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7년, 그간의 힘든 시기 속에서 지금의 여유 찾아

지난 2002년 영화‘일단 뛰어’로 데뷔한 임정은은 심은하를 닮은 청순한 외모와는 달리 하반신 불구, 벙어리 등 여배우로서는 다소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지도를 쌓아갔다. 최근 종영한 KBS 2‘바람의 나라’에서는 탁월한 정치력과 결단력을 발휘하는 세류역을 맡아 중성적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렇듯 점차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던 그녀가 돌연 예능프로그램 MC로의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지난 1월 중순, 프로그램 개편을 맞아 강호동, 윤종신, MC몽, 최양락과 함께 SBS‘야심만만 2’의 MC로 투입된 임정은은 특유의 재치와 위트 있는 입담을 뽐내며 예능계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진행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기대이상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가고 있다는 호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능프로그램 MC로의 신고식을 치른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그녀는 그간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Q. 예능프로그램 MC로 생활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의 심정은 어떤가
- 어떻다 라기보다는 할 만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아직까지는 재밌다. 예능프로 자체에 대해 아예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그 점이 나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을 편하게 즐기고 있다고 해야 할까.(웃음)

Q. 예능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야심만만 2’를 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막연히 예능프로에 대해‘이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다’라고 마음을 닫았던 적은 없다. 택했다고 하기보다는 그동안 연기활동을 하면서 이런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청순하다, 여성스럽다’는 등 기존에 알려진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인터뷰도 하나의 미팅과정이었겠지만, 인터뷰 후‘야심만만 2’에서도 선뜻 같이 해보자고해서 내심 놀랬고 기분도 좋았다. 왜 나를 택하셨냐고 물었더니‘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 좋았다’고 말씀하시더라.(웃음)

Q.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이미지 변신의 부담은 없나
- 사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부담은 없다. 오히려 실제의 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원래 성격은 더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물론, 그간의 이미지로만 보시다가 이런 모습들을 접하시면‘꾸며낸 것 아니냐, 혹은 낯설거나 실망스럽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그건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언젠가 내가 깨 버려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Q. 최고의 입담꾼들과의 자리,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 그것 또한 운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만나기 힘든 선배님인데 최양락 선배님께서‘우린 동기니까 서로 잘해야 한다’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더라.(웃음) 아직은 처음이라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난감한 질문을 받고 당황해할 때도 잘 보살펴주시고 멘트도 잘 쳐주신다. 항상‘잘 하고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시다보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을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즐기게 되는 것 같다. 편안함으로 어우러지는 자리라 는 것이 가장 기쁘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 감히 호흡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웃음)

Q. 이번 MC 활동을 계기로 앞으로 연기의 폭이 더 넓어질 것 같다.
- 예능프로 출연 자체가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분야의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내게는 큰 소득이다. 그런 만남을 통해서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친해지니 이보다 더 큰 소득은 없다고 본다. 한편으론,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들을 통해 더 많은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그래서 더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잘하고 싶다.

Q. 벌써 데뷔한 지 7년이 지났다. 그간 배우로서의 삶을 돌이켜본다면
- 그동안 힘든 적도 꽤 많았고, 그간의 힘든 시기 속에서 이만큼의 여유를 찾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힘들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에 굉장히 만족해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웃음) 사실‘일단 뛰어’로 데뷔하고 1년 정도 쉬었을 때는‘과연 이 일이 나와 맞는 일인가’부터 시작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많이 어렸는데 지금보다 더 큰 짐을 안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이제 그 짐을 버리고 나니까 여유가 찾아왔다. 이젠 어떤 일이 생겨도 다 이해가 된다. 너무 유하다 생각될 정도로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웃음)

Q. 데뷔하기 전부터 배우에 대한 꿈이 있었나
- 물론 누구나 어렸을 때 한번쯤 연예인을 꿈꾸는 것처럼 관심은 있었다. 하지만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해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운이 좋았다. 물론 운속에서도 기회를 놓친 경우도 꽤 있지만, 아마도 그때는 배우에 대한 큰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후 한 작품 한 작품 늘어날 때마다 뭔가 모르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었다. 그때부터 정말 좋은 배우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더 애착이 가고 욕심이 생긴다.

Q. 데뷔부터 심은하를 닮은 외모로 특히 주목을 받았는데
- 기분이 어떤가를 많이 물어보시는데 나도 어렸을 때는 심은하씨의 팬이었고 마냥 좋았다.
물론, 그것으로 어느 정도 이슈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기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느낌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로 인해 너무 많은 얘기들이 흘러나오니까 그게 싫었던 거다. 특히, 연기에 대해 얘기할 때가 가장 속상했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하반신 불구, 벙어리와 같은 캐릭터 강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었다고 해야 할까.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내 느낌을 찾은 것 같다. 그래서 예능프로를 하게 된 거고..

Q. 여배우로서 소화하기 힘든 역할들을 맡았는데,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나
- 정말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다 새로운 캐릭터를 해서 모두가 기억에 남는다. 많이들‘궁녀’얘기를 하시는데, 벙어리 궁녀 역할 또한 내가 선택한 캐릭터였다. 벙어리 궁녀 말고도 5~6명의 궁녀가 있었는데 유독 그 역할이 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보면 주연, 조연을 떠나서 느낌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이건 정말 나와 맞겠다는 느낌말이다. 물론 시나리오를 볼 때 일단 작품이 우선되지만, 그 속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작품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Q.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맡다보면 깊이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 그것은 배우라면 언젠가 풀어야하는 숙제인 것 같다. 문제는 얼마만큼 잘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인데 서서히 해왔듯 조금씩 달라지고 싶다.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예능프로를 시작했기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싶다. 이번 예능프로의 도전 또한 내겐 큰 변화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큰 변화라고 느끼신 분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Q. 연기의 기폭제, 원동력이 있다면
-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흔적들이 아닐까.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이면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 연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상하지만 여러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좋아도 보고, 아파도 보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봐야 깊이가 생긴다는 것. 이미 관객과 시청자들은 배우의 눈빛만 봐도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Q.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 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배우. 어떤 작품이고 작품을 봤을 때 배우가 보이지 않는 작품들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배우가 아닌 작품이 먼저 보이는, 즉 작품 속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임정은은 예능프로그램 MC로의 도전은 그녀에게 있어 휴식과 동시에 연기의 일부분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금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그녀. 그간의 힘들었던 배우생활 속에서 찾은 여유로움이 그녀의 재치 있는 입담과 만나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지 않을까.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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