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흐름 속에서 노동의 의미를 재구성하다

[시사뉴스피플=이수민기자]18세기 중반, 인류는 사상 첫 번째 거대한 기술 변화를 경험했다. 바로 산업혁명이다. 농경 중심의 전통 경제가 증기기관과 방직기의 발명으로 뿌리부터 흔들렸다. 사람들은 손으로 하던 일을 기계에 넘겼고, 농부는 공장 노동자로 변신하며 도시로 몰려들었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과 생산성을 극대화시킨 찬란한 시대였지만, 변화의 이면에선 수많은 직업이 몰락했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도 엄청난 충격이 있었다.

20세기 들어, 컴퓨터와 자동화 기술의 도입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왔다. 타자수, 전화 교환원, 사진 필름 현상가 등 과거에는 주요 생계 수단이던 직업들이 사라졌고, 정보화 사회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직업군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IT 기술자, 서비스업 종사자, 사내 교육 컨설턴트 등 현대적 형태의 직업군은 바로 그러한 변화를 대변하는 사례들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21세기 AI 혁명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AI는 산업혁명은 물론, 그 어떤 기술 혁명보다도 강력한 노동 재편성을 예고하고 있다.

숫자로 들여다보는 AI 혁명의 위력
세계적으로 AI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일자리 중 60% 이상이 AI에 노출되었거나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AI와 자동화 기술이 최대 3억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 사무직, 제조업과 같은 직군은 AI 기술의 첫 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창고 내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배치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역사 속에서 기술 혁명은 항상 "위기와 기회"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가져왔다. 증기기관이 농부들을 공장으로 보내고, 컴퓨터가 타자수를 몰아냈던 것처럼, 기존의 직업군은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난다.

AI 시대, 새롭게 떠오르는 직업군들을 살펴보자. 데이터 과학자, AI 트레이너, 로봇 유지보수 전문가, 자동화 시스템 설계자 등은 오늘날 뜨거운 시장의 중심에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예측 분석과 데이터 시각화 분야는 더 많은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필요한 새로운 기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AI가 여는 새로운 노동 패턴
AI 혁명은 단순히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가능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과 아이슬란드에서 진행된 ‘주 4일제 근무 실험’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근로 시간을 단축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환경적, 경제적 효율성이 높아지고 인류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독일의 Kurzarbeit(단시간 근로 보전제)는 고용 위기를 해결한 국제적 사례로 증명됐다. 근로 시간과 보수를 줄이되, 근로자의 생계를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며 대규모 실업률 상승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정책이다. 이러한 모델은 AI가 확산되며 대규모 일자리 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국가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는 기존 노동 시장의 위협인 동시에, 인간이 맡아야 할 노동의 형태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반응으로만 대응한다면 혼란과 불안이 커질 수 있지만,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적응할지를 논의하며 대비한다면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기술의 열매는 어떻게 나눌 것인가?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기술을 통해 성장하고 번영했지만, 그 혜택은 불평등하게 분배되었다는 역사가 있다. 이번 AI 혁명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해결책은 사회적 안전망 설계 및 AI 경제 수익의 공정한 분배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는 결국 도구일 뿐이다. 도구가 인간에게 이익이 될지, 해가 될지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일부 기업과 기술 전문가의 몫만이 아니며, 민주적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의견을 내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 편 예고
"AI와 경제 구조 변화: 부의 집중과 분배 문제"
AI 기술은 생산성의 폭발적 향상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부의 집중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도 품고 있습니다. 기술 독점이 가속화되는 시대, 우리는 부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까요? 제2편에서 심층적으로 다뤄드립니다.

차홍규 칼럼니스트 
차홍규 칼럼니스트 

[사진=칼럼니스트   차홍규 (車鴻圭 )] 미술학사, 미술석사, 재료 공학박사

기능올림픽, 장애인 기능올림픽 심사위원, 운영위원 역임
서울국제평회미술제 심사위원장 등 다수 심사위원장
88올림픽 기념 공모 작품전 서울시장상 및, 장관상 등 다수
한중미술협회장, 중국 심양시 인민대외우호협회 이사회 이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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