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쟁점법안 신경전 팽팽해

2월 1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수 차례의 협상 끝에 일정을 발표했다. 지난 2월 2일 부터 3월 3일까지 30일간 국회를 열되 2월 11일에는 용산 참사와 관련한 긴급현안질문을 실시했다. 질문 의원은 한나당 5인, 민주당 3인, 선진과 창조 1인, 비교섭단체 1인 등 총 10인으로 배정됐다. 또 13일 부터 18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4일 동안 대정부질문이 실시됐다.

여야 간 2차 ‘입법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여의도 국회에 전운이 고조됐다. 여야 간 입장차가 워낙 극명한데다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까지 겹쳐 2월 임시국회에서도 쟁점 법안의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임시국회는 용산 참사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와 지난달 19일 단행된 개각에 따른 인사 청문회까지 산적한 현안들이 한꺼번에 맞물려 있어 여야 간 첨예한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번 입법전쟁의 승패가 4월 재·보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는 점 역시 여야 간 타협을 어렵게 했다. 또 이번 임시국회의 결과에 따라 각 당 지도부의 진퇴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사활을 건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임시국회 초반은 속도 조절 가능성 시사
▲ 한나라당은 이번에 개혁입법 처리에 실패할 경우 4월 재보궐선거 패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사분오열됐던 친이계도 최근 잇따라 모임을 갖고 결속을 가속화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차 입법 전쟁을 앞두고 민주당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는 방향으로 원내 전략을 수정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 4일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비준동의안,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처리를 4월 국회로 미룰 수 있다며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금산분리 완화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며 법안 내용에 대한 유연성도 내비쳤다. “2월 내에 반드시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당초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희 의원은 이날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관련,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10%로 고치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한다고 하는데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10%를 8~9%로 조정·절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2월 국회에서 이 법안을 이유 불문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고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면서 “이념 법안도 아니고 이명박 정부의 공약인데 토론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법안은 지난 1월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민주당이 대표적인 ‘MB악법’으로 규정하고 저지 의사를 밝히면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2월에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FTA 문제를 상임위 차원에서 처리를 해주면 본회의는 민주당의 요구대로 2월을 넘기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6일 FTA 문제에 대해 합의할 때 민주당에서 2월만 피해주면 어느 시점에라도 표결처리에 동의하겠다고 해서 합의서를 쓸 때 ‘빠른 시일 내에 협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2월에는 힐러리 미국 국무장관이 오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이야기를 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며 “FTA 문제는 이제 국회에서 대립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미국 내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처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준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는 얘기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과 노동계가 반발하는 비정규직법안의 경우도 4월 처리 입장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입법전쟁의 ‘전선(戰線)’을 최대한 줄여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권 고위 관계자는 “여야 간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절충안이 나오는 것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임시국회 쟁점법안 앞두고 청와대도 한나라당 독려
▲ 여야는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가 될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선거 정국 여론몰이에 들어가야 하는 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 싸움은 지난 연말 임시국회 못잖게 치열했다.
지난 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에 실패했던 한나라당은 이번 국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월 28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는 국민의 바람에 어긋나지 않게 경제 살리기 등 중요법을 반드시 처리하고, 한마음 한뜻이 돼 역사적 과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나갈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최고위원들도 한결같이 “지난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각종 쟁점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전의를 불살랐다. 청와대도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입법전쟁을 앞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에 쟁점법안 처리를 독려했다. 특히 임시국회 개원일인 2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은 박희태 대표, 박근혜 전 대표 등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멤버 22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회동이 있었다. 청와대가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 자리를 친이·친박계로 흩어져 있는 172명의 한나라당 의원을 결속시켜 쟁점법안 처리에 매진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 제1차 입법전쟁의 승리를 계속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우선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철저한 인사 검증과 대정부 질문 등을 이용해 용산 참사의 책임 규명을 통해 국회 초반부터 정부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민주당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국정원장 내정자)과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서울경찰청장)의 경질과 용산 참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함으로써 쟁점법안 논의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전략이다. 즉 민주당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맞서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쟁점법안을 이슈화하고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 결국 법안 처리를 무산시키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2월 국회는 용산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인사청문회를 한 뒤 법안으로 넘어갈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갈등 있는 법을 먼저 노출하는 것은 용산 참사나 인사청문회를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한 제2의 입법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고 만반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국회 때처럼 또다시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회의장을 기습 점거하고,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사무처는 이미 국회 모든 회의장 정문의 금속성 잠금장치를 보안성을 강화한 전기자석식 개폐장치로 교체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본회의장을 물리력으로 점거해서 법안을 저지하려는 목적을 달성했지만 해머와 같이 일부 폭력이 부각된 점이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소수인 민주당이 절대다수인 한나라당을 대적하기 위해서는 투쟁밖에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극력 저지, 최소한 소수의 처참한 몰골을 국민에게 부각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직권상정에 의한 표결처리도 불사
▲ 이회창 총재는 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간 약속한 대로 2월 임시국회 내에 적어도 중요한 부분이 처리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는 국민 앞에 한 약속”이라고 강조하면서 “3월 국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것은 다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 26일까지 상임별로 쟁점법안을 심의해 통과시키고 2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안처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한 다음 이 같은 내용의 법안처리 시간표를 마련했다. 한나라당은 또 상임위가 책임지고 쟁점법안의 여야 합의 도출을 시도하지만 상임위 차원에서 합의가 여의치 않게 될 경우, 원내대표단이 최종적인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을 확정했다. 더불어 상임위에서 합의되지 못할 경우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직권상정에 의한 표결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민주당 등 야당들을 강력 압박하기 위한 수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홍준표 원내대표는 “사실상 시간이 사나흘밖에 없다”고 운을 뗀 뒤 “이제 상임위에서 야당과 적극적으로 논의해 결론에 도달할 시점이며 모든 상임위는 늦어도 목요일(26일)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지시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가 성의를 다해 상임위에서 노력한 뒤 원내대표단이 협상하고 안 될 경우엔 국회법 절차(직권상정)로 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고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이윤성 국회부의장을 들어 “국회 의장단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희태 대표는 “우리가 국민에게 약속한 시한이 다 돼간다”며 “분초를 아껴 쓴다면 충분하다. 상임위원장들이 지도력을 발휘해 절충해달라”고 쟁점법안 처리를 적극 독려했다. 또한 박 대표도 “본회의장엔 이윤성 부의장이 있으니 잘 처리해주리라고 믿는다”고 언급하는 등 법안처리 과정에 국회 의장단의 적극적 협조를 거듭 당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한나라당 소속 상임위원장 및 간사들 역시 지도부의 방침에 호응해 쟁점법안 심의 및 통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로 한 뒤 쟁점법안 논의를 본격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법사위-정무위-재정위-국방위-교과위-농식품위-환노동위 등 7개 상임위 간사 및 대표 의원은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쟁점법안 현황을 소개하고 2월중 처리방침을 결의했다.

MB악법 VS MB약법
여야 간에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쟁점법안은 ▲재벌과 신문사의 방송 소유를 허용하는 방송, 신문법 등 미디어관련법 ▲재벌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을 허용하는 은행법 ▲불법집회 피해자의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집단소송제법 ▲비정규직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MB 약법’이라고 칭하며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MB 악법’으로 규정하며 대국민홍보전을 펼쳤다. 제2차 입법전쟁의 최대 격전지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다. 제1차 입법전쟁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강행상정을 계기로 시작됐다면 2차 입법전쟁은 미디어법을 뇌관으로 문방위에서 촉발할 개연성이 컸기 때문이다. 문방위에서 상정·논의할 미디어관련법은 신문법·방송법·IPTV법·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 특별법 등이며, 사이버모욕죄(정보통신망법 개정안)와 저작권법 등도 다뤄야 하는 등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에 방송·신문법 등 언론 관련 법안을 신속히 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당·청 정례회동에서 “미디어가 최대 산업이고 성장동력이다”면서 “(방송-통신 융합 부문에서)우리가 앞서가다가 조금 늦어졌는데 방송-통신 융합이 잘돼야 고급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용산 참사라는 돌발 악재로 동력이 떨어졌다는 점도 입법전쟁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는 “용산 참사로 인해 국민 여론이 정부 여당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밀어붙이고 싶어도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입법전쟁을 주도하면, 김영삼 대통령 때 노동법을 밀어붙여 실패한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한나라당이 쟁점법안을 포기해야 하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계기가 마련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2월 국회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전쟁터가 될 수도, 대화와 타협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은 ‘스몰파워’ 과시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월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의 대야압박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원내 제3당인 자유선진당(선진당)과 5석의 미니 정당인 민주노동당(민노당)도 2월 임시국회에서 당의 정체성에 맞게 ‘스몰 파워’를 과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창당 1주년을 맞은 선진당은 이번 국회에서 제3교섭 단체로 캐스팅보트를 확실히 행사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지난 국회처럼 한나라당과 민주·민노당의 양보 없는 싸움이 계속된다면 적극 중재하여 당의 위상을 재고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었다. 선진당은 지난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합의문의 70% 정도가 선진당이 제안한 내용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쟁점법안과 관련해서 선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방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선진당은 우선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은 반대했다. 금산분리완화로 금융기관의 부실이 기업(산업자본)의 부실로 이어지고, 기업부실이 은행부실이라는 동반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연금법과 국민연금법의 개정안도 부정적이었다. 국민연금법이 급여 수준을 33% 인하한 것에 비해 공무원연금법은 개혁 노력이 후퇴했다는 점 때문이다. 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복면 도구 착용 금지 조항의 삭제를 전제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선진당은 이번 국회에서 지역 기반인 충정권 민심을 얻고자 세종시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국회폭력 방지를 위한 국회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3개 법률안 처리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지난 국회에서 문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않고 2월 국회로 고스란히 쟁점법안들을 넘겼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한 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도 제2차 입법전쟁에 대비했다. 지난 국회 때 민주당과 연대해 한나라당을 물리친 경험을 근거로 민노당은 이번 국회 때도 한나라당이 물리력으로 쟁점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한다면 민주당과 연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비록 국회의원이 5명밖에 되지 않지만 ‘일당백’의 정신으로 MB 악법을 막아내겠다는 것이 민노당의 각오였다. 또한 민노당은 이번 용산 참사 사건이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남용 때문인 것으로 규정하고 철거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진상을 밝힐 예정이다. 민노당은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과 공조하되, 한편으로는 서민생활 살리기에 매진한다는 전략으로, 민노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점 법안은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농민을 위한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 개정안 ▲영세상인을 위해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이다. 특히 민노당은 2~3월 실업대란이 우려됨에 따라 서민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정치권에 제안했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지난번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려던 법안이 국민 여론의 반대가 많았기 때문에 무산됐다”면서 “한나라당이 지난 국회 때처럼 무지막지하게 나오면 다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4월 재보궐선거 앞두고 치열한 기 싸움
2월 임시국회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연초부터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필승결의를 다졌던 여야는 지금까지는 ‘용산 참사’와 이명박 내각 2기 인사청문회 등 다른 쟁점사안으로 인해 당초 예고와는 달리 소강상태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여야는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가 될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선거 정국 여론몰이에 들어가야 하는 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 싸움은 지난 연말 임시국회 못잖게 치열했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가 시작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쟁점법안 상임위 별 개별처리 방침을 세우고 ‘속도전’을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특히 이들은 쇠고기 촛불정국과 ‘용산 참사’ 등 정권 출범 이후 연이어 터진 악재를 한 번에 잠재우고 ‘MB식 경제 살리기’ 정책드라이브를 본격 가동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 쟁점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또 오는 2010년 MB정부 하반기 국정 주도권을 좌우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당은 올 한해를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이 행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19일 이후 쟁점법안 일괄상정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어떤 쟁점법안도 상정만 하면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며 “지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같은 여야 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벌였던 것도 상정해 논의하니까 통과할 수 있지 않았는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절대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상정만 된다면 표결로라도 법안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의 고민은 야당보다 당 내부에 있다. 소장파와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디어법 개정안 등에 있어 야당과 충분한 협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한 뒤 처리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고 있는 터라, 일부 쟁점법안에 있어서는 2월 처리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12일 당 지도부가 속전속결로 추진했던‘변호사 시험법’이 당 내부의 반발로 부결됐고, 연말 폭력국회의 단초가 됐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도 2월 중점처리 법안에서 제외시키는 등 당내 신중론이 점점 그 세를 더하고 있어 향후 쟁점법안 처리 방침에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속도전’에 맞서 ‘MB악법’저지를 위한 총력전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은 2월 국회에서 법안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3월‘춘투(春鬪)’와 4월 재보궐선거에서 여론몰이를 해 정국 주도권을 다시 장악하겠다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한편 여야는 지난 2월 23일 오후 정책위의장 회동을 열어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ㆍ야ㆍ정 협의체’ 구성 등에 합의를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한나라당 임태희,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23일 오후 회동을 갖고 임 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및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한 ‘접점’ 찾기에 나섰지만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이날 회동 전부터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민주당이 ▲지난 1월 6일 원내대표단 합의대로 쟁점법안 처리 ▲언론관계법 2월 상정 절대 불가 ▲18대 민생·경제법안 중점처리 라는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역시 언론관계법 등 15개 중점처리법안을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반드시 상정해서 처리하겠다는 방침 하에 ‘26일까지 모든 쟁점법안 상임위 처리’를 밀어붙여, 여야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같은 대치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날 열린 문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미디어법을)상정만 해준다면 이달 중에 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포함해 여러 가지 수정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에 상정하겠다는 이유를 대 실질적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상정을 언제까지나 막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미디어법은 너무나도 중요해 일정 기간 토론하고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처리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은 지난 2월 19일 가까스로 정무위에 상정돼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 반대로 2월 국회에서의 처리는 불투명해 보인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월 24일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 법안들이 예정대로 소위에 회부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여야 대치로 전체회의 계속 심사(대체토론)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법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20일 정무위에 상정됐으나, 소위 회부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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