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묵(打墨) 퍼포먼스’, 원색적 표현, 영문사용 등 자유로운 작품세계 펼쳐

서예는 한자 문화권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동양 전통예술의 진수이다.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 이는 단순히 문자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오랜 시간 예와 도를 닦아 자신만의 서체로 화선지 위에 만물을 표현하는 멋스러움이 닮긴 전통문화예술에 자랑거리이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학문, 정신이 녹아 있는 서예를 오늘날 대중예술로 발전시키는 일은 현세대가 해결해야할 당면과제다.

이러한 때 몇 해 전부터 타묵(打墨) 퍼포먼스, 독특한 서체, 영문사용 등 서예의 새로운 영역을 선보여 대중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율산(栗山) 리홍재 선생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봤다.

세상을 나왔으면 집을 나와라
붓을 잡았으면 과감하게 법을 버려라.
틀에 얽매이지 말고 완전히 미쳐라 또 즐겨라
온 가슴을 다 내어 주거라
세상은 무한정 넓다. 그리고 무진장 좁다.
-율산 리홍재- 작품 설명 중에

“정적인 평면예술이 아닌 퍼포먼스로 나를 표현하라”

▲ 율산(栗山) 리홍재 선생의 ‘타묵(打墨) 퍼포먼스’ 현장. 춤과 음악과 서예가 어우러지는 공연은 대중들로 하여금 서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적인 것으로만 알았던 서예를 50kg이 넘는 붓을 안고 거리에서 온몸으로 써내려가는 사람이 있다. 대형 화선지 위에 춤과 음악이 어우러져 사람 몸통만한 글씨가 한참동안 새겨진다. 금세 사방으로 먹물이 튀고, 붓과 하나가된 서예가의 땀까지 작품에 그대로 묻어난다. 손이 아닌 온몸의 에너지가 표현된 작품에서는 힘이 넘쳐난다. 율산(栗山) 리홍재 선생의 타묵(打墨) 서예는 온몸으로 표현되는 퍼포먼스, 일종의 행위 예술이다.
지난 11월 인사동에서 율산(栗山) 리홍재 선생이 ‘미친(美親)서예 자고전(自古展)’이라는 주제로 2주간 전시회를 가졌다. 서예가로 살아온 50여년 세월을 뒤돌아보는 이번 전시회는 서예와 다양한 소재들이 만남으로써 얻어지는 색다른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아주 작은 글씨에서부터 점ㆍ선ㆍ원의 어울림을 표현한 수묵화, 한글·한자·영문 혼용서예, 세계 최대의 반야심경(64폭) 병풍 등 333점의 서예작품이 전시되었다.
특히 전시회 시작과 함께 펼쳐진 타묵(打墨) 퍼포먼스는 세대를 초월해 외국인관광객들에게도 서예를 새롭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런 다양한 볼거리들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져 앙코르 전시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작품설명에서도 드러나듯이 리홍재 선생의 작품세계는 인간 내면의 개성과 가치관을 중요시한다. 그는“같은 글이라도 개개인이 느끼는 바가 다르듯 표현방식도 남과 다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먹물의 농담(濃淡)과 붓을 움직이는 힘이나 속도 등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출되는 선과 점의 질감이 서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서예란 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 예술이다.”라고 설명한다.
타묵(打墨) 퍼포먼스는 이러한 그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독창적인 표현방식이다. 동시에 서예를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해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 속에는 그동안 전통서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내면의 모습을 밖으로 표출해내 대중과 함께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새로운 시도가 때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예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서예의 대중성 지향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리홍재 선생은 개인전 외에도 2002년 국내 최초 타묵(打墨) 퍼포먼스 영상작품(VCD)제작, 전주국제영화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개막 타묵공연,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퍼포먼스공연,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성화맞이 전야제·개막식행사, 중국 서안시 섬서성 미술관 행위서예초대전, 몽골 국제우정마라톤대회 개막 퍼포먼스 등에서 서예를 세계에 널리 알려왔다.

서예를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대중예술로 승화, 나만의 눈으로 바라본 작품세계관 펼쳐라

▲ 서계 최대의 반야심경(64폭) 병풍.

율산(栗山) 리홍재 선생의 작품세계가 그렇듯 그의 지난날 행보도 남다르다. 1980년 젊은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열고, 서울미술제 초대작가가로 선발돼 데뷔 초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후, 9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역임해 주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서예인생 50년 전부를 내걸고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난 그가 이번에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서단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그의 작품 활동은 내실에서 조용한 가운데 이뤄지던 서예를 거리로 끄집어내 퍼포먼스를 펼치는 영역으로 넓어졌다. 서예를 자유분방하게 표현해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로 만들고 싶은 이유에서다. 타묵(打墨) 퍼포먼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예를 알려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기위한 첫 걸음인 것이다. 그가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것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아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 같은 노력 때문이다.
대구 시내 중심에 위치한 ‘율림서도원’은 79년 리홍재 선생이 후학양성을 위해 설립한 서당(書室·서실)으로, 그동안 거쳐 간 제자만도 줄잡아 3,000명에 이른다. 문하생들은 서예를 배우면서도 가슴속에 자신만의 작품세계관에 대한 소신이 뚜렷하게 자리잡혀있다. 스승의 가르침 속에서 각자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쌓아가는 것이다.
“어느 것도 정답은 없다. 해답도 없다. 세상 모든 진리가 만물에 녹아있듯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표현해 내는 것이 진리를 찾아가는 올바른 방법이다”라는 율산(栗山) 리홍재 선생의 가르침이 수많은 이들의 작품으로 전달돼 표현돼 우리에 눈에 빛이 되길 기대해본다. NP


+++++++++++++++++++++++++++++++++++++++++++++++++++++++++++++++++++++

작가 프로필
▶현대서예문인화협회 부이사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초대작가·심사위원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초대작가, 운영·심사위원 ▶대구·경북서예문화대전 초대작가, 운영·심사위원 ▶매일서예대전 초대작가회 초대회장, 운영·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 한국서예예술인협회 이사, 문화예술진흥협회 운영위원장, 국제서예가협회 이사, 정예작가협회 부회장, 대구서가협회 지도위원, 한국전각학회, 대구서예가협회, 삼청시사회원
+++++++++++++++++++++++++++++++++++++++++++++++++++++++++++++++++++++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