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세철학회 신창석 회장
한국은 OECD가입국 중, 자살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우리사회가 얼마나 멍들어 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이제 자살소식은 그날 뉴스의 약방의 감초와 같이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고 심지어는 사회의 유행처럼 번지며 자살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생겨나기도 했다. 갈수록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병든 사회의 모습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보이는 곳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의 상처는 점점 더 곪아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지만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내 놓는 이가 없어 개선의 여지가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사회, 중세철학 들여다보기
한국중세철학회 신임 학회장으로 취임한 신창석 교수(대구가톨릭대 철학과)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은 우리사회가 산업시대, 복지시대를 거쳐 정신시대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우리가 옳다고 믿었던 신념이 흔들리면서 가치의 적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더욱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이코패스, 자살, 살인 등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양문화의 유입과 더불어 물질적 발전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함께 성장해야할 정신문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지요.” 신 교수는 이런 사람들의 정서를 확립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중세철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중세철학은 한국사회에서 크게 알려지지 못한 학문에 속한다. 또한 중세철학을 제대로 전공한 이들도 흔치 않아 관심이 있어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 교수는 대구 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중세철학을 전공한 교수로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가 중세철학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막상 한국사회에서 또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는 자신이 배운 것을 전달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양문화의 뿌리는 중세시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유명대학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중세시대 철학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양문화와 학문을 받아들였지만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피상적으로 수용하며 정작 중요한 가치를 놓치는 우를 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으로 돌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서양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라면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서 길을 찾다
신 교수는 교육현장에서부터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학생들에게 단면만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어 앞으로의 시대에 적응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시위주의 교육 환경은 암기하고 습득하는데만 골몰한 나머지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스스로의 행위에 따르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올바른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자유는 있으나 의무는 배우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이지요. 정체성의 확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본적인 신념의 부재라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의 확립은 학창시절의 교육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현재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많은 나라 중, 중세철학이 교과목에 들어있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게다가 일반적인 서양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있지만 이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그나마 근래에 들어 입시 방식의 변화와 함께 논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철학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변화의 물길이 트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수능이 인재를 뽑는 진정한 잣대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교육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서양학문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중세철학을 전공한 전공자를 교수로 임용하며 중세철학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신 교수는 이를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중세철학을 더욱 쉽고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질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한국중세철학회도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힘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