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가 8월말 실시될 예정이다. 이 선거는 일본의 정권교체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중의원은 내각수반 즉 수상을 선출할 권리가 있다. 현재 자민당은 참의원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에 제1당을 내주었으나 중의원에서는 아직까지 다수당을 점하고 있다. 현재의 일본국민의 여론은 자민당에 매우 불리하여 전후 일본 정치를 이끌었던 자민당 시대를 끝내려 한다. 자민당은 전후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여 만들어진 일본의 장기집권 여당이다(1955년 체제). 자민당은 일본을 전후 고도경제성장을 이끌었으며 1969년에는 서독을 제치고 서방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 또한 자민당은 일본이 아시아지역에 있어서 민주주의 첨병국가로 등장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미국의 극동아시아전략의 중심을 이루는 미일안보조약을 체결하여 미국의 아시아지역에서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오랫동안 일본의 국정을 담당하였던 자민당에 대하여 일본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이미 올해 실시된 5번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하였으며 7월에 실시된 동경도의회 선거에서도 약 40년 만에 도의회의 제1당의 자리를 민주당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 동경도의회 선거는 국정선거(중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일본국민들의 지지성향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이다. 일본국민들은 자민당의 파벌 및 금권정치에 염증을 내고 있으며 그리고 경제불황 타개에 대한 자민당의 대응능력 부족으로 정권을 교체해 보자는 의식이 매우 강하다. 대부분의 일본국민들은 삶의 풍요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 이러한 경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 1990년대의 버블경기 이후 자민당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하여 회의를 품는 유권자수가 늘어났다. 1980년대 말 이후 지속되는 경기침체 그리고 지난 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불황 등에 대한 집권 자민당의 대응능력에 대하여 일본국민들은 크게 실망하였다. 강력한 행정개혁을 주도한 고이즈미 수상과 같은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한 자민당 총리도 있었으나 최근의 아베, 후쿠다와 같이 역량이 부족한 총리도 있어 민심 이반이 가속화 되었다. 전후 자민당정치의 향수에 젖어 있는 일본의 경제부흥을 이끈 단카이세대 등은 아마도 자민당 정치에 익숙해져 있다. 보수성향이 강한 일본인의 특성으로 보아 금번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어도 언젠가는 다시 보수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그러나 많은 일본국민들은 지금은 일본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의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민주당 지지율은 약 20%인 자민당 지지율보다 약 2배 이상 많은 4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다. 근원적으로 민주당은 자민당과 그 뿌리를 같이한다. 실질적인 민주당 실세인 전 민주당 대표 오자와는 1990년대 자민당 재임시 ‘일본개조론’을 기획한 바 있다. 오자와는 자민당 개혁의 핵심인물로 자신의 의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하여 야당으로 전향한 인물이다. 그는 보수성향의 개혁가로 정책 추진방향만 자민당과 달리할 뿐이다. 국정을 이끌어 가는 방법론만 자민당과 다를 뿐이지 우리나라와 같은 진보와 보수의 극명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일본 정치의 딜레마이다. 1993년 정권이 비자민 연립정권인 일본신당의 호소카와 정권과 사회당의 무라야마 정권에게 넘겨졌었지만 3년 만인 1996년 다시 자민당으로 돌아왔다. 이는 일본인들의 강한 보수지향 노선과 복고주의 그리고 자민당 이외에는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선거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투표하여 정권교체가 된다 해도 전후 50년간 일본 정계 및 행정부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 침투되어진 자민당 이념이 쉽게 퇴색되거나 버려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현 상황은 일단은 정권을 민주당에 맡겨보자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강하여 8월 말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교체는 이루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 자민당은 커다란 내홍을 겪고 있다. 내각지지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 아소 총리체제로는 중의원 선거는 필패라는 자민당 내의 의식이 강하다. 지도부를 교체한 후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이 비등한 반면 아소 수상은 자신의 책임 하에 선거를 치루겠다고 주장하여 대립하고 있다. 이제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자민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목된다. 자민당으로서는 연립여당의 한 축인 공명당이 선전하여 중의원 의석 과반수 달성을 목표로 할 것이고 민주당은 공산당을 제외한 연립야당으로 새 정권 수립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 자민당으로 상징되는 파벌정치, 금권정치, 보수정치를 일신하여 국민지향정치, 생활대국을 만들어 보겠다는 민주당의 꿈은 실현될 것인가.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고 미국 등 우방국에서도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극동아시아 전략은 수정될 것인가. 자민당정권과는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다르리라 보여지지 않는다. 비록 민주당이 일본 자위대의 국제공헌에 대하여 자민당과는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더라도 기존 맹방으로서의 미국과의 관계, 미국의 핵우산 제공, 미국의 극동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역할 인정 그리고 대북관계 등은 자민당 정권 시와 별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어떨까. 아마도 미국 일변도의 종속외교에서 자립외교를 지향하는 민주당의 정책(메니페스토)으로 보아 우리와의 외교갈등은 있으리라 보여진다. 독도, 어로, 대북, 북핵, 일본인 납치문제 등에 있어 합치하는 점도 있겠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전쟁회피 등의 의식으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라든지 이념편향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와의 갈등은 줄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금번의 중의원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이는 일본인들만의 문제라고 국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전의 많은 경우 일본의 정치풍향이 향후의 우리정치의 방향을 예측하는 하나의 추세로 받아들여졌다. 금번의 일본의 중의원선거 결과가 정권교체로 이어질 경우 우리 정국에 미치는 파장은 어떠할 지 지금부터 우리의 여당과 야당은 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금번의 일본의 정치권의 변화가 우리 정치에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