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윤리가 기술 혁명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시사뉴스피플=이수민기자 정리]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윤리적 문제들은 기존 법 체계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에서부터 AI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그리고 데이터 사용과 프라이버시 이슈에 이르기까지 AI 관련 쟁점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기술 발전이 인간의 권리와 사회적 규범의 이탈을 초래하지 않도록 적절한 법적·윤리적 규제가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차와 책임 소재: AI 시대 법의 첫 번째 시험대
2018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최초의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책임 소재를 두고 큰 법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고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인한 일이었지만, 피해자의 유족은 사고 책임이 자동차 제조사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사인지 모두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책임 추적성(Traceability)’이 주요 화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차량 상태 기록과 AI 판단 로그를 법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여 사고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표준은 여전히 부재하여, 사고 발생 시 법적 혼선을 막지 못하고 있다.

AI 생성 콘텐츠와 저작권 문제: 창작물은 누구의 것인가
최근 ChatGPT나 Midjourney와 같은 AI 생성 도구의 등장으로 AI가 초래한 새로운 형태의 법적 문제들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가 생성한 예술 작품, 문학, 음악 등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는 단순히 창작자와 사용자의 이익 충돌을 넘어, 사회 전반의 창작 개념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2023년 미국 저작권청은 “AI가 순수히 창작한 작품에는 저작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작가나 예술가가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 인간의 기여도가 명백히 있어야만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법적 논의는 AI와 인간의 협업이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중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권리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발전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극도로 민감한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GDPR(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은 AI 시스템이 데이터를 수집·이용할 때, 명시적 동의와 목적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의 활용 가치와 개인 보호 사이의 균형”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페이스북은 AI 알고리즘이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 타깃팅 전략이 GDPR 위반이라는 이유로 13억 달러의 벌금을 지불했다. 이는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고, 다른 기업들도 자신의 데이터 운영 방침을 조정하도록 만들었다.

AI 윤리 문제: 편향과 차별
MIT의 연구에 따르면, AI 시스템이 채용 과정에서 여성 혹은 특정 인종에 불리하게 편향된 결정을 내렸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다. 이는 알고리즘 설계자가 원하지 않았더라도, 학습 데이터 자체의 불균형에서 편향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AI 윤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AI의 학습 데이터를 다양하고 공정하게 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편향이 감지될 경우 이를 수정하거나 막기 위한 지속적인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기술 속도를 맞추는 법과 윤리의 역할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관련 법과 윤리로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으려 하기보다, 기술의 원칙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AI Act(인공지능법)는 AI 활용에 따른 위험 수준별 규제 체계를 도입하였으며, AI 기술이 인간의 권리와 공공의 안전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한다. 기업과 연구소, 정부는 이를 통해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술 혁신은 장려할 수 있다.

미래의 딜레마와 선택: AI, 인간을 중심에 둘 것인가
결국 AI와 관련된 모든 법률적·윤리적 문제는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AI를 인간의 진정한 도구로 만들고 있는가?”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두고 기술을 설계하며, 기술 진행 속도와 사회적 책임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다음 편 예고
"AI와 환경: 지속 가능성을 향한 혁신의 새로운 열쇠"
AI는 에너지 효율화와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파트너로 불리고 있습니다. AI가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까요? 제6편에서 이를 심층 분석합니다.

칼럼니스트   차홍규 (車鴻圭 )
미술학사, 미술석사, 재료 공학박사
기능올림픽, 장애인 기능올림픽 심사위원, 운영위원 역임
서울국제평회미술제 심사위원장 등 다수 심사위원장
88올림픽 기념 공모 작품전 서울시장상 및, 장관상 등 다수
한중미술협회장, 중국 심양시 인민대외우호협회 이사회 이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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