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정재우 기자] 기후재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강제력과 재정 지원체계를 담은 가칭 「기후적응법」 을 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7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안호영(국회 환경노동위원장)·권향엽·김대식·김민석·김소희·김용민·김우영·김정재·김정호·김주영·김태선·문진석·박정현·박지원·서미화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기후위기 물 재난·생물다양성·식량위기·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국가 기후위기 적응포럼 연속 토론회’에서다.
발제를 맡은 안병철 원광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춰 (기후)적응 정책은 부차적인 영역으로 다뤄지고, 기존 기후변화영향평가는 방법·예산 등의 한계로 독립적 재정 운영이 어렵다”며 “체계적이고 실효성있는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5℃ 상승한 가장 따뜻한 해로 확정했다. 우리나라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가파르다. 환경부의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6℃로 세계 평균(1.09℃)보다 높았다. 표층 수온이 오르면서 지난 30년간(1989~2018년) 해수면 상승 폭(2.97㎜)은 세계 평균(1.7㎜)보다 컸다.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최근 10년간(2012~2021년) 3조 7천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법에 따라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있다. 산업과 인프라에 적용되는 법적 강제력이 미약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제한적이며, 취약계층 보호가 일부 산업군(농업·어업)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안 교수는 “독일은 법적 강제력과 연방-주-지방협력 체계가 강력해 기후적응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은 기후위험 평가와 기술 지원 중심의 정책 운영으로 산업계와 지자체의 자율적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며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는 정부(환경부)-국회-시민사회가 협력하는 '기후적응특별위원회'를 설립해 법 제정을 위한 실질적인 로드맵을 작성하고, 탄소중립 예산과 별도의 예산을 배정하는 한편, 기후적응 펀드 등을 조성해 재정·경제적 이행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언했다.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는 물관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제방, 댐 등 기존 구조물 중심의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 특성에 적합한 안전관리를 위해 △취약지점 우선 보강 △지역의 중요도에 적합한 수준으로 정리 △확폭, 농경지 매수, 보험 등 종합적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주관한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과 경제, 환경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대한 글로벌 도전과제”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감축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생태계의 회복력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를 구축하는 '국가 기후적응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자리에서 “기후위기 대응이라고 하면 온실가스 감축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한번 배출된 온실가스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까지 대기 중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미 진행된 기후 위기 상태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농업, 산림, 수산, 해양, 생태, 보건 등 많은 영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 생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며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밥상 물가 폭등, 기업 활동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면서 민생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기상 관측 이래 113년 만에 가장 더웠던 작년 여름과 같은 폭염, 폭우는 취약계층에게 더 혹독했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어 “그래서 기후위기 대응, 특히 적응 정책은 민생과 닿아 있고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라며 “기후 위기로 발생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갖고 국회에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우 의장은 아울러 “제22대 국회를 ‘기후국회’로 만들기 위해 추진한 기후특위 구성안이 지난주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탄소중립기본법과 배출권거래법에 대한 법안 심사권, 기후대응기금에 대한 예산 의견 제시권 등 기후특위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한 만큼, 기후특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