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억압•차별•배제•유폐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해 연말 탈레반 정권은 공공장소가 내려다보이는 주거건물의 창문을 사실상 폐쇄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주거건물의 창을 통해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탈레반 정권의 공식성명에서 “여성들이 부엌, 마당에서 일하거나 우물에서 물을 긷는 모습을 보는 것은 외설적인 행위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년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협정이 끝난 후 2021년 집권한 이후 탈레반은 여성의 기본권에 대한 공격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 여성들은 교육에 대한 권리를 점차 박탈당하고 노동 시장에서 점차 쫓겨났다.
지난 해 8월, 아프가니스탄의 권력자들 만이 이해할 수 있는 “도덕” 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공공장소를 없애는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특히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 내어 읽는 것을 금지했다. 10월에는 한술 더뜨 ‘미덕의 전파와 악행의 예방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관이 마치 집단기도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란을 암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종교의 정치도구화로 일탈에 가까운 터무니없고 과도한 탈레반의 조치는 여성들의 해방과 평등을 향한 그들의 행진의 역사에 역행한다.
따라서 탈레반의 이러한 조치에 대한 비난은 그들이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가치들과 그들의 이익들 사이의 모종의 합의로 현재 탈레반 정권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인권 단체나 서방 정부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탈레반은 권력을 되찾은 이후 어느 나라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적어도 두 가지 문제, 즉 ‘안전’의 문제와 국제 원조가 필수적인 아프가니스탄의 ‘경제적 황폐화’가 오히려 탈레반 지도자들이 원하는 어떤 형태의 구조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안일하고 단선적인 생각을 하는 듯하다.
이전 정부에 의해 임명된 외교관들이 여전히 주둔하고 있던 해외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의 점진적인 폐쇄는 구랍 12월 22일 카불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 대표부가 다시 문을 연 것과 대비되면서 이 구조화의 일면이 엿보이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랍에미리트, 파키스탄과 함께 최초의 탈레반 정권을 인정한 세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 종교와 사회규범의 원칙을 종속시키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치만능주의자들의 독선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은 여성에 대한 이 집요한 싸움에 달려 있다. 국가가 인구의 절반을 최악의 성차별정책에 복종시키면서, 게다가 사회의 불안정성을 유발하는 경제적 저개발 상태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지도자들은 이슬람의 근본주의와 도덕을 교활하게 이용한 정부의 악랄한 정책들 특히 여성차별정책은 반인륜적 범죄로까지 진행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자신들의 정치권력 유지를 위한 종교의 정치도구화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