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한복 소재로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한복 소재로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시사뉴스피플=손영철 전문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틀째인 지난 1일, 회원국 정상들이 ‘APEC 정상 경주선언’을 비롯해 ‘APEC AI 이니셔티브’,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 등 3건의 주요 문서를 채택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채택은 APEC 회원국들이 연대와 협력을 복원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용적 번영을 위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리트리트(Retreat)’ 세션 형식으로 열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비공식 대화의 장이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APEC 정상 경주선언’이다. 올해 APEC이 중점 추진해 온 ‘연결·혁신·번영’을 핵심축으로, 무역·투자와 디지털 혁신, 포용 성장 등 폭넓은 현안을 담았다. 특히 인공지능(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 미래 의제를 포괄한 점이 특징이다.

경주선언문에는 문화창조산업을 아·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명시해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APEC 정상 문서에 문화산업이 공식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K-컬처가 아태 지역 신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주선언은 동적이고 평화로운 아태 공동체를 향한 중장기 비전과 함께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실현하겠다는 회원국들의 의지를 담고 있다”며 “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창출과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AI 협력도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였다. ‘APEC AI 이니셔티브’는 모든 회원국이 AI 전환 과정에 참여하고,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AI 혁신을 통한 성장 촉진 △역량 강화 및 혜택 확산 △민간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APEC 최초의 명문화된 AI 공동비전이자,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첫 정상급 합의문이다. 여기에 ‘AI 기본사회 구현’과 ‘아시아·태평양 AI 센터’ 설립 등 한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영돼 있다.

이 대통령은 “역내 모든 회원들이 AI 전환에 참여해 혜택을 함께 누리자는 취지”라며 “APEC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공동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인구 문제 대응을 위한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도 새로 채택됐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역내 공통 과제로 떠오른 만큼, △회복력 있는 사회시스템 구축 △인적자원 개발 현대화 △보건·돌봄 서비스 강화 등 다섯 가지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담았다.

대통령실은 “청년 역량 강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가 새로운 성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내년 ‘APEC 인구정책포럼’을 열어 협력 네트워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세 문서는 아태 지역을 평화와 번영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APEC 경제지도자들의 의지가 결집된 결과”라며 “향후 APEC의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올해 APEC 의장국으로서 14차례의 각료급 회의를 주재하고, 미·중·일·러 등 주요 회원국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하며 합의 도출을 이끌었다. 경주선언을 비롯한 모든 문서가 전원 합의로 채택된 것도 이러한 조정의 결과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번 정상회의로 APEC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혁신을 통한 번영, 그리고 인류 공동의 미래 대응력 강화를 향한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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