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로 영화감독으로의 첫 데뷔 신고
그런 그가 이번에는‘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라는 영화의 극본 및 연출을 맡아 영화감독으로의 첫 데뷔를 신고했다. 권상우, 이보영, 이범수 주연의‘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오랫동안 서로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애틋한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로, 벌써부터 최고의 슬픔을 담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크랭크인을 이틀 앞둔 지난 12월 19일, 영화 준비에 한창인 원태연 감독을 만났다.
Q. 영화감독 데뷔를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Q.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어떤 영화인가
- 오 헨리의‘크리스마스 선물’에서 보면 남편은 시계를 팔아 부인의 고급 머리빗을 사고, 부인은 자신의 탐스러운 머리칼을 팔아 남편의 시계 줄을 사지 않나.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죽어가는 어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자신보다 착하고, 건강하고, 능력 있는 남자에게 시집보내는 얘기다.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슬픈 사랑이야기다. 물론 거기에 더 슬픈 이야기가 반전으로 숨어 있다.
Q. 배우 캐스팅은 만족하나
- 만족하는 게 아니라, 아주 흡족하다.(웃음) 며칠 전 내가 시를 썼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단역 분들에게 부탁드린 게 있다. 시가 받침 하나로 뜻이 달라지듯이, 난 그 분들이 영화의 받침이라고 생각한다. 시에서 그만큼 받침의 역할이 중요한 것처럼, 단역이지만‘진짜로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주연, 조연배우 분들에게도‘진짜처럼만 해주시면’하는 것만 부탁드리고 있다. 이 영화가 큰 자본이 들어가거나 엄청난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영화는 아니지 않나. 그럼 결국 등장하는 인물들의 진짜 연기를 통해 감정으로 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Q. 시인에서 영화감독이 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 간단하게 얘기하면 시인이었을 때는 혼자 밥을 먹었고, 영화감독이 된 후로는 30명 정도 되는 스텝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거다.(웃음) 영화를 하며 느낀 것은 영화는 그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내 생각이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내 잘못을 인정하고, 내 생각이 잘됐다고 하는데 가만히 들어봐서 아닌 것 같으면 채워주고.. 그런 작업들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Q. 체육학을 전공했는데, 시인이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Q. 주로 사랑 얘기를 많이 다뤘는데, 경험담에서 우러나온 건가
- 나는 사랑에 대한 얘기를 쓴 게 아니라, 외로움에 대한 얘기를 쓴 거다. 그런데 그게 사랑이라는 주제가 되어버린 거지.. 내가 뭔가를 쓰면 나를 여자로 아는 사람도 있고, 죽었다고 아는 사람도 있더라.(웃음) 이런 말 진짜 싫은데 왜 창조적 자아라고 있지 않나. 나는 그냥 영화를 준비하는 38살의 아저씨일 뿐인데, 이 사람이 모니터 앞에 앉거나 배우들을 만나면 자아가 달라지는 거다. 나는 시를 쓸 때 그저 내가 감동받은 걸 적는다. 그냥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들이 온다. 그럼 그냥 적는 거다. 그게 시인이 할 일이다. 사실 그렇게 사랑 경험이 많지도 않다.(웃음) 그냥 사람 사는 얘기들이다. 그래서 내 시를 읽으면 친근감이 생길 것이다. 그 친근감이 지나쳐서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단어들을 쓰기도 하고.. 너무 사랑 얘기만 쓰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문학적인 가치로 편향된 것 아닌가. 그것도 굉장히 웃기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Q. 아까 등단시스템을 얘기했듯이, 그래서 문학계의 비주류로 분리되기도 했는데

Q. 작사가, 뮤직비디오로도 활동했는데, 문화적 관심이 많은가
- 관심이라기보다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자극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자극에 민감하면 그만큼 창작욕이 있을 거 아닌가. 누가 날 자극하면 그걸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거다. 그럼 이왕 하는 거 좀 오리지널하게 해보고 싶은 거지.
Q. 물론 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겠지만, 특히 애착이 가는 분야가 있었나
- 나는 굉장히 단순한 사람이라 그때그때마다 그 매력에 빠진다. 얼마 전 이 영화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었을 때는 그 소설에 빠져 있었고, 지금은 영화감독 작업에 빠져 있다.
Q. 소설이 영화화 됐을 때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나

Q, 지금까지 그 수많은 창작욕구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나.(웃음) 내가 쓴 시 중에‘그냥 좋은 것’이라는 시가 김포공항 어딘가에 걸려있다고 하더라.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마음에 들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순 없는 사람. 어느 순간에 식상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라는 시인데, 그 시가 공항에 걸렸을 때 사람들이 좋아했을 거 아닌가. 그런 욕구도 그냥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Q. 다시 시를 쓸 생각은 없는가
- 2001년도에‘안녕’이라는 시집을 내고 정말 안녕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내가 시를 쓰고 있더라. 나는 분명 시를 쓴 적이 없는데 말이다. 시집을 내려고 그렇게 시를 쓰고 있는데 이건 아니다 싶더라. 그래서 다음에 원태연을 만나게 되면 이런 모습은 아닐 거라고 전하며 최선을 다하고 떠났다. 이후 7~8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요즘 아저씨 얘기를 시로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슬슬 생긴다. 대한민국 아저씨 말이다.
Q. 그러고 보니 올해가 30대의 마지막이다. 기분이 어떤가
- 난 지금 누가 나에게 피곤한지, 어떤지 물어보면 나한테 관심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내 기분과 스트레스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지금 피곤하면 어쩔 거고, 아프면 어쩔 건가. 안할 순 없는 건데. 아예 무시를 해버리는 거다. 나중에 다 끝나고 쉬라고..(웃음)
Q. 어디선가 제 2의 원태연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남긴다면
- 당신들이 맞으니까 흔들리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 대신 열심히 하되 진짜 중요한 게 뭔지는 알고 가야 한다. 지금 당신이 표현하고 싶은 게 뭔지, 혹시 당신이 그런 작품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멋있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인가, 멋있는 작품을 만들었던 사람이 될 것인가는 굉장히 큰 차이다.
Q. 마지막으로 영화를 기다리는 팬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내가 얘기하는 매체가 달라졌을 뿐이지, 난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나를 느끼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위해 내가 그동안 얼마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지 전달이 될 것이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느끼셨던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달해드리고 싶다.
원태연 감독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편견’이라고 했다. 목마르면 물마시듯, 타오르는 갈증을 해소했을 뿐인데 그에게 늘 돌아오는 것은 삐뚤어진 시선이었던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꼭 이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조금만 너그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지금의 경기불황도 해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NP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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