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부작용 빚어져

해외 관광객 수가 태국의 절반에 못 미치고 국가 브랜드가 30위 이하에 머물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지구촌 도시 간 극심한 경쟁의 시대에 서울이라는 과밀 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그것은 바로 ‘한강 르네상스’이다. ‘평화의 강, 생명의 강, 공생의 강’을 꿈꾸는 한강 르네상스는 올림픽도로와 한강 둔치를 만들었던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2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수립된, 차원이 다른 도시발전계획으로 또 다른 20년 동안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계획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회복과 창조’라는 두 가지 큰 원칙에 바탕을 두고 그동안 단절되고 왜곡되었던 사람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되찾고 한강변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동시에 한강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가치를 발굴하여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한 계획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순탄한 길을 걸을 것 같지만은 않다. 몇 가지 문제점도 지적된다. 무엇보다 사업 초기부터 각종 민자 유치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아울러 시민단체,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전시행정,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큰 틀에서 보면 ‘청계천 복원의 확장판’ ‘서울판 대운하 사업’이라며 ‘친환경 빙자하며 인근 부동산 가격만 올리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산들을 짚어봤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상당수가 과대포장형 뻥튀기
▲ 강서습지공원은 종전 34만㎡ 규모에서 3만㎡정도를 더 확장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서울시가 사전환경성 조사 과정에서 멸종위기 보호종인 맹꽁이 서식을 확인하지 목하고 공사에 착수했다 환경파괴의 논란을 일으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사업의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목적을 달성하려면 조직을 재정비하고 대형 유람선 운항을 허용하는 등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시의회 이지철 의원(한나라당, 강동4)은 지난해 11월 25일 이뤄진 본회의 시정질문 자료를 통해 총 33개 사업으로 구성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추진 2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사업 완료 4개, 추진 중 28개, 보류 1개로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데다, 추진 중인 사업의 공정도 지지부진하다고 질타했다. 또 면밀한 검토 없이 계획만 거창하게 발표했다가 현실성이 없어 아예 취소된 ‘수륙양용 투어버스 사업’등 과대포장형 뻥튀기 사업도 상당수라고 힐난했다. 이 의원은 2007년 10월부터 운행 중인 10대의 ‘한강수상관광콜택시’의 경우 잠실·여의도 선착장에서 대중교통과 연계가 안 돼 개점휴업 상태라고 꼬집었다. 추진이 더딘 사업도 여러 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서 습지생태공원 사업은 총 28억원을 들여 기존의 생태공원 중 34만㎡를 리모델링하는 내용으로, 당초 2008년 1월에 착공해 12월 완공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1월 현재 공정률이 63%에 그쳤다. 한강 한복판에 섬형 공원을 띄운다는‘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사업은 민자를 유치해 2009년 10월 완료한다고 발표했으나 지난 2008년 10월 말에야 하천점용 허가를 얻고 현재 세부실행계획을 작성 중으로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강 살리기를 제대로 하려면 과거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보듯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강사업본부에서 모든 시공 및 공사감독을 총괄하고 이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강사업본부장이 계획·설계·시공 등 전 부분을 총괄하고, 한강사업본부·도시기반시설본부·물관리국·도시경관담당부서 등으로 분산된 사업을 한강사업본부로 몰아 힘을 실을 것 ▲프랑스·싱가포르·베트남처럼 중·대형 유람선을 도입해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이용하도록 할 것. 이를 위해 한강의 수심을 더 깊게 파고, 대형 유람선이 통과하도록 한강 교량의 교각을 넓힐 것 ▲난지도에서 88올림픽 대교,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인접한 워커힐 호텔, 강동 선사유적지를 거쳐 팔당댐까지 유람선이 갈 수 있도록 할 것. 이를 위해 한강 하류의 암사·구의·자양·풍납 취수장을 강북 취수장 쪽으로 이전할 것 ▲한강변에 하이서울 브랜드와 삼성·현대·LG·SK 등 글로벌 기업의 제품과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도록 대형전광판, 액정디스플레이(LCD) 광고 등의 설치를 권장할 것 등 4대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찬곤 한강사업본부장은 “실천이 가능한 대안은 채택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자 유치 난항, 경기 불황에 기업들 선뜻 안 나서
▲ 2007년 10월부터 운행 중인 10대의 ‘한강수상관광콜택시’의 경우 잠실·여의도 선착장에서 대중교통과 연계가 안 돼 개점휴업 상태다.
C&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민자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공섬 ‘플로팅 아일랜드’ 프로젝트와 ‘수상 이용 및 지원시설의 관광사업화’ 관련 예산은 민간자본을 유치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복안이다. 수상 이용과 관련해서는 이미 수상택시 사업자로 즐거운서울이 선정돼 지난해 10월 운영에 들어간 상황. 하지만 하루 이용자가 40명 내외로 여전히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각에서는 한강의 접근성 확보 등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민간 사업자들에게 사업권만 먼저 내주는 식이라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강 교량 보행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강다리 카페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 한강다리 카페 사업은 서울시가 총 예산 326억원을 들여 6개의 한강다리에 카페를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실질 운영은 민간사업자들에게 맡기는 형태인데 하천법 등 각종 규제에다 날씨 영향에 따른 사실상의 영업일수 제한 등으로 사업성이 높지 않아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찰에 참여하려다 최근 포기한 C&한강랜드 관계자는 “음식 가격을 서울시가 권고한 가격 이상 받을 수 없는 데다 오수정화시설을 설치할 수 없어 스낵이나 음료 정도로 제한된다는 점 등 여러모로 큰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공섬 프로젝트는 최근 C&그룹이 워크아웃을 선언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측에서는 대체 사업자가 나타나 사업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현재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민간자본 유치 성사를 발표했다 해도 언제 또 좌초될지 몰라 준공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객선을 띄워 서해바다를 오간다는 서해주운 프로젝트 역시 사업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3000~5000톤급으로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는 소형 여객선을 띄워 서해바다를 오가겠다는 계획인데 이 여객선을 이용할 경우 용산~칭다오 간 21시간이 걸리는 반면 인천으로 가서 3만톤급 대형 여객선을 이용하면 15시간이면 충분하다. 경제성 면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강 르네상스의 사업성에도 대부분 회의적
▲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낮은 사업성, 전시행정 논란, 민자유치 난항 등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진행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예컨대 한강 인공섬 계획인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 사업은 민자를 유치해 올 10월 완료한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한강 르네상스의 사업성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들겠다며 한강에 5000톤급 국제 여객선을 띄워 서해바다를 오간다는 ‘서해주운(舟運)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인천에서 중국 웨이하이까지 여객 하물선을 이용할 경우 2등실을 타더라도 7만5000원을 내고 13시간이나 걸리지만 비행기로는 비슷한 값에 2시간이면 된다”며 “한강을 통해 서해로 가는 데만 갑문 5개를 통과해야 하는 등 주운프로젝트는 경제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홍성태 교수는 “5000톤급 배가 한강을 지나려면 수심이 항상 5m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강에 이정도 수심을 유지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이를 위해 한강 바닥의 흙을 계속 퍼올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는 막대한 예산낭비이자 생태계 파괴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강 다리 위에 카페를 만들겠다는 ‘한강 다리 카페 사업’ 역시 사업성이 높지 않아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시민들의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한강 다리 카페 사업은 매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시범운행된 ‘반포대교 분수’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반포대교에 177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강으로 물을 낙하하는 분수대를 설치했으나, 바람에 따라 물줄기가 보행자 쪽으로 튀거나 한달 전기료가 1200만원에 달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기료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당초 5시간 운행시간을 30분으로 대폭 줄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들은 하루에 30분을 운영하기 위해 177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것이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또 바람에 따라 분수대 일부나 전체를 운행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177억원짜리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신재은 간사는 “반포분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면밀히 검토된 사업이 아니다. 서울시가 전시행정을 위해 검증되지도 않은 사업을 추진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가 불법적으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진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중 한강교량 보행로 확장 및 녹도 설치, 암사동 한강둔지 생태 공원 복원 등 6개 사업이 하천관리청으로부터 허가도 받지 않고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법 제33조에는 하천구역 안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돼있다. 서울시가 이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이현정 서울환경운동연합 초록정책국 국장은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르네상스 계획이 얼마나 무모하고 조급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강르네상스 계획이 정상적인 법절차와 시민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2007년 12월 감사원 지적으로 추후에 모두 허가를 받았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사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한강 르네상스는 주무 부서인 한강사업본부 외에도 도시기반시설본부, 물관리국, 도시경관담당부서 등으로 분산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한 사업을 두고 서울시 내에서도 전혀 다른 내용의 보고서가 제출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사실상 사업을 추진하는 총괄부서가 없어 담당 부서들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한다”며 “이에 따라 사업진행에도 계속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데 급급해 불법적인 행동도 마다않는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홍성태 교수는 “오세훈 시장은 토목건축으로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강화하려고 한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난개발을 강요하고 전시행정으로 보이는 사업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직전까지 환경운동연합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의 오 시장에서 당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아니겠냐”고 아쉬운 속마음을 전했다.

추진 동력 잃고 표류 중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반포대교의 조명, 분수 설치 공사 등 한강르네상스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가면을 쓰고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한강변 생태를 복원하겠다’며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되레 한강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07년부터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강변의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환경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단순한 대규모 토목공사로 변질되면서 되레 한강 자연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을 서울의 대표브랜드로 만든다는 목표 하에 오는 2030년까지 총 6682억원을 투입, 한강변 콘크리트 제거작업, 인공섬 조성, 서해주운(서울~중국 배운항), 반포대교 분수대, 한강다리 카페 설치 등의 사업을‘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추진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이 사업이 애초 취지를 벗어나 토목공사 위주로 진행되면서 생태경관 보전지역인 ‘암사동 생태습지’와 ‘강서습지’등지까지 마구 파헤치는 등 되레 한강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홍성태 교수는 “시가 보전할 곳과 개발해야할 곳의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밀어붙이는 개발위주의 사고를 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습지들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신재은 서울환경운동연합 초록정책국 간사는 “시가 개발에 눈이 멀어 멀쩡히 잘 자라는 한강 변의 식물까지 갈아엎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 한강 르네상스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파괴 논란 외에도 이 사업은 낮은 사업성, 전시행정 논란, 민자유치 난항 등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진행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예컨데, 한강 인공섬 계획인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사업은 민자를 유치해 올 10월 완료한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세훈 시장이 재직기간 내에 ‘청계천 복원’처럼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월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 7개 사업을 하천점용 허가도 받지 않고 진행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현정 환경연합 초록정책국 국장은 “한강르네상스 계획이 얼마나 무모하고 조급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마스터 플랜은 최종형이 아니다”라며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견을 수렴해 수정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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