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된 청아함 속에 솔직한 나를 노래하다

‘사랑의 괴로움과 애절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아네모네는 꽃의 종류에 따라 한 겹에서 여덟 겹까지 있고, 꽃빛깔도 빨강, 하양, 보라 등 매우 다채롭다. 1년 6개월 만에 7집 앨범을 발표한 가수 이수영, 그녀는 어느새 아네모네처럼 애절함의 상징이 되었고, 수수하지만 그 속에서 다채로움을 간직한 은은하고 짙은 향기가 어린다.

한층 성숙해지고 단아해진 가수 이수영을 만났다. 7집 음반 활동으로 인한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여유와 파스텔 톤 같은 부드러움으로 반갑게 맞아준 그녀였다. 7집 앨범‘Grace’는 씩씩한 여자라는 뜻으로 7번째 음반 작업을 하기까지 많은 일들과 마음에서 우러나온 웃음과, 눈물, 행복함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번 타이틀곡‘그레이스’는 그동안 이수영이 불렀던 애절하고 슬픈 발라드가 아니다. 미디어 템포의 밝고 통통 튀는 상큼한 곡으로 그레이스라는 이름의 여성이 이별 후에, 슬픔에 울지만 씩씩한 척하는 모습의 양면성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Q : 1년 6개월만의 7집 앨범 Grace 발표

▲ 최근 7집 음반 Grace를 발표한 가수 이수영
A : 제가 음반을 내는 동안 가장 긴 공백기를 가졌는데, 1년이 짧을 수도 있지만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그러면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7집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내 음악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다듬게 됐어요. 이번 앨범은 예전보다 더 담백해지고, 직접 작사함으로써 솔직하게 저를 표현했어요. 그리고 7집을 준비하면서 8집이 기대되는, 참 하고 싶은 게 많아진 7집이었죠. 7집‘그레이스’는 그 전 앨범과 달리 심적인 부분들이 깊고 자연스럽게 묻어 나와서 좋아요.

Q : 휴식기, 그리고 일상생활

A : 1년 동안 많이 성장한 기분이에요.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다보니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요. 많은 사람들이 제 세상을 봐왔지만, 정작 저 자신은 내 세상을 못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세상에 나가 직접 땅을 밟고 걸으면서 눈을 맞추다보니 당연히 성숙해지고, 달라질 수밖에 없었죠. 쉬는 동안 또래에 친구들과 만나서 밥 먹고, 수다 떨고, 찜질방도 가고, 그렇게 허송세월 보냈어요. 그거 너무 해보고 싶었거든요. 정말 시간을 나태하고 써보기도 하고요. 여행할 때는 일 할 때보다 훨씬 더 피곤하게 움직이고, 하루 종일 음악만 듣기도 했어요.

Q : OST‘이 죽일 놈의 사랑’참여

A : 일부러 OST를 하려고 했던 것은‘이 죽일 놈의 사랑’작업이 처음 이였어요. 신기해요. 시나리오만 가지고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노래해야 했었는데, 드라마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노래가 언제 나오는지에만 관심이 쏠렸죠. 사실,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곡이 너무 좋아서 탐이 났어요. 그 곡을 보고‘이건 내가 불러야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거든요.

Q :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연기할 생각은

A : 연기할 마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있는데, 아무도 저를 안 시켜 주더라고요. 이야기는 늘 해왔어요. 근데, 그때는 수긍을 하시면서 나중에 보면 뮤직비디오주인공 캐스팅은 이미 다 끝나버린 상태죠. 7집 뮤직비디오에는 이준기씨가 나오는데, 정말 잘 생겼어요.“감사합니다”라는 그런 기본적인 대화만 나누고, 그냥 얼굴만 가까이서 봤죠.

Q : 가장 좋아하는 것 & 싫어하는 것

A : 가장 좋아하는 것은 교회에 나가서 찬양하는 거 매우 좋아해요. 제일 신나죠. 가장 싫어하는 것은 저 자신이 자만해져 있는 거요. 남들은 모를지라도, 자만이라는 조그만 싹이 내 마음속에서 자라는 기분조차 용납이 안돼요. 그래서 빨리 잊어버리고, 회개하죠.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 자만이라는 것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런 걸 느끼면 너무 죄스러워요.

Q : 봄 하면 떠오는 기억

A : 봄 하면 천식, 비염 그런 거만 생각나요. 제가 평소 천식과 비염을 동시에 가지고 있거든요. 환절기가 되면 너무 심해지니까 매년 봄마다 그것 때문에 고생을 해요. 그래서 봄에는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좋아해요.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까요. 봄은 왠지 소생하고 시작하는 계절이라서 그런지 산만하고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가을은 어느 정도 한 템포 쉬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절이라는 기분이 들죠.

Q : 밸런타인 & 화이트 Day

A : 안주고 안 받는 게 제 철칙이에요. 주고는 싶지만, 사실 챙겨주려면 주위 사람들 다 해줘야 하는데, 전 그렇게 정성스럽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밸런타인 때는 뻔뻔하게 넘어가고, 화이트 데이는 아예 기대도 안하죠.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좋아해서 그때 한 번만 챙겨드렸던 것 같아요. 주위의 친구들이 글씨도 예쁘게 잘 써서 무엇인가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비하는 것을 보면 특기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 10년, 20년... 후에 그리는 내 모습

A : 행복한 가정의 주부생활은 기본으로 하지만, 멋진 디너쇼를 구상하면서 저와 함께 늙어가는 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때는 대중적인 인기도 많이 떠나가고, 정말 옥석 같은 팬들만 남겠죠. 그런 팬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옛 이야기, 앞으로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나’를 담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자신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이수영,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즐기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봐 주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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