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것은 발사체 조립과 성능시험 뿐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KSLV-I 발사체의 2단 부분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엔진과 비행시스템이다. 지금은 발사를 앞두고 러시아에서 개발한 엔진이 탑재된 1단 부분을 2단과 결합시켜 최종 성능을 점검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나로우주센터는 이제 로켓 발사대까지 모두 완공돼 발사체 조립과 성능시험만 남겨두고 있다.

현재 설치가 완성된 발사대 시스템은 성능시험을 이번 12월 말까지 끝낼 예정이며, 인증시험을 거친 후 내년 2/4 분기에 발사할 예정으로 있다. 인증시험을 통해 발사체가 완벽하게 결합이 돼서 모두 압력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과학기술위성 2호는 40분 만에 궤도로 진입해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세계에서 9번째로 자력 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라가 되는 순간이다. 항우연은 이번 발사를 계기로 2017년까지 1.5톤급 저궤도 실용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기술 자립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조립이 끝난 로켓은 최종점검 뒤 이곳 발사대로 옮겨져 우주로 발사된다. 내년 상반기, 우리땅에서 최초로 발사되는 로켓은 새로운 우주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발사대에 대한 성능시험은 12월 말까지 완료 계획
▲ 2001년 4월 건설이 시작된 나로우주센터에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에 이르는 510만8350m²의 터에 3125억 원이 투입돼 발사통제동, 추적레이더동, 로켓 조립동, 우주교육홍보관 등 9개 건물이 들어섰다.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 우주센터’. 공사 중인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우주강국으로 도약을 꿈꾸는 우리나라 최초 자력발사 위성 ‘KSLV-I’호의 발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12월 완공 예정인 발사장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마주보고 있는 마치산(해발 380m) 중턱을 깎아 만들었다. 2001년 4월 건설이 시작된 나로우주센터에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에 이르는 510만8350m²의 터에 3125억 원이 투입돼 발사통제동, 추적레이더동, 로켓 조립동, 우주교육홍보관 등 9개 건물이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완공될 발사대는 우주 로켓 발사에 필요한 최첨단 기계 설비와 전자장비가 밀집해 있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오랜 발사 경험을 가진 러시아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세계적인 발사장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현재 내년 2분기로 예정된 KSLV-I의 발사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직원 120여명과 대한항공·현대중공업 등 협력업체 직원, 흐루니체프 등 러시아 연구원까지 힘을 합쳐 발사체와 발사대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나로우주센터는 KSLV-I 의 1단부와 상단부 결합작업을 최초로 공개했다. 높이 33m, 무게 140톤인 KSLV-I 은 과학기술위성 2호를 164km 상공까지 보내는 1단 로켓과 그 뒤부터 우주 궤도까지 올려 보내는 2단 로켓으로 이뤄진다. 1단 로켓은 현재 러시아와 공동 개발 중이고, 2단 로켓과 과학기술위성 2호는 순수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 KSLV-I 은 내년 2분기 발사될 예정으로 1단 로켓 개발이 늦어지면서 발사 일정이 올해에서 내년으로 연기됐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장은 “세계적으로 첫 발사에 성공할 확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자칫 시간에 쫓겨 발사를 서두를 경우 로켓 발사를 그르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합 시연에서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1단부(1단 엔진, 연료탱크, 산화제 탱크)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상단부(2단 로켓, 과학기술위성, 노즈페어링)의 최종 결합 직전까지의 작업을 실시했다. 시연에는 실제 발사체가 사용된 것이 아니라 1단 지상검증용기체(GTV)와 상단 인증모델(QM)로 진행됐다. 조광래 항우연 우주발사체사업단장은 “발사체 개발과정에서 구조체·연소·목업(mock-up)·실제 등 각 단계별 시험을 위해 1단만 4∼5개를 제작해 테스트할 정도로 완벽을 기한다”며“2단도 10세트 정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립 시험은 향후 실제 조립시까지 반복적으로 실시되고, 실제 조립은 지상 발사대 시스템 준비가 완료된 이후에 실시된다. 발사체 개발과 함께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우주센터의 발사시스템 준비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발사시스템은 총 23개의 시스템으로 구성되며, 크게 지상기계설비, 발사관제설비, 추진제 공급설비의 3개로 나뉜다. 민경주 항우연 나로우주센터장은 “발사대 시설 공사는 완료됐고, 현재는 발사대에 대한 성능시험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성능시험은 12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첫 로켓발사 성공률은 27.2%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라며 “발사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2분기 중 발사 예정인 로켓은 발사대를 떠나 25초간 수직으로 상승한 뒤 정남향에서 동쪽으로 10도 방향을 틀어 오키나와쪽으로 날아간다. 오키나와 상공을 지날 때 고도는 약 290㎞ 정도이며, 이후 발사 225초 후 상단부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된다. 이후 1단 엔진 연소 종료 후 2단 분리되고, 발사 540초 후 과학기술위성 2호가 분리된다. 이후 궤도에 진입한 과학기술위성 2호는 위성궤도 측정과 대기·지구복사 에너지 등의 과학임무를 수행한다.

실제 발사되는 로켓은 러시아와 공동개발
▲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기술진이 지난 10월 16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 소재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소형위성발사체(KSLV-I) 1단 로켓(왼쪽)과 위성 탑재부를 포함한 상단 로켓 결합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발사체는 각종 성능ㆍ인증시험을 거쳐 내년 4~6월께 발사될 예정이다.
실제 발사되는 로켓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로켓 제작회사인 흐루니체프사가 공동개발 중이다. KSLV-I 의 1단 로켓은 이곳에서 내년 2분기 중 국산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어 상공 170km까지 밀어 올리게 된다. 2단 로켓으로 이루어진 KSLV-I 의 가장 큰 부분은 러시아에서 온 1단 로켓이다. 러시아에서 온 26 m 길이의 이 1단 로켓은 KSLV-I 의 전체 길이(33m) 중 3/4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무게 140t의 98%나 나가며, 그만큼 한국형 우주 발사체에서 1단 로켓이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이렇게 중요한 1단 로켓을 우리가 직접 만들지 않고 외국의 로켓으로 이용하는 까닭은 아직 우리나라의 기술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온 1단 로켓은 바이칼 호수와 연결된 강의 이름에서 따온 ‘앙가라’로 이제껏 한 번도 발사되지 않은 신형 로켓이다. 1992년 소련이 러시아와 여러 나라로 나눠지자 러시아의 우주 관계자는 매우 난처했다. 중요한 로켓 제작 공장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데다, 가장 많이 이용하던 로켓 발사장은 카자흐스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8월 우리나라의 무궁화 5호 위성을 발사한 러시아의 제니트 우주 로켓도 우크라이나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러시아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프로톤이란 로켓도 있다. 프로톤은 국제 우주 정거장의 러시아 모듈에 쓰일 부품을 실어 나른, 현재 러시아에서는 가장 힘이 센 로켓이지만 이 로켓은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 센터에서만 발사가 가능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러시아에 있는 공장에서 만들어져, 러시아에 있는 발사장에서 쏘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우주 로켓의 연구에 나섰는데 이것이 바로 앙가라 로켓이다. 앙가라는 마치 레고 블록을 쌓듯이 로켓을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형할 수 있어 비교적 작은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제니트와 대형의 위성을 탑재하는 프로톤의 장점을 모두 살린 로켓으로, 우리나라의 과학 위성처럼 무게가 가벼운 저궤도 위성은 1개의 앙가라 로켓을 사용하지만, 무겁고 높이가 높은 정지 궤도 위성 발사를 위해서는 4개의 앙가라 로켓을 묶어 사용하는 것으로 앙가라는 러시아의 미래 우주 개발을 대표하는 다용도 로켓인 셈이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러시아가 만든 1단 로켓에 맞춘 러시아 쪽의 발사대 설계를 좇아 만들다보니 이런 발사 방식을 택하게 됐다”며 “나라마다 다른 발사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직으로 선 채 고정된 발사대에 의지해 발사체를 조립하는 작업을 한 뒤에 쏘아 올리는 방식이 가장 흔하게 쓰이지만, 일본 등에선 완성된 발사체를 수직으로 세운 채 발사대까지 끌어와 쏘는 방식도 쓰인다고 한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는 다 조립된 발사체를 수평으로 뉘어 끌어와 일으켜 세운 뒤 발사하는 방식이다. 이 작업은 발사 24시간 전 개시된다. “아마도 발사 24시간 전부터는 연구자들이 잠을 청하기 힘들 것 같다”고 민 센터장은 말했다. 근처 조립동에서 견인차량을 이용해 완성된 발사체를 느린 속도로 끌어와 발사대 위에 올리면, 발사대는 17분에 걸쳐 서서히 수직으로 일어서며 발사체를 일으킨다. 이때 발사체 무게는 10톤 정도. 이어 130톤 가량의 액체산소 추진연료를 넣는 고난도의 작업이 끝나고 발사 순간이 다가오면 발사대는 다시 원래 상태로 눕는다. 이제 140톤 무게의 육중한 발사체는 지지대 없이 홀로 서서 수직 발사를 기다린다. 민 센터장은 “전기 에너지 등을 공급하는 여러 배관이 들어 있는 ‘케이블 마스터’ 만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상과 발사체를 연결하는 장치”라며 “케이블 마스터는 발사체가 우주로 박차고 날아가는 순간에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발사체에겐 ‘탯줄’과도 같다”고 말했다.

우리 발사체에 실린 우리 위성이 우주로
▲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이렉터)는 평상시엔 수평으로 누워 있다가 발사 때에 수직으로 일어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높이 30m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내년에 발사될 한국위성발사체(KSLV-Ⅰ)의 길이 33m보다는 조금 작다. 이런 발사대 방식은 주로 러시아에서 많이 쓰이는데, 위성을 쏘아올리기 좋은 발사 각도를 찾아 적도 부근까지 발사체를 배에 싣고 가서 ‘해상 발사’를 할 때 자주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나로우주센터장은 미국에서 고분자물리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다 1989년 ‘해외 유치 과학자’로 한국에 돌아왔다. 가족은 “보장된 미래를 왜 포기하느냐”며 귀국을 말렸지만, 그는 조국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남부럽지 않던 미국 생활을 내던지고 조국을 위해 몸 바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일하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그는 미국의 미사일 기술을 가까이서 지켜본 거의 유일한 한국인 과학자다. 그러나 꿈을 가슴 한켠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협정을 비롯한 군사적, 정치적 제약 때문이다. 그는 1991년 KARI로 일터를 옮겼고, 이곳에서 고체연료를 쓰는 우주로켓 KSR-I과 KSR-II를 개발했다. KSR-I은 1단 로켓으로 1993년 6월 발사됐고, KSR-II는 2단 로켓으로 1998년 6월 발사돼 단 분리에 성공했다. 그는 “소형이지만 로켓이 하늘로 치솟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러웠다”고 회고한다. 그의 꿈은 지금 외나로도(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에 가 있다. ‘우리의 우주기술로 대한민국의 강토를 보호하는 것’이 그의 바람. 내년 봄이면 ‘우리 땅’인 북위 34.26도, 동경 127.3도에서 ‘우리 발사체’에 실린 ‘우리 위성’이 우주로 솟구쳐 오른다. 어스름에 위성을 발사하는 이유는 태양전지가 가동되는 시점에 맞춰 햇빛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우주로 오르는 ‘문’[론칭 윈도(launching window)라 불린다]이 열리는 때는 오후 4시부터 7시까지다. “어스름이 깔릴 무렵 위성을 발사하면 위성이 남극을 넘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그러곤 태양을 바라보면서 전지판을 펴는 것이다. 우주 선진국들도 새로운 발사체를 이용한 첫 발사에 성공할 확률이 27.2%에 그친다. 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고 민 센터장은 말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축적된 노하우 건네 받아

▲ 국내에서 처음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시스템과 추적레이더 등 각종 장비가 구축돼 비행시험 등 발사 준비가 한창이다. 멀리 (맨 뒤편 바다쪽) 평평하게 깎인 자리가 발사대, 왼쪽 발사체는 이곳에서 발사될 과학기술위성 2호를 탑재한 ‘KSLV-I’의 실제 모습을 재현한 모형이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한국의 첫 우주인으로 기록된 이소연 박사를 실은 소유즈호가 지구 밖으로 날아오르는 광경을 외나로도에서 TV로 지켜봤다. 이 박사가 우주로 ‘발사’된 4월8일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은 TV 중계를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의 첫 우주인과 관련해 ‘비행 참여자에 가깝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 그는 “이소연 박사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웅변해준 것이다.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우주인을 배출하는 일은 우주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이다. 우주인 탄생으로 우주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이 고조된 것도 큰 성과다. 이명박 대통령도 ‘우주국가 시대를 열게 됐으니 10년 후에는 7대 우주강국을 목표로 하게 됐다’고 밝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2003년 8월 첫 삽을 뜬 500만㎡ 규모의 나로우주센터에는 현재 △위성발사 통제시설 △레이더 및 원격자료 수신시설 △광학추적 시설 △우주체험관이 들어서 있다. △발사장 △발사대를 제외한 모든 시설이 완공됐다고 보면 된다. 지상기계설비, 추진체공급설비, 관재설비로 이뤄진 발사대 건설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있다. 민 센터장은 “나로우주센터는 발사장이 완공되는 9월 초 준공식을 했다. 늦어진 이유는 러시아가 발사장 설계도를 늦게 넘겨줬기 때문이다.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2만 쪽이 넘는 설계자료를 한국에 넘겼다. 지금까지 축적된 러시아의 노하우가 한국으로 넘어온 것이다. 트럭 2대 분량의 이 설계자료를 바탕으로 KARI와 현대중공업이 한국의 조건에 맞는 발사대를 제작하고 있다. 러시아 기술자들은 설계자료를 주면서 완공까지 23개월이 걸릴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 센터장은 “현대중공업이 1년여 만에 발사대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러시아인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우주산업은 가장 늦게 시작해 가장 빠르게 세계 수준을 따라잡고 있는 분야다. 러시아에서 기술을 들여오는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우리가 계약할 당시의 러시아 경제는 오일 머니로 호황인 지금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발사체 개발은 우주 선진국이 기술이전을 꺼리는 분야다. 미국이 주도하는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미사일 기술 통제체제)는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급 미사일의 수출과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인공위성 발사체를 제작하는 경우에는 MTCR 회원국에 한해 기술이전을 허락하고 있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리는 쾌거는 당초 지난해 10월을 목표로 진행됐지만, 러시아와의 협조가 더뎌지면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진 것이다.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우려한 미국 국무부가 발사체 기술의 한국 이전을 반대하는 서한을 러시아에 보냈다는 내용이 정부의 대외비보고서에 담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경주 센터장은 “그건 사실과 다를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우주 선진국들 발사체 개발기술 이전 꺼려

▲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소(MDC). 발사통제시스템과 추적레이더 등 각종 장비가 구축돼 비행시험 등 발사 준비가 한창이다. 이곳은 발사 책임자를 비롯, 과학자와 엔지니어 30여명이 과학기술위성 2호를 탑재한 발사체 KSLV-I호의 발사를 최종 통제하는 지휘본부다.
발사체 기술은 ICBM 기술과 거의 유사하다. 로켓에 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면 발사체가, 핵무기를 실어 다른 나라로 쏘면 핵미사일이 된다. 고고도 정지위성을 쏘아 올리는 나라는 ICBM을 확보한 것이다. 1998년 북한은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를 로켓에 실어 발사했는데, 그때 사용된 발사체가 대포동 1호(북한에선 백두산 1호라 부른다)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2010년 이후로 예정됐던 위성자력 발사가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로 2005년으로 앞당겨졌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기술이전을 미루면서 결국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외나로도에서 발사되는 위성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한국이 개발 중인 KSLV-I 발사체에 실리게 된다. KSLV-I 은 2단으로 이뤄지는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 로켓은 KARI가 자체 개발했다.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1단 로켓 수준의 발사체 제작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이 풀어야 할 난제다. 민 센터장은 “평균 40명의 러시아인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보안요원이다. 우리 연구원들은 그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보드카잔을 기울이며 맨투맨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나로도에서 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돈을 주고 외국에서 위성을 발사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 센터장은 “우주 주권을 확보하는 초석을 쌓는 것이다. 우주시대를 맞이해 영토 안에 독자적인 우주센터를 보유하고, 발사체 기술을 갖는 것은 주권 확보의 문제”라며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은 국가의 미래, 안위와 직결되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면 우주시대에 기술 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 구한말의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우주를 활용해 지구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우주 선진국 간 경쟁은 치열하다. 미국이 추진 중인 MD(미사일 방어)가 대표적인 우주지배 전략. 특히 동북아시아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 충돌하는 우주전쟁의 최전선이다. 지난해 1월 중국은 ICBM을 발사해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격추했는데, 이는 미국이 우주에 띄워놓은 위성을 요격하는 연습이었다는 분석이다. 위성이 공격을 받으면 위성과 연계된 첨단무기는 ‘장님’이 된다. 미국이 2003년 지상과 우주에서 자국 위성을 잠재적 적으로부터 보호(혹은 적의 위성을 공격)하는 제614 우주정보대를 창설한 까닭이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의 ICBM이 자국 위성을 요격하려 할 때 위성의 궤도를 바꾸는 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주”라고 선언했다. 미국 우주사령부는 정책성명서 ‘비전 2020’을 통해 “펜타곤(국방부)의 임무는 잠재적 반미 세계에서 벌어지는 우주 차원의 군사활동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정책의 핵심목표는 다른 국가가 우주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밝혔다. 우주 주권을 확보하려면 위성체 제작 능력, 발사체 개발 능력, 영토 내 발사장 구축 등 3축이 완성돼야 한다. 한국의 위성 제작과 위성 운용기술은 후발주자 가운데 상위권. 우주센터가 사실상 완공되면서 발사장도 확보됐다. 그러나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은 선진국의 견제 등으로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민 센터장은 “12월 KSLV-I에 위성을 실어 발사하면 독자적으로 위성을 쏘아올린 아홉 번째 국가가 된다. 2017년엔 독자기술로 KSLV-II 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KSLV-II 는 1.5t급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다. KSLV-II를 개발한 뒤 성공적으로 실용위성을 쏘아 올려야만 우주로의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대국의 견제 때문에 영토 안에 우주센터를 확보하고도 위성을 발사하지 못한 나라도 많다. 이에 대해 민 센터장은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꺼리는 외부세력의 견제로 발사에 실패했다. 스파이가 오작동을 일으키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KSLV-II 개발엔 제약이 적지 않다. 한미 미사일협정에 따라 한국은 총출력 100만 파운드 범위 안에서만 미사일 개발이 가능하다. 100kg의 소형 저궤도 위성이 실리는 KSLV-I은 이 기준에 맞춘 것이다. 발사체 개발 분야에서는 족쇄가 어느 정도 풀렸으나, 군사용으로 전용하는 데 유리한 고체연료 방식으로는 연구와 개발이 어렵다. KSLV-II의 1, 2단 로켓이 액체연료로 개발되는 까닭이다. 앞으로 KARI는 2026년까지 우주 탐사용 위성발사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2017~2020년 달 탐사 위성(궤도선) 1호를 제작하고, 2021~2025년 달 탐사 위성(착륙선) 2호를 개발한다는 복안도 세워놓은 상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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