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혼인에 대한 법적 평가

영화‘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 나오는 치과의사 주환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노래 작사가 크림과 운명적인 결혼을 한다. 이에 반해 신부 크림은 치과의사 주환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아니한다. 단지 신부 크림은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케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으며, 200일 밖에 남지 않는 케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주환과 사실상 위장 결혼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케이는 크림과 주환을 결혼시키기 위하여, 주환의 약혼녀 제나를 설득하여 주환과 맺은 약혼을 깨도록 유도한다. 케이의 소원대로 크림은 주환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크림도 이 세상에서 케이와 다하지 못한 진정한 사랑을 위하여 죽음을 선택하여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주환은 크림 및 케이를 상대로 형사 고소(사기 결혼, 혼인빙자간음죄) 및 법원에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주환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로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는 혼인빙자간음죄를 검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혼인빙자간음죄는‘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경우’에 한하여 그 죄가 성립되지, 부녀가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것 자체는 아예 형법의 규율 대상 밖이다. 그렇다고 부녀가 혼인을 빙자하여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이 없는 남성을 기망하여, 간음하는 경우에 항상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러한 과정에서 금전적인 문제가 생기면, 그 부녀는 위에서 살펴본 사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실제 판례로 나타나는 사기 결혼과 관련된 민사소송은 상당히 있으며, 그 주된 내용은 전문 자격증이 없으면서 자격증이 있는 것으로 기망하거나, 공무원이 아니면서 공무원으로 신분을 기망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에서 순수하게 신분(직업)을 기망한 것과 관련하여, 상대방에게 배상하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결국 사기 결혼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혼인을 숭고한 것으로 간주하여 혼인할 때에는 신중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혼인을 하면 좀처럼 깨뜨리지 아니하였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해 예전보다 혼인도 쉽게 하고, 이혼도 아주 쉽게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지만 결혼하지 아니하는 청춘 남녀에게는 사랑과 결혼은 아주 달콤한 유혹임에 틀림없다. 비록 현실은 불경기로 인하여 잿빛으로 가득 찼지만, 4월의 대지는 새봄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이 축복받은 계절에 영화‘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은 가슴 아픈 사랑은 저 멀리하고, 4월의 꽃향기처럼 희망차고 가슴 설레는 새로운 사랑을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NP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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