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폐합 문제 이미 2003년에 통합불가로 종결

통합은 국민의 보금자리와 일자리 창출의 근간을 바꾸는 중요사안
정부는 이미 주공·토공의 통합조직을 올 10월에 출범한다는 방침을 정해 놨다. 최소한 올 상반기 내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구조조정 등을 거쳐 통합조직을 10월에 출범시킬 수 있지만, 여?야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어 상반기내 국회통과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그래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회 논의만 계속하다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통합 법안이 폐기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공·토공의 통합 문제는 15년 넘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돼왔지만, 번번이 실패한 대표적인 공공기관 구조조정 법안이다. 그렇다면 왜 계속해서 제기돼오고 있는 것일까.
“지난 1979년 토공이 출범한 이후 매번 토공?주공 통합논의는 진행되었고, 또한 매번 전문가들의 검증을 통해 두 공사의 통합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바 있다. 더구나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과거 수차례 국토연구원 등의 보고서에서 재무구조 부실화, 동반부실의 가능성이 크다,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통합은 불가하고 양 기관의 특화로 결론이 난 전례가 있다.”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의 고봉환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공사 통폐합 방침 발표 이래 수차례의 집회를 이끌어오며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통합 추진배경에 대해 그는 ‘공기업 개혁의 상징이다, 지난 대선공약이다, 양 기관의 24개 사업에서 기능이 중복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주장을 관철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통합 법안이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데 진정 필요한 법안이라면 건설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정부나 한나라당은 이러한 요구에 일체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토공의 주장에 그 흔한 반박자료 한번 내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고 위원장은 통합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수없이 요구했다. 단지‘'지난 대선공약이다’라는 말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토공의 올해 예산은 22조원으로, 서울시의 21조원보다도 많다”며, “이는 대부분이 사업예산으로 직접적으로 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즉, 건설,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의 땅값 보상 등 22조원이나 되는 돈이 풀리고 안 풀리고는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어통합에 발목이 잡혀 지난 1년 동안 시간만 허비했다는 고 위원장은“통합논리에 헤매다 보니 작년 20조원 예산중 2/3밖에 못썼다”며, “경제 살리기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제발 돈 좀 쓰게 해 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 위원장의 말처럼 양 공사의 통합은 우리나라 국토도시 및 주택정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는 핵심현안으로, 국민의 보금자리와 일자리를 만드는 그 근간과 기본 틀이 바뀌는 중요한 사안임이 분명하다.

한편, 고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택공사는 현 정부여당의 통합에 적극적인 찬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주공이 본연의 업무 외에 외도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며, “주공이 서민주택 기금을 가지고 원래 법에서 규정된 대로 자신들의 업무에 대해 특화했다면 이처럼 부실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임대주택 건설 시장에서 주공의 역할을 특화해야만 했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한 것인데, 왜 그 책임을 토공이 같이 짊어져야하느냐”며 토로했다. 고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주공은 겉으로 보기에는 적자가 아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부실경영에 의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주공이 토공과 통합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토공에서 공급하는 도시용 토지는 주거, 공공시설, 산업 및 물류시설, 휴양?관광 등으로 모든 계층이 수요자이자 수혜자이지만, 주공은 저소득층 및 서민을 주요 고객으로 수혜층이 한정돼 있다“고 설명하며, “양 기관의 통합은 개발이익이 서민주택건설에 투입됨으로써 일반국민, 기업 등의 다양한 수요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간과되는 결과가 초래됨은 물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투입될 수 있는 자금이 임대주택건설에 편중됨으로써 지방발전정책 등으로의 전환이 축소돼 지방발전의 저해도 예상된다”고 피력했다. 이미 토공은 두 기관을 통합하면 올해 자산 126조원, 부채 100조원으로 매년 평균 3조6000억 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수준으로 가면 2011년부터는 정상적인 기업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양 공사가 통합할 경우 총자산 84조원, 부채 67조원의 거대 공사가 탄생돼 재무위험이 증가하고, 정부지원 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고 위원장은“두 공기업의 통합보다는 특화된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기업 개혁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바람직한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주공이 지금부터라도 특화해서 본래의 기능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독자생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토지를 현재 주공에 원가의 50%에 공급해 주는 것을 그 공급가격을 30~40%대로 내려서 공급함으로써 건전화 방안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하지만 현재 정부의 방침과 같이 건전한 기업과 부실한 기업을 합쳐 놓으면 거대부실공룡기업이 된다”고 호소했다.

주공·토공 통합의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호남 지역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지방혁신도시 이전계획으로 주공을 경남 진주로, 토공을 전북 전주로 이전하기로 했던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갈등으로까지 번진 이상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특히, 전북에서는 통합 반대에 대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도지사가 나서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반대 목소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남 진주 역시 공공기관 유치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공·토공 통합 갈등은‘주공·한나라당·진주 VS 토공·민주당·전주’로 나눠져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결과적으로 주공·토공 통합에 대한 필요성 및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보다‘찬성이냐, 반대냐’에 따라 양분돼 갈등만 커지는 모습이다. 주공·토공 통합에 대한 공청회도 작년 토론회로 대체되고, 토론회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등, 충분한 논의 없이 양 공사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 위원장은“얼마 전 정부의 한 고위 관료가 ‘통합문제에 대해 왜 노동조합이 회사 걱정 하느냐’고 묻기에 경영진이 회사 걱정 안하고 당신 같은 분이 나라 걱정을 하지 않으니 우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받아 쳤다고 한다. 그는 “우리 노조의 모토가 ‘주경야투’라며, “근무시간 전에 그리고 근무시간 후에 투쟁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근무시간 중에 하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보고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우리 토공노조를 강성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지금부터라도 현실을 잘 따져 보고 해당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지공사는 최근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해외신도시 PM(건설사업총괄관리) 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이는 신도시 총괄사업자로 선정, 신도시 모델을 국내 최초로 해외로 수출하는 개가를 이룬 것임에 부족함이 없었다. 바로 이것이 경제 살리기라고 주장하는 고 위원장은“미래를 보고 가자”며, “경제 살리기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경제를 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가 통합 논리에 발목 잡히지 않았으면 너무도 할 일이 많다”며, “실제 우리 토공의 경우 우리노조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으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임시직이나 인턴사원을 뽑지 말고 해외 수출 사업 등 할일이 많으니 제대로 된 정직원을 뽑자는 것이다.
한편, 최근 정치권에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을 전제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22일, 전북지역 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통합의 근거가 될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을 전제로 자산실사와 조직진단 등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산실사 및 재무 분석과 토공-주공 통합을 위한 조직진단 및 설계’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은 지난 2월 4일부터 오는 4월 5일까지 2개월간 진행으로 각각 안진회계법인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연구용역 위탁을 맡았으며 예산은 8억 1,000만원이 투입되며, 비용은 양 공사에서 부담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요구하며, 대화가 이뤄지면 노조는 물론이고 토공 임직원 모두가 마음을 다해 협조하겠다는 그들의 외침을 무색하게 만드는 방침에 씁쓸한 탄식이 나온다. NP
김종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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