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포기 이후 북한 재건 계획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원희룡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인해 조성되었던 긴장 국면은 관련국들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하는 수준에서 ‘관리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한일간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대립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일의 공조 체제는 큰 틀에서 별 충돌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채널도 활발히 가동되면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이라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관을 만나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적절한 절차이며 이것이 모든 회담 참여국들의 공통된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의 선택을 압박하기 위해 강온 양면의 전술을 모두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라이스 장관이 미국의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시한을 6월까지로 설정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고, 반면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23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다리는 최종 시한을 6월로 잡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우리는 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 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화 공존 약속을 저버리는 것으로 동아시아 지역 안보의 심각한 위협이 된다. 북한은 핵 개발과 보유를 통해 체제 안보를 도모할 것이 아니라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6자 회담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국제적 논의 구조이다. 6자 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 이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 해소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안보협력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세계 경제와 아시아 경제 번영에 기여하게 될 새로운 경제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북핵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민족 문제를 넘어서는 국제적 관심과 협조를 필요로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핵 문제는 북한의 핵보유라는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라 핵 포기 이후 북한 재건이라는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반도는 세계질서체제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새로운 동북아질서의 출현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그동안 고립된 ‘섬’이자 ‘위험요소’로 남아있던 북한을 동북아의 일주체로 복원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이제 북핵문제를 남북 또는 북미관계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다자주의의 공간을 확보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고, 핵문제에 대한 한 단계 진전된 논의를 위해서는 북한에게 핵을 포기한 이후 얻게 될 ‘당근’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경제 회생을 위한 자체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개발 방식은 개인의 물적 자극에 의한 창의력과 자본투하에 기초를 두기보다는 개인과 집단의 노동력 투하를 강조하는 선동경제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력갱생에 의한 완전 자립·독립경제의 건설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산업 효율성은 급격히 저하되었다. 고정자산은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이용되었고 노동생산성은 떨어졌으며 국가자원이 낭비되었다. 이러한 북한 경제의 난관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자체의 개혁으로는 불가능하고 외부로부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길밖에 없다. 지난 2월말 로이터 통신은 북한 당국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면서, 특히 핵포기의 대가로 긍극적으로는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여 소정의 경제 원조와 함께 국제 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로부터 자금지원, 그리고 외국의 투자까지 합쳐 100억 달러의 경제적 대가를 추구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본격적으로 북한이 핵포기 이후 얻게 될 대가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논의에는 북한 재건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규모, 지원 조건, 재원 조달 방법, 지원 분야 등에 대한 계획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재건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북한 당국자의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써 재건 과정에서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고려지점이 되어야 한다. 북한 재건을 위한 자금 조달 방식으로는 다음의 것들이 검토될 수 있다. 먼저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 이후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것이다. 북한이 IBRD에 가입할 경우 연 10~45억 달러의 차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것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복귀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단시일 내에 북한의 금융기구 가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때 세계은행이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하지 못한 지역 또는 국가를 상대로 조성하는 “특별” 신탁기금을 북한지원을 위해 조성할 수 있다.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가 있어야 가능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좀더 빠른 시일 내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동북아개발은행과 같은 북한지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같은 다자간 지원은 지원국과 수혜국의 양측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다 쉽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지원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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