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정이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으로 맞아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으로, 취임 초기 이뤄진 중국 정상의 국빈 방문은 역대 정부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성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식 일정은 천년고도 경주의 상징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시작됐다. 시 주석은 전통 취타대의 환영 속에 입장해 방명록에 서명한 뒤, 이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곧바로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성숙하게 발전시키는 협력의 플랫폼으로 APEC을 활용하길 기대한다”며 “지난 30여 년간 양국이 구축한 상호보완적 협력이 중국의 경제 도약과 한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양국 간 경제협력 구조가 수직적 분업에서 수평적 협력으로 전환되는 만큼, 시대의 흐름에 맞는 호혜적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두 사람 모두 지방에서 출발해 국민과 함께 성장한 지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 경험이 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수교 33년간 제도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 각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통해 공동 번영을 이뤄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건강하고 안정적인 한중 관계 발전은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하고, 시대 흐름에 맞는 올바른 선택”이라며 “한국과 함께 소통을 강화해 지역 평화와 발전에 더 많은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러한 여건을 활용해 한중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중시하며,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공동의 도전에 함께 대응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 기조에 따라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계기가 됐다”며 “양국이 과거의 협력 자산을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에 뜻을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정치·경제·민간 분야 전반의 교류 확대에도 합의했다. 위 실장은 “양국은 고위급 정례 소통 채널을 가동해 현안과 지역·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고, 민간 차원의 우호 협력도 병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평적 협력에 기반한 호혜적 경제협력을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기로 했다”며 “그 일환으로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환영하고, 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진전을 서두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의 채널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 문화·환경 협력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양국은 인적교류 활성화를 위해 상호 방문 편리화 조치를 시행하고, 초국가 스캠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정부의 비핵화 및 평화 구상을 설명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다. 시 주석은 이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응답했다.
약 100분간 진행된 회담 직후, 양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계약서와 정부 부처 간 6건의 양해각서(MOU) 교환식이 열렸다. 이후 양 정상은 친교의 시간을 갖고, 양국 주요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한 국빈만찬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