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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호]공부를 못해도 좋으니 제발 일진회만은
    “공부를 못해도 좋으니 제발 일진회만은...”
    조폭 버금가는 조직 시스템에 사회 경악    

    전국의 학교와 학원이 일진회 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조직폭력배보다 더 조직적인 연계망 구축과 살벌한 교육을 통해 일진회에 속한 학생들은 겉으로나 속으로나 크게 멍들어 있는 상태다. 뒤늦게 정부에서는 급속도로 퍼지는 일진회를 단속하고자 경찰을 학교 내에 근무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기도 힘들어 보인다. 공부를 못해도 상관없으니 자신의 아이만은 일진회에 속하지 않게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탄원이 학교에 빗발치는 가운데 진정한 일진회 일망타진의 방법은 없는지 여러 방면에서 모색해 본다.
    취재 / 김희준 기자

    우선 ‘일진회’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9일 경찰청에서 교내 폭력 조직인 일진회의 충격적인 실태를 보고한 K 중학교의 정 모 교사의 자료에 따르면 일진회의 조직도와 가입과정 그리고 실시하고 있는 교육 과정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 내용은 입이 쩍 벌어지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내용 일색이어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격적인 일진회의 실태
    ‘일진회’라 함은 속칭 공부도 잘하면서 싸움까지 잘한다는 뜻이라 한다. 10여년전 일본의 고교생들 사이에 처음 등장한 일진회는 일본의 만화책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가 되었으며 이후 그 뜻이 변질되면서 학교 내 폭력 조직을 일컫는 말로 통하기 시작했다.
    흔히 교내에서 잘 나가는 애들이라고 알려져 있는 ‘진’은 크게 1진과 2진 그리고 3진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쌈짱’은 싸움을 잘하는 순서로 서열이 매겨지며 1짱과 2짱 그리고 3짱 등으로 불린다. 이렇게 일진회는 ‘짱’과 ‘진’으로 조직이 이루어진다. 특히 얼굴이 잘 생겼거나 예쁜 아이들은 속칭 ‘얼짱’이라고 불리며 이들은 후배터치라고 하는 일종의 신고식에서도 얻어맞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진회 조직이 아니면서 ‘진’처럼 노는 아이들은 ‘찌질이’로 통하며 ‘진’ 중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다른 아이들의 돈을 빌려가서 안 갚는다던지 아예 대놓고 뺏어가는 아이들은 ‘양아치’라 불린다고 한다.
    일진회의 가입 과정은 놀랍게도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출신 초등학교 중1 선배들이 직접 학교로 가서 뽑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눈여겨 봐뒀다가 5학년이 되면 6학년이 추천하여 1차 선발을 하고 6학년 때 2차 선발을 한다. 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일종의 신고식을 치르는데 이 때 1진과 2진 그리고 3진으로 다시 결정한다고 한다. 아직 철모르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까지 일진회의 손길이 이미 거쳐 간다는 것은 마냥 자기 아이들은 그렇지 않겠지 혹은 벌써부터 그렇지 않겠지 하고 마음을 놓아버리기 쉬운 학부모들의 방관을 노린 것이어서 학교도 학교지만 학부모의 관심 또한 늦출 수 없는 고삐임에 분명하다.
    일진회의 내부 규율과 교육과정은 마치 조폭 문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여 더욱 충격적이다. 조직의 철저한 보안 유지를 위해 부모님에게는 일진회에 뽑혔다는 사실을 절대로 알리지 못하게 단속하고 혹시라도 선생님에게 들키게 되면 선배들을 모르는 언니나 형이라고 하게끔 교육시킨다. 선배들에게는 반드시 90도로 굽혀서 인사를 해야 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는 하지 않더라도 선배들에게는 반드시 존댓말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일진회가 되면 선배들이 성교육과 절도교육 그리고 폭력교육 등을 실시한다. 그리고 폭력 행위에 대한 교육은 주로 노래방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노래방에서 한명씩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후배들을 때리고 상처가 나지 않게 폭행하는 법을 실제로 때리면서 가르친다.
    이렇게 일진회의 충격적인 실태가 보고된 뒤 정부에서는 다양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애시당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경찰은 일선 경찰서의 형사계와 여성청소년계 그리고 각 지방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까지 총 동원해 가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보다 앞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그동안 일선 학교의 안이한 대처를 강하게 질책했다. 또한 정보통신부 쪽에서도 학교 폭력 관련 커뮤니티를 모두 폐쇄하는 한편 검색까지 차단토록 조치했다.

    눈 가리고 아옹 식의 대책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이제 일진회가 퍼지는 것을 막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냐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도의 H 중학교 1학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170명 중 일진회로부터 한번이라도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 35%인 59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익명으로 조사하기 전까지 59명의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 이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당하고 있을 동안 학교측에서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일부 학교에서 일진회를 처리하는 방법은 기가 막히다 못해 더욱 충격적이다. 교사와 학교 평가시 불리함을 우려하여 쉬쉬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는 일진회란 없다라는 생각에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접수가 이뤄지는 동안 일부 중고교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그동안 불거져나온 교육 문제에 부채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부 교사들이 교내 불량서클에 속한 학생들을 불러다가 “자진 신고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라. 우리 학교에 일진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하며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다른 중학교의 어느 교사는 “지난 교무회의에서 교장이 학교폭력 문제에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지만 학생들의 학교폭력 신고를 당부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교 폭력 단속이 이따금씩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학교측은 항상 학교폭력 문제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는 데만 신경 써왔다라고 하면서 이번 학교폭력 신고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교육개혁시민연대의 김대유 대표는 “학교장이나 장학사는 항상 우리 학교만큼은 학교폭력과는 거리가 멀다거나 혹은 언론의 과잉 보도가 항상 문제다 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지만 이러한 은폐는 피해 학생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라며 학교폭력을 은폐하려 하는 일부 중고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때문에 교원평가 등 근본적 문제점을 개선해야 일진회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할 수 있다. 일선 중학교의 한 교사는 “승진을 앞둔 교감이나 명예로운 퇴직을 바라는 교장은 자신들의 학교에서 문제가 일어나 자신들의 경력에 결점이 생기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학교 관리자의 안일함을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일선교사에 대한 근무성적 순위를 매길 때 점수 차별화를 꾀하기가 어려워 실책 위주로 점수를 깎기 때문에 되도록 학교폭력 문제를 덮어두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지방교육청의 학교 평가에서도 ‘질서를 위한 생활지도 실적’ 등의 평가 항목에 있어서 학교 평가를 좋게 받으려는 자들의 문제 은폐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일선 교사는 이러한 인사관리 시스템이 빚은 황당한 경험담까지 소개했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정말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수학여행 때 이른바 불량학생 2명이 밤에 몰래 빠져나가 놀다가 근처 호수에 빠져 숨진 일이 있었다. 학교측은 사건을 은폐하기 바빴고 결국 한 학생이 물에 빠진 다른 학생을 구하려 뛰어들었다가 죽었다고 사건을 조작해서 성금까지 모금한 일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결국 학교 폭력이나 사고가 얼마나 적게 일어났느냐는 결과 중심의 평가가 아닌 학교폭력이나 사고 예방을 위해 학교 당국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예방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야 학교 측의 이러한 태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이 교사는 말했다.

    일진회에 멍든 아이들 그 후는...
    경기도 S 중학교에 재학중인 2학년 K양은 1학년 시절 일진회로부터 심한 구타와 모욕을 당하고 금품까지 갈취당하는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K양을 일진회에 끌어들이기 위한 일진회원들의 접촉시도였다. 말없고 얌전하며 공부도 잘했던 그녀는 그 학교 일진회원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 점점 그들의 생활에 익숙해져갔고 그들과 함께 친구들의 금품을 갈취하기도 하고 술과 담배를 배우기도 했다. 절친했던 친구들의 설득과 회유도 소용이 없었고 집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반항이 점점 심해졌다. 외박이 빈번해졌으며 보다 못한 아버지가 뺨을 후려치자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결국 딸을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하면서 일진회의 수렁에서 건져내려고 최선을 다했던 K양의 부모는 경찰에 학교폭력 피해 신고를 하게 되었고 “우리 아이가 금품 갈취와 폭행에 이어 일진회가 되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가며 학교 측에 도움을 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제발 이번 피해 신고는 제대로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상습 공갈 혐의로 2004년 10월 소년원에 오게 된 예전의 ‘일진짱’ B군은 지금 그때의 일을 크게 뉘우치고 있다. “그냥 멋있어 보이고 애들 앞에서 우쭐대고 싶은 마음에 일진회에 가입했었습니다. 그 끝이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미 발을 들여놓은 이상 그곳을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걔네들(일진회 회원들)과 어울려서 배운 거라곤 아이들 때리고 돈 뜯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같이 이렇게 소년원에 와서 반성하지 않는 이상 걔네들이 어른이 돼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폭이나 해결사 같은 일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 라고 말하는 B군은 앞으로 철저한 수사와 계획을 앞세워 학교 내 일진회 조직을 일망타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가 소년원에서 써온 일기장에도 반성과 회한의 표현이 가득하다.
    “늘 부모님께 죄송하고 보고 싶은 마음에 편지를 쓰곤 한다. 이제 와서 부모님을 생각하니 내가 왜 그랬나 싶고 그저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를 위해 그렇게 고생을 하셨던 분들인데... 나는 그저 그분들께 불효와 근심만 안겨드리고 말았다. 앞으로 이곳을 나가면 열심히 공부하고 그분들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드려야겠다.” (2004년 11월 10일)
    “어제는 꿈속에서 예전에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을 만났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들을 얼싸안고 울고 말았다. 지금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처럼 반성하면서 다른 소년원에서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이곳은 절대로 오지 말아야할 곳이지만 그동안 나는 너무 자만했고 이기적이었기 때문에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 역시 그렇게 살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이렇게 이곳에서 벌을 받음으로써 친구들의 죄까지 깨끗이 씻겨졌으면 좋겠다. 이런 내 마음을 친구들은 알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여기를 나가면 그들과 착실한 학교생활을 해야겠다. 요즘은 늘 그런 생각뿐이다.” (2004년 11월 24일)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 C씨는 일진회라는 말만 들으면 지금도 치를 떨고 있다. C씨는 딸을 일진회의 굴레에서 빼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3년 전 해외 유학을 선택했다. 남의 일로만 들어왔던 학교폭력이 딸에게 찾아왔던 것은 지난 4년 전. 선배들에게서 돈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한 C씨의 딸과 함께 피해를 당한 다른 학생들의 학부모와 함께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한 C씨는 가해 학생들로부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각서를 받고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딸의 문제는 이것으로 끝난 줄 알았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의 딸은 다음해가 되자 가해자로 바뀌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그때 가해 학생들은 C씨의 딸을 초등학생 때부터 눈여겨 봐뒀다고 한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일진회로 만들기 위해 집단으로 괴롭혔던 것이었고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반반하며 집안 형편이 좋은 C씨의 딸은 그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C씨의 딸 학교에서는 일진회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1학년 때 주로 괴롭힘이나 구타를 당하고 선배들에게 일정 액수를 헌납을 한다. 그것을 잘 견디면 2학년이 되어 진정한 일진회로 거듭난다고 한다.
    딸이 일진회 멤버가 되면서 생긴 첫 번째 변화는 귀가 시간이 늦어진 것이었다.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자연스레 딸과 엄마와의 갈등이 심해졌다. 또한 딸이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려오기 시작했으며 술과 담배까지 손을 대는 것 같았고 실제로 목격을 하기도 하여 크게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급기야 C씨는 지난해 피해자의 학부모 입장에서 이번에는 가해자 학생의 학부모로 경찰에 출두하게 되었고 딸의 선처를 호소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C씨는 딸을 강제로라도 일진회에서 격리시키고자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 딸을 해외로 유학시키고 말았다. 딸을 통해 일진회의 실체를 들여다보게 된 C씨는 “어린 중학생들의 눈에 일진회는 학교 내에서 큰 파워를 행사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은 일진회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워하는 이중적 심리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아직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일진회는 전국적으로 시스템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학교 내에서 너무나 쉽게 조직원들이 재생산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딸의 학교 내에서는 일진회가 학교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굉장히 꺼리는 것 같았다. 안팎으로 정말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일진회 일망타진
    이제 우리 사회는 최초의 충격에서 벗어나 일진회 문제에 관해 더욱 근원적인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일진회의 실상을 파악해 해체시키기 위해서는 경찰 수사는 꼭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다른 범죄 수사처럼 그렇게 마구잡이로 진행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다. 집단성폭행처럼 죄질이 나쁘거나, 외부 폭력조직과 연계한 사례 등 몇 가지 기준을 제외하고는 해당 학생을 학교로 되돌려 보낸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의 할 일은 더욱 중요하다. 먼저 일진회 실상 파악에는 적극 협력해야 함과 동시에 대상 학생 개개인의 가담 정도를 고려해 그에 따른 선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진회 가입 학생을 둔 가정도 아이를 포기하거나 또는 과오를 부인하려고만 들지 말고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하도록 경찰, 학교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또한 일진회 문제는 특정 분야에서 전담 처리해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근본적으로 사회 전반에 흐르는 폭력문화부터 정화해야 한다. 특히 교육일선에서 벌어지는 교사의 체벌과 가정에 존재하는 어린이 학대 등 일체의 폭력성이 사라질 때 일진회 존립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다. 일진회에 속한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와의 불화나 부모의 맞벌이로 인한 가정교육의 소홀에서 온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해준다. 또한 학교에서도 학교 평가나 교사 평가에 얽매이지 않는 효과적인 일진회 선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결과 중심의 평가보다는 진행 중심의 평가를 도입하여 일진회 일망타진을 위해 교사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줄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지역 연합까지 구성해 활동하던 일진회 학생들의 자진신고와 조직 해체가 잇따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 경찰의 학교 폭력 자진신고 유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집계 결과, 청주에서는 15개 중학교 245명의 학생들이 결성한 청주연합 일진회가 자진신고 후 해체됐으며 인천에서는 25개 중학교 137명의 인천연합 일진회가 학교측의 설득으로 해체됐다. 특히 인천연합의 경우 2002년 7월 1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부천연합 일진회와 패싸움을 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며 청주연합은 인터넷 카페 등을 이용해 매주 학교짱들의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에서 일진회가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학교측과 협조해 학생들을 설득하여 자진신고와 함께 일진회 해체를 이끌어냈는데 경찰 관계자는 “일진회 학생들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입건하지 않고 최대한 선처할 방침”이라고 밝혀 일진회 해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정과 학교에 희망을 주고 있다.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러한 경찰의 노력은 관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경찰청의 이러한 선처에 일진회원들의 자진신고도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사대 부속여고는 서울시 교육 위원회로부터 ‘준법 우수학교’로 지정받았다. 한양대학교 사대 부속여고는 2003년과 2004년 학교 폭력과 왕따가 없는 선도학교로 선정되어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여러 가지 행사를 열고 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생활 지도가 굉장히 엄격하면서 철저하고 아이들도 순진한 편이어서 일단 표면적으로는 폭력 서클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예전에 우리가 고등학교 다니던 7,80년대에는 스승과 제자의 존재감이 뚜렷했기 때문에 일진회 같은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조금 괴롭긴 했지만 예전 엄격했던 학교의 규율과 선생님에 대한 위엄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이다. 서울의 H 중학교에서 학생부를 담당하고 있는 어느 교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얼마 전부터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진 신고 기간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거리의 이곳저곳에 나붙고, 법 테두리 안에서 일벌백계 식으로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각 기관들의 단호한 의지가 공문에 실려 학교 안으로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들이 소탕하고자 하는 학교폭력을 법이라고 하는 더욱 ‘강력한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아이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 곧 학교 안팎에서 끊임없이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답입니다. 심지어 연계지도라는 이름으로 학교폭력에 가담한 학생의 이름과 신상을 공유하려는 경찰과 학교의 의기투합된 모습은 학교폭력 행위의 심각성을 말해줄지언정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 땅의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 기성세대들의 행태를 모방하려는 충동이 강한 우리 청소년들이 과연 일진회라는 것을 어디서 배워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폭력을 소재로 하여 그것을 미화시킨 영화들이 최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 영화들은 한결같이 영화의 참맛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화면에는 집단적인 폭력 장면과 함께 과도한 욕설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 관람 등급을 조정해 학생들의 입장을 막고 있지만 이것은 상영관 자체에서만 제한이 될 뿐, 비디오, DVD 대여점에서는 그 영화들을 보려하는 청소년들의 발길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선정성은 물론 패륜적인 묘사까지 서슴지 않는 인터넷에서는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청소년들에게는 이것이 멋으로 투영되고 곧바로 모방의 대상이 되곤 한다. 사이버 쪽에서도 나름대로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대로 두어선 안 될 것들이 인터넷에는 아직도 넘쳐나고 있다.    
    또한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무관심과 학생들의 잘못에 회초리조차 들지 못하는 학교와 교사들의 방관적 자세 역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학교에서 가벼운 체벌이 있기만 하면 바로 학교로 달려와 선생들에게 삿대질을 하는 학부모들은 이것이 과연 자기 자식에게 진정한 교육이 될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교사들은 자신이 과연 참교육을 실천하고 있는지 그리고 부모들은 자녀의 일상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영화와 인터넷 등의 사업자들은 청소년 유해 여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돈벌이에만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 관계자들은 건전한 청소년 문화의 정착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주먹구구식 계획으로 일진회는 결코 해체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진회 사건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청소년 문제를 좀더 근원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 자식이 설마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늦기 전에 식구들이 오붓하게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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