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손영철 전문 기자] 대한민국이 의장국을 맡은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 국회의장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다자주의에 기반한 국제 협력이 절실하다”며 회원국 의회 간의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을 당부했다.
우 의장은 지난 1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1차 믹타 국회의장회의’ 개회사에서 “지정학적 갈등 심화와 복합적 위기 속에서 믹타는 역할을 재정립하고, 통합과 공존의 미래를 위한 협력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믹타 의회의 포용적 리더십과 실천적 협력은 다자주의를 재확립하고 국제 협력을 추동하는 희망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믹타는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등 5개국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공통 가치로 삼아 2013년 한국 주도로 출범한 협의체다. G20 회원국 중 G7이나 브릭스(BRICS)에 속하지 않는 중견국들이 주축이 되어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국제사회에서 협력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우 의장은 믹타가 지난 10년간 “변화를 만드는 힘은 규모가 아니라 신뢰와 실천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중견국의 위상과 가능성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인식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는 ‘통합과 공존의 미래를 위한 의회의 포용적 리더십’을 대주제로 열렸으며, 국제관계, 기후·에너지, 사회보장, 정치·의회 등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대한민국 국회는 의장국으로서 전체 회의를 주관하고 각 세션의 논의를 이끌었다.
우 의장은 제1세션 ‘평화 구축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의회의 협력과 실천’과 제4세션 ‘정치 양극화 해결과 사회 통합을 위한 의회의 역할’을 직접 주재했다.
제1세션에서 그는 “21세기 들어 국제 분쟁이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유엔은 2025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3억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분쟁과 재난은 난민 이동, 식량·보건·에너지 위기,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이어지는 복합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OECD의 ‘HDP 넥서스(Humanitarian-Development-Peace Nexus)’는 인도주의적 긴급 대응, 개발 협력, 평화 구축 활동을 통합적으로 추진해 지속 가능한 안정과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유용한 접근법”이라며, 대한민국의 유엔 평화 구축 활동 참여, 해외긴급구호법 제정, 공적개발원조(ODA) 강화, 우크라이나 지뢰 제거 사업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또한 “의회는 입법과 예산 심의·승인 권한을 통해 정부의 책무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다양한 행위자들이 인도주의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며 “의회 간 교류뿐 아니라 국제기구나 행정부 주도의 협력체에도 참여해 균형 잡힌 시각을 국제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4세션에서 우 의장은 “정치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흔들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라며 “의회는 정치 양극화의 피해자인 동시에 해결의 주체로서 갈등 조정과 제도적 대응을 통해 신뢰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도가 리더십이다”, “민주주의는 어느 세력이 집권하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삶으로 증명돼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경청과 존중, 절제와 포용의 자세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사회통합을 이끄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제2세션(기후·에너지)과 제3세션(사회보장)은 각각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과 장종태 의원이 주재했다. 홍 의원은 “AI와 기후위기 시대에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통해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포용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장 의원은 “사회보장은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민주주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라고 말했다.
폐회식에서는 다자주의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의회외교 강화, 인도적 위기 공동대응, 한반도 평화 연대, 기후위기 대응, 사회보장체계 포용성 강화 등을 담은 공동성명서가 채택·발표됐다. 공동성명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대화와 신뢰 구축을 통한 긴장 완화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대한민국의 노력에 지지를 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 의장은 “대한민국 국회는 믹타 의회들과 함께 우리가 공유한 가치와 약속을 지속 가능한 행동과 실천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히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