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법적 맹점은 여전히 남아 있어

지난 10월 23일 대법원 제3부는 정백향 씨(정신병원강제입원피해자모임 대표)가 개종을 목적으로 자신을 교회에 감금하고 폭력과 협박을 가하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남편과 개종목사, 신도 3명,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피고들이 낸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피고들은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3200만원을 지급하고 1심과 2심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라”는 원심판결을 최종확정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안산상록교회에서 시무중인 진용식 목사는 자신이 담임하는 교회 신도이자 진목사가 운영하는 이단클리닉 조직원인 김모씨 부부와 함께 2000년과 2001년경 H교회 신도인 정백향(당시 31세) 씨, 진민선(당시 19세) 씨, 오정님(당시 29세) 씨를 개종 목적으로 안산상록교회에 감금했다. 피해자들은 교회 내 예배실과 옥탑방 등지에서 감금당한 채 모욕적인 말과 욕설로 인격모독까지 당하면서 강제개종교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이 개종을 받아들이지 않자 폭행과 협박 등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했으며, 개종에 실패하자 지속적인 개종을 하기 위해 가족을 충동, 피해자들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도록 주선했다. 정백향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돼 강제 투약을 받으며 통신과 면회, 산책까지 금지당하고 수시로 개종교육까지 받아왔다. 정신병원강제입원피해자모임(이하 정피모)의 정백향 대표를 만났다.

Q. 8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다.

-법정공방은 2000년부터 시작했지만 8년이지만 1998년부터 정피모 활동을 해왔으니 실질적으로는 10년이다. 제 경우는 포괄적인 인권유린 사건이었다. 종교로 인한 인권 유린, 가부장적 제도 하에서 여자라는, 약자로서의 인권 유린 등 여러 가지가 포함이 되어 있다. 98년부터 준비한 형사재판은 진용식 목사부터 10년간 인권을 찾으려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최초의 판결이다 보니 힘들었지만 당연히 될 것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판결에서 피고 무죄판결이 나와 처음엔 억울했는데 첫 번째 사례인 만큼 힘든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직접 대면은 하지 않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피해자 분들께서도 많은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해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의사 부문에 대해서는 재량권의 감금, 목사로서는 개종을 권유, 선교활동을 할 수 있는 재량권에 대한 유죄가 난 첫 사례였다. 앞으로 인권을 회복하는데 대해 성숙하게 서로 존중하고 포용하게 되는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일들을 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Q. 소송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람들이 가진 편견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오해의 정도가 아니라 적대적으로 대립감정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권단체, 법을 안다는 사람들조차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심지어 경찰이면 경찰의 의무, 언론인이면 언론인의 의무 등 각각 공정한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았다. 분명 종교와 종교의 문제가 아닌데도 그렇게 보는 시선들이 많아 힘들었다. 또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도 많았다.‘무슨 행동을 했으니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 아닌가’하는 그런 것들이 힘들었다. 처음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차츰 이해를 하게 됐다. 가두에서 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가진 편견이 깨지기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지만 이해를 하게 됐다. 소송의 진행과정에서는 황당한 거짓말들 때문에 힘들었다. 솔직히 1심에서 무죄가 내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 자신이 정상이고 많은 증인들이 증언을 했고, 정상인이라는 진단서, 확실한 증거들이 있었다. 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람조차 나를 정신병으로 입원시킨 것이 아니라고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피고인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땐 ‘정말 여론밖에 없구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구나’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Q. 정신보건법 제 24조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신보건법 제 24의 맹점은 가족동의의 입원, 즉 보호자에 의한 입원이다. 가족동의로 입원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신질환이 아닌 가족갈등 때문에 쉽게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입·퇴원과 치료에 대한 모든 진단의 재량이 정신과 전문의 한사람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과 전문의의 재량권에 대해 잘못된 재량의 행위가 잘못 됐는지 잘못되지 않았는지 밝힐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모든 재량권이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제기가 된다 하더라도 같은 의사가 진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어려웠던 점도 1심에서 재판은 재판대로 진행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의 차트를 신경의학회에 넘긴 후 신경의학회의 소견을 반영하겠다는 부분이었다. 신경의학회도 의사그룹이지 않나. 지인의 소개를 받고 간 의사조차도 “같은 정신과 전문의 등에 칼을 꽂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소견을 내린다는 것은 곧 정신과 의사 내에서 매장을 의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희를 도와주신 정신과 전문의도 그러한 이유로 힘든 곤혹을 치르시기도 했다. 또한 정신보건법에 나와 있는 규정이 모호해 오진을 밝혀낼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입원에 대해 ‘입원할만한 정도와 성질의 정신병이 걸려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정도와 성질은 결국 의사가 판단을 하는 것이다. 즉 의사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의미다. 이는 보호자와 의사 사이에 담합이 이루어지면 정신병원 입원은 쉽게 된다는 것이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병원의 이익창출을 위해 정상인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왔고 그러한 것들이 관행적으로 계속 굳어져 왔다. 우리가 주장을 했던 것은 이러한 의사와 의사의 재량권을 전면으로 주어진 24조 자체를 폐지를 하고 다른 입원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현재 강제입원이 이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재량권에 대한 모든 권력이 의사에게 100%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지난해에 정신보건법 24조가 개정이 되긴 했지만 이는 보호자 1인의 동의에서 2인 이상의 동의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는 오히려 어떻게 보면 퇴원만 불리해질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보건법 24조를 폐지하고 다른 입원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자세하게는 더욱 연구를 해봐야 하겠지만 입원에 대한 진단은 의사가 하되, 입원을 시켜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법권이 개입을 해서 조사를 하는 등 사법권이 개입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또한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만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심리사도 있고 사회복지사도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 인권단체나 변호사나 후견인들이 참여해 사전에 처음부터 심각하게 논의를 해서 입원을 결정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의사 한 사람이 모든 재량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치료도 할 수 있는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는 치료에 개입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변호사나 인권단체나 후견인으로서 적극적으로 같이 개입해서 입원을 해서도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강제입원, 수용 위주를 탈피해야 한다. 다음 단계 사회복지시설 등 차례차례 단계적으로 도입해 잘 운영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타 신체 장애인들이나 정신질환자나 지체장애자 등 자신의 의사를 충분하게 말할 수 없는 분들이 많이 당하는 것 같다. 실제 정신질환자들의 경우도 어떠한 환자보다도 편안하고 안정되고 따뜻한 가운데에서 있어야 치료가 되는데, 병원 안에서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이기 때문에 치료가 되지 않는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에는 우리가 요구해서 인권교육부분도 추가가 되었다. 교육의 효과는 장기적이긴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인권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그 안에서의 인권적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풍토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현재 정신병원은 한 병동에만 수백 명의 환자들이 있다. 제가 있었던 곳은 그나마 환경이 좋다는 곳이었지만 간호사나 보호사들이 몇 명 상주해 있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곳은 간호사들은 다른 곳에 가 있고, 보호사 한 명이 관리한다. 때문에 종종 병원 안에서 자살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병원에서 일어난 자살사건은 엄연한 의료사고다. 환자를 제대로 관리, 보호했다면 절대 그런 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

Q. 아직 정신과 전문의와 병원에 대한 형사소송이 남아 있다.
-입원 부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이는 의사 재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계속 주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대법원에서 입원부분에 대해서도 정신과 전문의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다면 다른 의사들도 달라질 것이고 각계의 전문가들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한 교수님은 “지금은 같은 의사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처벌이 진짜로 이루어진다면, 인권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 계속 설 경우 학자 그룹에서도 도태되거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끝까지 옹호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자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말씀하시기도 했다. 이에 대한 판결은 분위기를 바꿀 것이다. 2심에서도 바뀐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강제입원은 이루어지고 있고 피해 호소하시는 분들을 퇴원시키는 것도 어려운 것은 여전하다. 대법원에서 판례가 나온다면 이는 분명 바뀔 것이다. 대법원에서 확실한 판례가 나온다면 다른 피해자분들이 실질적으로 구제받는데 큰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24조는 개정이 되어야 한다. 판례가 있어서 쉽기는 하겠지만 결국 입원이 된 이상은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case by case 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피해자 분들이 우리의 소송을 보고 법적구조를 받기 위해 소송을 하기도 하지만 전혀 게임도 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개선이 되려면 입원부분이 인정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24조가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신보건법 24조의 폐지다. 물론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정신병원을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있다. 정신질환자들도 충분히 주민들과 지역사회에서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신병원은 정말 열악하다. 병원의 위생상태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럽다. 특히 정신병원에 입원한 절반이상의 환자들은 정상적이신 분들이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문제점이 있는 분들도 있었지만 관심부족, 가족들의 사랑이 부족한 분들이 많았다. 오히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족 공동치료나 식구들의 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 의사다운 의사, 병원다운 병원, 치료다운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대한 끊임없는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최근에는 저희에게 정신병원 강제입원 문제로만 찾아오시는 것이 아닌, 강제개종의 문제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 때문에 도의적인 면으로도 그 부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강제 개종은 단순히 개종의 문제가 아니라 제일 서로 사랑해야 할 가족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족이 가족을 폭행하게 만들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들며 가족들로부터의 고통을 당하게 만든다. 저의 사례가 종교적 첫 판례가 된 사례로서 언론에 알려지기도 해,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가지고 계시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인권활동도 할 수밖에 없고 하려고 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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