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소통이 단절된 현 정부

‘소통부재’과‘일방주의’
연이은 민주주의 역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촛불집회와 용산참사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를 극 역행 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참여로 남북 평화협력조차 파행으로 몰아갔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다시금 촛불 열기가 추모로 되살아났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위축을 지적하는‘시국선언’이 연이어 발표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나서 민주주의 역행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 정권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자기반성과 변화 없이는 지금의 이 난국을 극복 할 수 없다.



▲ 지난해 6월의 촛불 열기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추모로 되살아났다.
지난 2008년 2월 25일 발전과 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탄생시킨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경제 살리기’와‘국민통합’에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각종 비판이 제기되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한 비판과 퇴진 요구로 확대되었다.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한때 지지도가 바닥을 쳤다. 대통령으로서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적인 국정운용으로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초부터 꾸준히 제기되 온 국민과의 소통부재는 지난해 5월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등장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국정 운영에 대해 이 대통령은“겸손하게 다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공권력의 강도만 높였을 뿐 국민과의 소통은 외면하였다. 촛불집회에서 등장한‘명박산성(컨테이너 박스들)’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 부재와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 역시 법 질서란 이름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에서 현 정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이 숨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참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경기 서남부 지역 연쇄 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폭로해 문제가 되었다. 이에 김석기 차기 경찰청장의 자진 사퇴로 용산참사는 일단락지어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를 진행시켰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약자로 벼랑 끝까지 몰려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시국선언문이 연이어 발표되는 등 국민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 들끓었다. 여기에 6·15선언과 10·4선언 등에 대한 이행 파기와 PSI참여로 남북관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심 이반 현상에 맞서기보다는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입장에서 국정 기조를 되돌아 봐야 하겠다. 더불어 소통의 부재와 일방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귀귀울여야 한다.

6월, 연이은 시국선언
▲ 서울대와 중앙대를 시작으로 민주주의의 후퇴와 위축을 지적하는‘시국선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지난 6월 3일 오전 11시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민심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요지부동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이다.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교수들의 사회 현안 문제에 대한 대정부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에 이어 중앙대 교수 68명은 같은 날 오후 서울대 교수에 비해 비판의 수위를 한층 더 높여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중앙대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통해“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민주주의의 종언을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자행하고 있는 위압적이고 권의주의적인 통치는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내각 총사퇴, 서울시 겅찰청장 파면, 신영철 대법관 사퇴, 미디어 관련 법안 등 MB 악법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서울대와 중앙대를 시작으로 지역의 각 대학들로 번졌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대학교는 서울대 (124명), 고려대 (131명), 중앙대 (68명), 서강대 (45명), 성균관대 (35명), 신라대 (39명), 동아대 (56명), 경상대 (66명),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보건대 연합 (309명), 충북대 (80명), 한신대 (88명), 우석대 (85명), 인천대 (37명), 동국대(90명), 부산대 (114명), 건국대 (50명), 경희대(122명), 이회여대(52명), 강원대(55명), 대전과 충남지역 대학(216명), 충북도내 8개 대학(212명), 광주와 전남지역 대학(725명) 등이며 전국적으로 시국선언에 참여한 고수가 3100여명에 달한다는 비공식 집계도 나왔다. 지역대 교수들의 이같은 집단적 시국선언은 1987년 민주화 항쟁에 이어 22년 만에 처음으로‘시국선언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광장 공포증?
▲ 정부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봉쇄하거나 집회와 시위를 저지하고 있다는 날선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해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 정국에 크게 데인 뒤 촛불에 대한‘트라우마’에 빠진 현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서울 광장을 빼곡하게‘차벽’으로 봉쇄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광장 공포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래 광장 공포증이라 함은 넓은 장소에 혼자 있을 때 까닭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으로, 광장이나 넓은 통로에 나가거나 그런 장소에 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신경증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광장 공포증은 광장에 모인 국민에 대한 집권층의 공포를 말한다. 서울 광장 봉쇄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 6월 4일 봉쇄를 풀었다. 작년 한 해 집회 불허가 149건인데 반해 올해 4월까지는 무려 164건에 육박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0일 대규모 집회에 대해 원천적으로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경찰의 불허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다. 집시법 12조1항은 관할‘경찰서장은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서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집회 불허 사유로 자주 든 조항이다. 이에 경찰의 지나친 자의적 판단이라는 지적도 제기 됐다. 국내 한 일간지는“서울광장의 모습은 질식할 듯한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웅변했다.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언론을 통제하려드는 공안 정권에 맞서는 저항의 물결’이었다. 국정 기조의 전환, 반민생·반민주 악법 철회, 부자정책 중단·서민 살리기, 남북간 평화 회복 등 이 정권 집권 1년여 만에 위기에 직면한 절차적·내용적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치는 현장이었다”고 지적했다.

대증(對症)요법보다 근원적인 처방 필요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라디오 연설에서 국정쇄신 요구에‘경청과 숙고’를 재차 강조했다.
집권 2년차에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 등 각계에서는 국정쇄신과 국민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고,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는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를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가 생기는데, 대증(對症)요법보다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정쇄신 요구에‘경청과 숙고’를 재차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의견도 꼼꼼하게 챙겨 보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강조해온 것처럼 정치권의 요구에 떠밀려‘깜짝쇼’와 같은 쇄신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면서 제도와 정치권, 사회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근본적 처방’이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여당과 정부, 청와대의 전면적인 인적쇄신일 수도 있다고 점쳐질 뿐이다. 지금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에서 조차 대통령의 국정운용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 라디오 연설 언급내용에는 여전히 국정기조 변화에 대한 내용이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는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동반자로서 야당과 비판세력으로서 시민사회를 존중하고 소통해야 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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