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숙명 앞에 놓인 오바마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등에서 MB와는 다른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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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의 경제철학은 케인스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보이지 않는 손’에 내재된 결함을 치유하고자, 강력한 정부 개입과 규제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미국 정부의 정책노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소하는 리더십 발휘와 자국 근로자 및 중산층의 이익을 우선으로 돌보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짙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경제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그것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 많다. 그중 가장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내는 것이 한미FTA다.
▲ 지난 10월 2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레이크워스에 위치한 팜 비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개최된 경제원탁회의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참여,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폴 볼커 前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빌 리차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자체”라는 명언과 파격적인 뉴딜정책으로 상징되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1930년대 경제대공황 극복정신이 되풀이될 수 있을 것인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다수의 미국 국민은 경제위기를 타개할 인물로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를 선택했다. 그의 승리는 미국發 금융위기의 원인 진단과 정책 대안 및 해결능력에 대한 평가가 결과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의회와 행정부를 민주당이 장악함에 따라, 미국 신행정부의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의 김종혁 전문연구원은“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오바마의 주요 공약들이 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라며“미국 경제 및 세계 경제의 조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신행정부와 의회는 기존의 자유무역에서 공정자유무역으로 전환, 엄격한 노동·환경기준을 반영한 새로운 국제무역협정에 합의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수습될 때까지는 한미FTA 등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관심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가 현안으로 부상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오바마 행정부의 자동차 부문 등에 대한 재협상 요구 등 각종 이슈에 대해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향후 국제무대에서 한·미간 공조 및 경제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KIEP는“오바마 행정부가 녹색성장 산업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과 고용 창출 및 혁신산업정책 등을 추진하고, 의료제도 개혁을 통한 복제약품 수입 및 사용을 촉진할 것”이라며, 이를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9개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 직후 축하의 메시지를 전해준 것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7일 오전 오바마 당선자와 약 12분 가량 전화 통화를 나누면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시키고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증진을 위해 상호가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서로 교환했다.
「오바마가 추구하는 경제 패러다임은 기업체와 정부의 규칙들이 공평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상향식의 진정한 자유 시장 경제다.」
금융과 제조업, 시장전체에 대한 감독기능 강화
▲ 오바마 당선자는 현지시간으로 11월 7일, 긴급 경제참모 회의를 열어 현 금융위기 타개책을 포함해 지난 1994년 이래로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펼쳤다. 이 자리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를 포함해 폴 볼커 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경제자문위원들이 참석했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오바마 정권은 이번 금융악재의 근본 원인을 명확히 규명, 철저하게 개선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오바마는 금융 감독 시스템의 부재를 늘 지적해왔다. ▲각종 금융거래관련법 제정 ▲기존 법체제의 보완 및 강화 ▲금융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정부기관 신설 ▲채무자들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채권자 DB(신원정보시스템) 구축 등 오바마의 금융 관련 공약들은 규제 수위가 높고, 그 내용 또한 매우 구체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스템 개편을 위한 국제공조도 함께 강화할 것이라 밝힌 오바마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감세 축소 △신에너지 정책 △전 국민 의료보장체제 수립 등 중산층 이하의 서민정책 △소수자 배려 △교육과 의료부문에 동등한 기회 제공 등 주요 공약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강화나 처벌이 아닌 신용시장의 정상화 회복에 당분간 주력할 것”이란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자유무역주의에 입각한 통상정책(FTA)은 미국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연구원은“미국의 경제 살리기 해법에 한국이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에 한미관계는 달려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특히“한미FTA 역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번 美 대선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이유도 세계질서와 각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때문”이라고 전한 박 연구원은“세계적인 흐름의 변화는 한미관계와는 별도로 전방위적으로 밀려올 것이므로, 늘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장기적으론 미국의 신통상정책 추진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을 예로 들면, 그들의 지적재산권 침해나 인위적 위안화 평가절하, 노동 및 환경관련 비용 왜곡 등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속가능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면,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바마의 경제정책 = 정부 구제금융, 금융 감독·규제 강화 / 고소득자 증세와 중산층 감세 / 특정산업 세금혜택 폐지 / 보호무역 및 상호주의 / 한미FTA 재협상 / 이라크 조기 철군 등으로 국방예산 절감 / 고소득층과 기업 증세로 재정적자 해소 / 세금 환급과 감면 / 2000억 달러 이상의 친환경 경기부양책 마련」
기존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결점 보완
▲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당선자는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대선 이후 첫 회동을 가지면서, 앞으로 함께 협력해 "개혁의 새 시대(new era of reform)"를 열 것을 약속했다. 현지시간으로 11월 17일, 시카고에 위치한 오바마 정권인수팀 본부에서 만난 오바마와 매케인은 앞으로의 새 행정부에 대한 개략적인 아젠다에 대해 한 시간 가량 의견을 나눴다. 여기에는 현 미국의 경제위기 타개책과 에너지 정책 개편 및 국가안보에 관한 전반적인 국정현안 등이 포함되었다.
오바마 당선인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사회의 통합과 변화를 이끌면서, 국제사회와는 협력을 통해 이라크전과 금융위기 등으로 실추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할 것이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는 오바마 시대의 미국을 둘러싼 이슈들을 여섯 가지로 정리, 검토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시장주의 정책기조 =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시장주의 정책기조는 약화될 것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정책노선에 따라 의료·에너지와 교육 등에서 정부 역할이 커지고, 금융기관에 대한 각종 규제 및 감독기능도 강화될 것이다. ▶금융위기 대처 = 부시 행정부의 구제 금융조치들을 계획대로 수행하는 한편, 금융규제 및 감독체계 개혁 등 금융시스템의 개편작업 추진과 선진국제금융질서 수립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책들을 추진하면서, SOC투자 확대 및 세금 감면과 저소득층 지원 등을 중심으로 한 추가경기부양책도 예상된다. ▶재정수지 적자 = 민주당은 1990년대 들어 재정건전화를 강력히 주장해왔지만, 집권 초반에는 구제 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수지 적자의 확대를 용인할 것이다. 다만, 금융 및 경제위기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집권 후반기에는 재정수지 적자 감소를 위한 노력을 다시 강화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 보호에 주력하고, FTA를 통한 자유무역 확대에는 소극적일 것이다. 통상마찰은 증가하겠지만, 국제공조가 절실한 상황이어서‘슈퍼301조’부활과 같은 일방적 무역보복수단까지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슈퍼301조란, 지난 1988년 8월에 불공정무역관행의 보복(통상법301조)을 강화하는 형태로 성립된 미국 종합무역법안의 조항 중 하나다. ▶일방주의 외교 = 다자주의 외교를 통한 리더십 회복에 주력하면서 일방주의가 약화되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적 현안에 대한 대응방향 = 이라크, 이란과 북핵문제 등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을 시도할 것이다. 유럽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는 한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도 다각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MB노믹스(신자유주의 추구와 작은 정부, 감세, 규제 완화, 한미FTA 강력 추진) vs 오바마노믹스(보호무역주의와 정부 역할론, 부자에 대한 증세, 규제 강화, 한미FTA 수정 요구)」
적극적인 경제공조에 나서야 할 때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현지시간으로 11월 24일, 차기 행정부 재무장관으로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내정을 공식 발표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에는 래리 서머스 前 재무장관을 임명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새로운 경제팀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하루아침에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신속한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구조상 오바마 시대는 또 하나의 기회이자 도전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세계경제 변화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다양한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LG경제연구원의 김형주 연구위원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을 꼽았다.“한미FTA에는 이미 신통상정책의 노동 및 환경 관련 규제가 반영됐다”고 지적한 김 연구원은“자동차 부문의 개방안은 거의 일방적일 정도로 미국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한 그는“향후 한·미 당국자 간 논의과정에서 美 의회와 행정부에게 기존 협정안의 공정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들 역시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함을 피력한 김형주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활로를 하이브리드 차량과 같은 친환경 분야에서 찾고 있음을 전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 역시 미국 정부가 밝힌 장기적인 산업 정책 방향에 맞춰 상품개발과 설비투자 등 향후 대미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회생과 공정무역을 주장하며, 우리를 압박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과거에 비해 무역장벽이 강화되면서 대미 수출에 주력해 온 자동차산업 등 일부 업종에 타격이 올 것”이란 우려와 함께“적극적인 금융위기 해결 의지와 경기부양책 등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 우리 경제에도 회생의 길이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각각 나오고 있다. 지난 달 7일, 긴급 경제 참모 회의를 소집한 오바마는 ▷중산층 구제 ▷금융위기 차단 ▷금융구제책 재점검 ▷장기성장 동력 확보 등 4가지 아젠다를 통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미국 경제가 생애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힌 그는“취임하자마자 신용위기 타개는 물론 미국의 성장과 번영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신속하게 동원할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변화를 시도하는 오바마는 그것을 강조해온 MB정권과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기존 흐름(자유화·세계화)과 뚜렷이 구분하고 있는 오바마 차기 정부는 규제완화와 감세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와도 확실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리는 MB노믹스와 오바마노믹스에 대한 근시안적 잣대를 버리고,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국제적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제고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