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극‘방문자’로 3대 신인연극인상 수상의 영광 누려
김수현은 연극‘방문자’를 통해 지난해 말 3대 신인연극인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제 45회 동아연극상의 유인촌신인연기상, 2008 대한민국연극대상의 남자신인연기상, 2008 히서연극상의 기대되는 연극인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히서연극상은 역대 수상자의 면모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연극무대를 꿋꿋하게 지키고, 자신의 예술혼을 우리 문화와 연극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보태온 연극인들에게 시상하는 의미 깊은 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히서씨는 김수현에 대해“부친을 뛰어넘는 성실하고 훌륭한 배우로, 무대 위에서 좋은 재목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버리지 못한 연기의 끈이 지금의 기쁨 가져다줘

“정확히 1995년도로 기억한다. 당시 학과 교수님께서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그 성과가 좋아 새로이 팀을 꾸려 연장공연을 하게 됐다. 교수님의 제의로 얼떨결에 합류하게 됐는데, 이후 96년, 98년에도 무대에 오르게 됐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연기를 전공한 그였지만, 그 무렵 늦은 방황을 거치며 다시는 무대 위에 오르지 않기로 결심한 것. 간혹 영화 속 조연으로 출연하며 연기에 대한 감 정도만 유지할 뿐이었다. “그냥 그렇게 7~8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2006년도쯤인가 이건 연기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버리지 못할 거면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다시 이 바닥에 들어오기 힘들겠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이후 그는 연극무대에서 활동 중인 주변 친구들을 수소문해 호시탐탐 연극무대 복귀로의 길을 다졌다. 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왔다. 이로써 9년 만에 다시 연극무대에 오른 그는 바로 다음해 연극‘방문자’를 만나며 지금의 얼떨떨한 기쁨을 소중히 느껴가고 있는 중이다. “보통 연차 때문에 꾸준히 무대에 올랐던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그동안 무대에 오른 건 손에 꼽기 때문에 정말 신인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난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작품은 몇 안 되는데 한 작품을 통해 바로 상들을 휩쓸었으니, 당시 그가 왜 그렇게 자신에게 화가나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지나고 보면 결과적으론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아했어야 할 일인데, 잠시 패닉상태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2008년은 앞으로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셀로’는 또 다른 도전이자, ‘방문자’와의 새로운 동행

특히, 그는 자신에게 떨어진 일종의 특명으로 인해 숱한 고민의 밤을 보내야 했다. 그 특명은 바로, ‘굉장히 감정적인 오셀로에 비해, 이아고는 아주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기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감정에 몰입돼 격양되곤 하는데, 그때마다 연출가 선생님께서 요만한(손으로 작은 원을 그리며) 감정의 폭 안에서 놀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배우로서 반드시 어떤 부분까지 뻗어나가야 하는 감정이 있는데, 그걸 최대한 자제해야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결과적으로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좋은 경험으로 기억될 작품임에는 틀림없었다. 게다가 이미‘방문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심재찬 연출가, 배우 이남희)과의 새로운 동행은 그에게 더없는 버팀목이 됐다. “‘방문자’에서 두 달 내내 많은 얘기를 나누며 호흡을 맞췄었기 때문에 일종의 믿음, 동료애랄까,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잘 맞는 무언가가 생겨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워낙 만만치 않은 캐릭터라 처음엔 부담도 컸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공부가 돼서 기쁘다.”
지금의 과제는 배우로서 다양한 비장의 카드 마련하는 것

현재 김수현은 완성된 배우로의 길을 위해 다양한 비장의 카드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거듭날지는 모르겠지만, 배우생활에 있어 꼭 명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말이 있다. 바로, 배우는 품고 있는 비장의 카드가 많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내가 가진 최대한의 카드를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이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부족한 부분이고, 앞으로 내가 해결해나가야 할 일종의 과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는 미래 자신의 모습에 어떤 청사진을 띄어놓고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예전에도 누가 비슷한 질문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공연을 보다 보면 그 스토리에 얽혀서 감동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스토리를 떠나 배우들이 정말 열정을 다해 공연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그런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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