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 어떻게 풀어가나

지난 1월 20일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 새 대통령이 제 44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 새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버락 오바마 새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책임의 시대를 열어 국가 도전과제들을 극복해 미국의 개조, 재건을 시작할 것을 선언했다.


▲ 오바마 새 대통령은 2백만 군중이 내셔널 몰까지 운집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한 것으로 44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오바마 새 대통령은 2백만 군중이 워싱턴 연방의사당 앞 에사 내셔널 몰까지 운집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한 것으로44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오바마 새 대통령은 미 동부시각으로 1월 20일 정오를 약간 넘긴 시간에 에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취임시 사용했던 성경에 한손을 올려 놓고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의 선창에 따라 취임선서를 하고 20분간에 걸친 취임사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미국은 지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고 있고 경제는 심각하게 침체돼 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은 실제상황이며 쉽거나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연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미국 역사학자들은 버락 오바마의 취임 연설을 기록에 남을 명연설로 평가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초강대국’ 미국의 해결사로 나선 오바마는 ‘오늘의 절망을 딛고 희망의 내일로 나가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최초의 미국 흑인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희생 vs 쇼핑? =오바마 대통령은 “두 번에 걸친 전쟁으로 인한 피폐함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직면한 만큼 미국인들이 희생정신을 갖고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선 들을 수 없었던 언급이다. 사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사람들이 일상적인 업무를 지속하고 삶을 즐기라는 말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바빴다. 연료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순간에도 그는 절약 정신을 강조하기에 주저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국가가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라”고 훈계했다면, 오바마는 “책임과 자각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 우리는 자신과 국가, 세계를 위해 책무를 지고 있다”며 국민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국가 안보정책 =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안보 정책이 부시 전 대통령이 견지했던 국가 안보정책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강경 안보 기조는 미국인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쳤으며,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바마는 안보정책과 관련 “미국의 이상과 국가 안보를 위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겠다”며 “미국은 전 세계적 위상을 되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인권 문제가 불거져 왔던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와 함께, 테러 혐의자에 대한 고문 금지를 약속한 바 있다. 또 테러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자행되던 무차별적 도청에 대해선 엄격하게 규제할 방침이다. ▲동맹관계 vs ‘카우보이’ 외교 = 오바마는 전 세계에 다자적 외교를 통해 미국의 위상을 회복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라크 전쟁으로 표면화된 부시 전 정부의 ‘카우보이’식 외교와는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과거 우리는 파시즘과 공산주의에 미사일과 탱크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굳건한 동맹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맞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력만이 우리를 보호하고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철군 문제 = 오바마는 자신이 공언했던 대로 16개월 내에 이라크의 모든 미군 병력을 철수시킬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책임 있는 자세로 이라크에서 철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이라크 철군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를 거부했지만, 이라크 정부의 철군 압박과 치안 상황 호전에 따라 오는 2011년까지 철군하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작은 정부’의 종언 =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주창했던 ‘작은 정부’ 기조는 부시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졌었다. 부시는 그러나 금융 붕괴에 맞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청하는 참모들의 권고에 따라 ‘작은 정부’ 기조를 다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는 공공부문 인프라사업을 비롯한 ‘신(新)뉴딜정책’을 위해 8000억 달러가 넘는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정부의 규모를 논하는 비평가들은 변화된 여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느냐가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과학·보건·지구온난화 =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대선 레이스에서 강조했던 대로 미국의 의료보험체제 개혁을 강조했다. 또 과학과 환경정책에 있어서는 철저히 정치적 요소를 배제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과학이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도록 위상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언급하며, “의학을 발전시켜 의료보험의 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태양과 바람 등 자연을 동력화하고, 이를 통해 차량과 공장의 에너지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전 정부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약속했다. 또 부시가 대통령령으로 금지시킨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조속히 재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 역사학자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집권기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강력한 권한 행사할 시기
역사학자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집권기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늪,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내우외환 속에서도 오바마가 스스로 만들어 내거나 역사로부터 부여받은 ‘힘’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상을 창출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도 “역사학자들이 오바마가 대통령직을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취임 전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78%라는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것은 그가 정권을 꾸려나가는데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현재 민주당 상·하원이 오바마에게 역대 유례없는 강한 충성심을 보이는 것도 정권 유지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오바마 대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온라인 인적 네트워크의 탁월한 충성심도 오바마 힘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측근들이 백악관 입성 이후 온라인을 통한 풀뿌리 운동을 재정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측근들은 이 움직임을 지배구조를 지속시키기 위한 국민과 소통의 도구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WP는 “대통령직은 상당 부분 오바마의 선택과 운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마냥 확신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권력의 정점에 달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스턴대에서 대통령사를 연구한 숀 위렌츠는 “오바마는 대통령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며“미 역사상 오바마 같은 중재자가 레이건 이후에는 없었고 국내외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건하려고 한 대통령도 루스벨트 이후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론과의 허니문 기간을 얼마나 가져갈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뉴욕타임스(NYT)는“미국인들은 오바마가 이른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조언자인 마크 매키논은 “경제위기로 인해 미국인들은 그들이 역대 대통령들에게 줬던 것보다 더 많은 허니문 시간을 오바마에게 주려고 할 것”이라며 “경제위기가 어떤 면에서는 오바마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바마 오바마의 통치 스타일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어떤 통치 스타일을 선보일까? 뉴욕타임스(NYT)는 제 44대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지난 77일간의 정권인수 기간에 보여준 오바마의 행보를 통해 그가 어떻게 통치를 할 것인가를 분석했다. 오바마가 어떻게 나라를 이끌 것인가는 그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요약하면 정책 결정에 주저하지 않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혼란기에 미국민과 지적인 대화도 추구하는 면을 보였다. 오바마는 정권인수 기간에 너무 들뜨지도,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침착하게 확신감을 보여줬고 자신 앞에 놓여있는 엄청난 난제들에도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상무장관으로 임명했으나 그가 비리 관련 의혹으로 낙마하는 등 자신이 발목을 잡는 일부 좌절스러운 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중도주의자들을 각료로 등용하고 초당파적 스타일을 보이면서도 정부 역할의 확대를 추진하는 오바마를 아직 어떻게 특징 지우기가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향후 정책 입안에서 백악관이 중심이 되게 할 것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는 취임 전에 이미 통치 구상을 내놓았지만 여건이 변함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상황에 따라 적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권인수팀을 이끌었던 조 포데스타는 오바마가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훌륭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있다면서 그는 자신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긴다고 오바마를 평가했다. 오바마의 신속한 결정력은 리처드슨 주지사의 낙마 같은 실수에 대처하는 면에서도 확인된다. 포데스타는 오바마가 리처드슨의 낙마를 문제가 발생한지 9시간 만에 결정했다면서 이런 신속한 결정으로 이 문제로 인해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또 회의에선 문제 제기로 시작해 각 참석자들로부터 대답을 들으면서 토론에 참여한 뒤 마지막에는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와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를 정리하는 스타일을 보였다. 이런 오바마의 스타일은 광범위한 자유토론을 선호하면서 결정을 내리는데 시간이 걸렸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비된다. 클린턴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던 포데스타는 오바마가 문제에 보다 논리적이고 핵심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또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하고 보수 논객과 공화당 의원 등 자신과는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적극 대화에 나서는 등 편안한 것만 추구하지는 않는 면모도 나타냈다. 에드워드 렌델 펜실베이니아주지사는 오바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나서는 정치적 용기를 지녔다면서 오바마는 과정보다는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라고 평했다.

▲ 버락 오바마가 미국 44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금융 위기를 계기로 ‘작은 정부’라는 원칙에서 벗어나 금융 부문과 환경 부문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
버락 오바마가 미국 44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바마는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그린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국내 IT업계의 관심이 높다.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초기에 경기 회생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8250억달러 규모의 두 번째 경기부양책 집행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은 향후 2년 간 총 2750억달러의 세금 감면을 통해 근로자 1인당 500달러, 가구당 1000달러의 혜택을 주는 부양책을 내놓았다. 또한 에너지, 교육, 고속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총 550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 부양책은 특히 심의 과정에서 최대 2조달러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오바마 정부는 금융 위기를 계기로‘작은 정부’라는 원칙에서 벗어나 금융 부문과 환경 부문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초래했던 금융 시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립과 일자리 창출이란 명제를 위해 재생에너지 등 그린산업을 육성, 주력 산업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마바 대통령은 수시로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그린IT, 전력IT, 그린카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대폭 늘리는 동시에 그린 테크놀로지(GT) 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그린 뉴딜’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 정책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전에도 노동 시장, 미국 근로자 보호 등을 위한 공정 무역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KOTRA는 이와 관련해 오바마 정부의 대외통상 정책은 공정무역을 구실로 한 보호무역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아닌 다자간이나 지역간 협정을 통한 다자주의 교역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보호무역주의 강도는 대통령 당선 직후 예상했던 것보다는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이스너 재무부 장관 내정자,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하고 무역장벽 제거를 위해 노력해왔던 인물들이 오바마 정부 경제팀에 다수 포진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보호무역주의의 주요 타깃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나라도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외교정책의 중심이 중국으로 상당 부분 이동해 감에 따라 중·미관계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시대, 중˙미 관계의 향방은
2009년은 중국과 미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한 세대를 거친 중·미관계는 또 다른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외교정책의 중심이 중국으로 상당 부분 이동해 감에 따라 중·미관계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계적 경제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협력의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무역마찰과 인권문제 등 양국 간 전통적인 쟁점들은 여전히 민감한 이슈로 남아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 속 협력”= 중국 내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진앙지가 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중·미 간 협력관계가 한층 발전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추이리루 원장은 “오바마 취임 후에도 중·미관계는 크게 출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은 양국 간 이슈, 지역 및 전 세계적 문제와 관련해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제전문지 ‘환구’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황핑 소장은 지난해 11월 홍콩대학 강연에서 “오바마 취임 이후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중국경제가 나날이 발전하고 중국이 미국국채를 대량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금융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위협론’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완 ‘대공보’는 “현재 거대한 금융,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박한 상황”이라며 “미국 내 보수세력의 ‘중국위협론’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주류 이데올로기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미관계 최대 쟁점인 타이완문제도 상황을 악화시킬 악재로 작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궈젠위안 연구원은 홍콩 ‘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집권 초기 1~2년 동안 대타이완정책은 전임 부시 행정부 정책의 연속이 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마잉주 취임 이후 취해온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대륙과 타이완의 관계는 마 총통 취임 이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로 흐르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역·인권문제가 관건” = 하지만 민주당 정권이 전통적으로 통상과 인권문제에서는 공화당 정권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관계에 잡음이 일어날 소지는 충분히 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시사월간지 ‘중국평론’은 “공화당 정권이 지정학과 안보문제를 강조한다면 민주당 정권은 인권, 종교, 무역문제에 치중한다”고 밝혔다. 특히 무역분야는 양국이 세계적 경제위기에 협력해 대응하는 가운데서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다. 추이리루 원장은 “무역통상문제는 올해 또는 향후 일정한 시간 내에 중·미관계에서 마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며 “민주당 행정부는 무역분야에서 이익집단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위안화 환율문제, 지적재산권문제, 환경보호문제 등에서 미국이 중국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바마 정부는 전임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이리루 원장은 “다만 미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조치들을 실제로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인권을 비롯해 시장(티벳)분리독립, 종교의 자유 등 영역에서는 미 의회 상하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행정부에 대한 압력과 대중국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핑 소장은 “시장문제, 인권 및 종교문제 등 중·미 외교관계에서 전통적으로 다뤄졌던 일련의 문제들은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지속되겠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의 현안으로 올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시장문제에서 더 많은 참견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공통된 당면과제 속에서 상호협력에 대한 양국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해결되기 어려운 여러 쟁점과 난제들은 양국관계의 발전 속에서도 뇌관을 품은 채 잠재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부시 행정부 때 타결된 협정문안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보여 왔다. 오바마 시대가 열리면서 한미 동맹 관계의 가장 큰 시험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동맹 시험대는 FTA와 아프간 파병
정부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외교 분야 참모들과 접촉해 왔다. 최근 10년 가까이 경험해보지 못한 조합인 ‘보수 정권(한국)과 민주당 행정부(미국)’에서의 한·미 관계에 대한 방향을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정부 당국자들은 다양한 접촉과 분석을 토대로 “새 행정부에서도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양국 관계의 골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바마 진영이 동북아 역내 안정에 한·미 동맹이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시험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보호주의적 경향이 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부시 행정부 때 타결된 협정문안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보여 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지난 1월 13일 인준청문회에서 “한국 정부가 재협상할 뜻을 갖고 있다면”이란 전제하에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협정문이 양국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재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동맹국의 역할 기여라는 차원에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요청해 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한반도에 국한된 군사동맹에서 벗어나 범지구적 차원의 이슈로 확대하는‘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입장이어서 파병 요청이 있을 경우 쉽게 거절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또 새 행정부가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긴 하지만 동북아 전략이란 큰 구도 속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때와 같이 중국과의 협력 관계 구축에 주력하고, 한편으로는 미·일 동맹의 전략적 가치에 무게를 둘 경우에는 한·미 동맹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첫 대면은 4월 초 런던에서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전망이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