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교도소 법회, 그들에게 꿈과 희망 심어줘

매년 연말이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그것도 그나마 경제사정이 좋았던 예전 얘기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에는 잔뜩 얼어붙은 경기 탓에 그마져도 줄어들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럴 때일수록 전해오는 참된 봉사 소식은 더 많은 이들에게 한겨울 추위를 녹여줄 훈훈함으로 전달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어울려 살아가길 원한다. 우리 사회에 가장 음지라 불리는 교도소 수형자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도 이들은 우리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모두의 외면 속에서도 30년이란 세월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형자들의 교정교화에 앞장서온 이가 있다. 대전교정보호사업 마하회의 법명 스님은 이들과의 인연을 출소 후에도 이어나가며 사회복귀지원을 통한 재범방지까지 헌신적인 삶으로 일생을 바쳐왔다.

교도소에 수형자들을 위한 차례상 마련

법명 스님은 지난 1970년대부터 교도소 수형자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 30년간 그들에게 교화법회를 해왔지만 그 인연은 끝이 없다. 한명이 나가면 누군가 다른 사연을 가지고 끊임없이 그 빈자리를 메워가기 때문이다. 스님은“교도소에서 내 법회는 항상 만원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범을 저질러 다시 만나는 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고 허탈하기 그지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스님은 매달 빠짐없이 대전지방교정청산하의 교도소와 보호감찰소를 돌며 수형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종교적인 심성순화의 일환으로 시작한 작은 일들이 지금의 마하회를 창설하고 교도소의 수형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차원으로 발전했다. 마하회는 불교를 주축으로 형성된 단체로 그동안 수형자들에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각적인 지원활동을 펼쳐왔다.설과 추석명절이면 교도소 내에 차례상을 마련해 무의탁 수형자들이 겪는 명절에 서러움을 달래줬다. 특히 스님은 교도소 안에서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보호 수준을 끌어
올렸다. 대표적으로 장기 수형자를 위한 ‘가족만남의 집’을 짓도록 해 그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통해 새 삶의 의지를 갖게 했다. 이외에도 사회인들의 참여를 이끄는 위문공연도 매년 이뤄져 이제는 종교를 초월해 모든 이들이 봉사의 뜻을 전하는 창구로 거듭나고 있다. 스님은 수형자들과의 인연을 출소 후에도 계속 이어나가며 취업알선과 정착금지급 등 안팎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지속적인 관심은 그들에게 안정적인 사회복귀와 재범방지에 큰 힘이 돼왔다. 스님의 이러한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사회에 나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이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재범방지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참여 필요해
▲ 법명 스님은 수형자들과의 인연을 출소 후에도 계속 이어나가며 취업알선과 정착금지급 등을 통해 재범방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법명 스님이 진행하는 교도소법회의 주된 내용도 사회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비사상에 관한 얘기다. 스님은 수형자들에게“원망하는 마음을 버리고, 내 자신의 허물을 찾아 반성하라”고 말한다. 스님의 설법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뜻이 담겨있다. 이렇게 스님을 믿고 따라주는 이들이 있어 스님은 오늘도 법회에 서“누가 뭐래도 나는 여러분에 편입니다”라며 그들의 영원한 후원자로 함께하길약속한다.스님은 백운사(옥천)와 법성사(창녕)의 주지 소임을 하는 일이 벅찰 텐데도 한번 맺은 인연을 쉽게 뗄 수 없어서인지, 교도소 수형자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처음 교정보호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신도들 대부분이 반대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 모두가 스님의 뜻에 따라 적극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처럼 주변의 따뜻한 마음과 수형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스님의 지난 30여년 자비행이 가능할 수 있었다.
스님은“예전과 비교하면 교도소문화도 참 많이 변했다”며“당시만 해도 빵과 우유를 사식으로 넣어주는 것이 그들에게 큰 즐거움이었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영치금만 있으면 그 안에서도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한다는 점이다”라는 말과 함께“지속적인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스님은“무엇보다 교도소 수형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건 우리사회의 무관심이다”라고 한다. 앞으로 그들이 사회에 나와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개인의 반성, 단체의 지원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의 따뜻한 관심이 함께 동반되어야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고 건강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끝으로 스님은 앞으로 그들과의 무언의 약속을 통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함께할 뜻을
전했다. NP

법명스님
충북옥천백운사주지, 경남창녕법성사주지, 대한불교사상연구회공동대표,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이사, 대전교정보호사업마하회장, 대전교도소교정협의회부회장, 서울고등법원조정위원, 법무부교정위원, 한국
문인협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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