서령고등학교(교장 정재욱). [사진=시사뉴스피플 ]

[시사뉴스피플=김시동기자] 흙은 그 자체로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하지만 씨앗을 품고 햇빛과 물을 머금어 시간이 흐르면 나무, 꽃, 풀이 되어 세상을 이롭고 아름답게 만든다. 과학중점학교로서 생태전환교육을 강조하는 는 흙이 생명을 길러내듯 꾸준함으로 다채로운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과학중점 과정 뿐만 아니라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교과목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기후변화와 미래를 준비하는 생태교육과 오디세이로 대표되는 학생 중심 특색사업도 진행 중이다. 열정적인 교사들과 배움에 대한 설렘을 간직한 학생들이 공존하는 서령고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2024 과학중점학교의 중심 '실천중심 생태전환 환경교육'
2010년 3월, 과학중점학교로서 운영된 이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서령고등학교에서도 특히 눈에 들어오는 행보는 바로  '생태전환 환경교육'이다. 지난해 9월부터 교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정재욱 교장에게 2024년은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는 해였다. 줄곧 생태전환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으나 주변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정 교장은 '생태전환 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탓에 현실적인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올여름이 유난히 더웠던 것처럼 앞으로도 기후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란 것은 분명했다. 

"학생들에게 이런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 거죠. 마침 과학중점학교로서 올해의 주제를 '생태전환 교육'으로 삼게 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정 교장의 노력 덕분에 마침내 서령고등학교는 올해 환경 관련 활동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급식 잔반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에 불평하거나, 비건 데이를 진행할 때는 거부감을 표출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학생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특히, 교원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인 ‘살라링’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의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결국 솔선수범하는 교사들의 모습에 학생들도 서서히 환경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서령고의 과학중점학교 포인트 '기본'과 '열정'

'생태전환 교육이란 거창한 것이 아닌,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못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이 정재욱 교장의 지론이다. 서령고등학교는 지능형 과학실 구축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반고이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특목고 중심의 전문 교과 Ⅰ과목을 적극적으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학교에서도 이러한 과목들을 도입하고 있지만, 서령고는 실험 과목을 대폭 늘려 학생들의 기초 과학 역량 신장을 통한 진로 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학생부도 탄탄해지고,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두드러진다. 이밖에도 잘 갖춰진 지능형 수학실, 상상이룸교실 등을 교육과정 운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교과목을 편성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배가 있어도 그 배를 이끄는 사공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과학중점학교라는 타이틀과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도 열정적인 교사진이 없다면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서령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은 주말까지 반납하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헌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정재욱 교장은 서령고의 과학중점학교 포인트로 '열정'을 꼽았다. "과학중점고로서의 학교 분위기를 말씀드린다면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열정적이시죠. 그게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런 결과들이 없었을 테니까요. 열정이 부재했다면 과학중점 과정을 이수할 학생들에게도 기대감이 없지 않을까요?"

학생이 더 특별해지는 특색사업 '서령 오디세이'

모자이크, 고전 읽기, 미래인재융합창의캠프, 생태전환 프로그램 운영
과학중점학교 외에도 서령고등학교에는 특별한 특색사업이 존재한다. 서령 오디세이는 개별화된 자기주도적 능력을 함양하는 '모자이크', 자신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줄 ‘고전읽기’, 진로를 다각도에서 고민하며 점차 구체적인 탐색으로 이어지는 '미래인재융합창의캠프' 그리고 실천적 '생태전환' 환경 프로그램은 마치 여행을 하듯 과정에 집중하여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까지 도출해 낼 수 있는 힘을 길러낸다. 행복의 요소가 반드시 공부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 자신만의 개성있는 형태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정재욱 교장의 신념이 엿보인다. 독서증진 프로그램인 고전 읽기도 특색사업을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정재욱 교장의 교사 시절부터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교사 시절에 학생들과 함께 ‘독서백편’이라고 하는 독서 동아리를 운영을 했었습니다. 거기서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 다양한 주제로 소통했죠. 그게 또 학생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교장 자리에 그냥 있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에서 착안한 RE100 동아리에서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한한 열정과 설렘이 가득한 행복학교

그린앰베서드 [사진=시사뉴스피플]
그린앰베서드 [사진=시사뉴스피플]

열정이 있으면 설렘이 생기고, 설렘이 있으면 열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재욱 교장은 이런 메커니즘을 온전히 이해하여 서령고등학교의 학교 비전으로 삼고 있다. 원래도 학생들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정재욱 교장이지만, 공간 재구조화사업과 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더욱 더 교육적 성과물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리 성과가 중요하다 할지라도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생각과 함께 교육을 자판기처럼 대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동전을 넣고 원하는 것을 눌러 즉시 나오길 기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희망과 꿈을 잃지 않도록 이끌까에 골몰하는 교육자를 택한 것이다. 결국은 학교는 학생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열정과 설렘이 공존하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꾸준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정재욱 교장의 굳건한 마음은 결코 흔들림이 없다.

정재욱 교장, 꾸준함으로 서령고를 더욱 건강하게
1995년부터 교사로 시작해 30여 년간 서령고등학교에 몸담고 있는 정재욱 교장은 오랜 교직 생활에서 나오는 고집보다는 온화함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에게 교육이라는 치열한 경쟁구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질문해 보았다.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한다면 지역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공교육의 연대가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 비하여 여전히 교육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지역과의 선의의 경쟁을 대비한다는 표현이 더욱 알맞겠죠." 

일상이 반복되면 역사가 된다. 정재욱 교장의 교육 철학도 마찬가지이다. 단기간에 급조되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꾸준한 동력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교육을 강조한다.  서령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보편적 가치와 함께 미래 역량까지 갖추도록 길러내겠다는 고집이 더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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