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해 있는 민생법안들 모두 올 스톱 상태

정치이슈 - 뒷전으로 밀려난 민생법안

뒷전으로 밀려 잠들어 있는 민생법안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들 모두 올 스톱 상태
국회통과 첩첩산중

국회의안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8대 국회 개원 후 현재까지 제출된 법안은 5260건으로 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1674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3586건은 상임위 계류 중이거나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모두 잠자고 있는 것이다. 법안 처리율(가결, 부결, 폐기, 철회)을 보면 현재까지 이번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31.0%다. 반면 같은 기간 17대 국회 77.8%, 16대 국회 45.2% 에 크게 못 미친다. 계류법안 종류별로 보면 민생과 직접적 연관을 지닌 보건복지위가 514건으로 가장 많고 행정안전위(440건), 국토해양위 (342건), 기획재정위(249건), 교육과학기술위(247건)등으로 나타났다. 아예 상임위 배정조차 받지 못한 법안도 299건이나 되고 있다. 국회가 공전되는 횟수가 늘면서 법안을 제출만 해놓고 심의나 의결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디어법으로 인한 여야의 격렬한 대치 속에 법안처리를 위한 대화가 실종되면서 말 그대로 지금 국회는 올 스톱 상태로 잠들어있다. 3500여 건에 달하는 법안은 몇 달을 밤새워 심의해도 처리하기 힘들 정도다.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급박한 민생 현안 법안이 상당수 잠들어있다는 것이다. 현재 여야는 말로는 민생을 책임져야한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여당은 미디어법 통과에 안심하는 분위기고 야당은 미디어법에 강행처리에 대한 길거리 장외투쟁을 장기화하고 있을 뿐이다. 계류 중인 각종 민생법안은 해당 상임위 처리를 거쳐 언제쯤 처리가 될지 지금으로써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들 “민생법안도 지금 당장 직권상정해라!”


국회에 잠자고 있는 대표적인 민생법안은
민생법안 처리 명분으로 회기를 연장하며 두 달 동안 열렸던 임시국회는 미디어 관련 3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4개 법안 처리를 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여야 간 격렬한 몸싸움과 매끄럽지 못한 처리로 일부 법안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상태다.
이렇듯 지난 달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는 미디어법 대치로 인해 뒷전으로 밀리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실업자가 생겨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법 개정안과 더불어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는 하루 12억 원의 재정 부담이 국민 세금으로 전가되는 ‘공무원연금법’,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고용보험법’,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불법대부업자 제재를 강화하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 대형 슈퍼마켓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상인들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고등교육법’, 통신비를 낮출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모두 서민생활과 직결돼 있다. 먼저 나날이 커져가는 영세업자들을 위한 ‘영세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18건이나 된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에 한해 1만원 미만의 거래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으며 수수료 상한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 안은 가맹점별로 있는 수수료율 차별을 금하고 영세업체 수수료의 상한선을 두는 내용이며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은 소상공인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신용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중소기업 중앙회가 조사한 결과 SSM입점과 경영난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응답이 41%가 넘은 것으로 나타나 유통업 양극화와 중소상인들의 파산을 막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11건이나 올라왔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은 협소한 중소 시군구에서 대규모 점포 개설을 허가제로 바꾸는 법안을, 이시종 민주당 의원은 시도지사가 대규모 점포에 대해 영업시간과 영업물품, 의무 휴무일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중에는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사 합의로 임금을 삭감한 후 기업의 도산 또는 경영상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 임금 삭감 이전의 금액을 기준으로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내용과 구직급여 수급 요건을 이직일 이전 18개월간 피보험 단위기간 180일 이상에서 120일 이상으로 완화하는 개정안 등이 있다. 현재 연간 1천만 원이 넘는 학비 때문에 고통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위해 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고등교육법’개정안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3배를 넘지 않는 등록금 기준액과 등록금 기준 액의 1.5배를 넘지 않는 등록금 상한액을 정하도록 하며, 정부가 등록금을 대납하고 학생은 졸업 후에 갚아나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는 민생법안은 정부가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이다. 이것은 전기통신사업자가 SK텔레콤이나 KT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전기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신규사업자가 통신시장에 진출해 사업자 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용약관 인가제 개선으로 서비스별 할인요금 출시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처럼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보호막이 될 수 있는 법안들이 모두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앞으로 열리는 8월 임시국회는 현재로서 기대난망이다. 그렇다고 9월 정기국회가 개원해도 예산심의와 국정감사가 우선이다. 정치일정상 10월엔 국회의원 재ㆍ보선이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 “이제는 민생법안이다”
한나라당은 서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민생법안’들을 6월 임시국회에서 중점처리 법안으로 제시했었다. 민생안정, 경제 살리기, 미래 준비라는 3가지 분야로 나누어 44개 법안은 ‘긴급 민생법안’으로 선정하고, ‘할부거래에 관한 법’,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전기통신사업법’,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서민 살리기 5대 법안으로 꼽았다. 또한 미디어법 처리 이후 한나라당은 '직권상정 직후 최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후속법안' 25건을 제시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제 우리 앞에는 민생문제라는 큰 산이 가로놓여 있다.”며 “민생해결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6월 임시국회 때 제시한 5대 민생법안을 재차 강조하는 등 막바지에 이른 6월 임시국회를 민생법안 처리로 마무리하고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러한 행보가 미디어법 표결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투표와 재투표 의혹에 대한 물 타기 시도라는 지적과 시간적으로 부족한 임시국회 일정, 얼어붙은 정국은 민생법안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민생희망, 민주주의 수호”
민주당도 사회적 관심과 서민 및 중산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7개 분야 16개 법안을 ‘민주당 7대 긴급 민생·민주 법안’으로 선정하고 중점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이자제한법’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유통산업발전법’ ‘조세특례제한법’ ‘ 국민건강보험법’ ‘고등교육법’ 등이 민주당의 주요 민생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민생회복을 위한 첫 번째 대책으로 '초대형 슈퍼마켓(SSM)의 무차별 확산으로 무너지는 골목상권 회생'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당론화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대형마트와 SSM의 허가제 추진, 영업시간 및 영업품목 제한, 유통영향평가 실시, 유통상생발전위원회 설치 등이다. 또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신설하여 대형마트와 SSM 입점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도 다 뒷전인 채 미디어법 처리 결과에만 급급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연일 거리에서 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가 국회를 등지고 거리로 나서는 것을 국민들은 절대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터. 국회의원은 국회라는 그라운드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정치에 빠져있는 정치인들
실질적인 국회가 방학을 맞아 인터넷을 중요한 정치적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국회가 문을 닫아 자신을 알릴 기회가 줄어들자 홈페이지나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근황을 쏟아내고 있는 것인데 특히 서민 속으로 파고드는 민생투어를 소개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다. 이처럼 온라인 정치를 통해 국민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인터넷을 정치소통의 장으로 이용하여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정치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미디어법 처리 이후 국회 파행으로 인한 민생 법안을 뒷전으로 미루고 보여주기 식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정치인들의 온라인 공간에 무턱대도 욕설과 비방을 쏟아내는 네티즌들도 늘고 있는데 인터넷을 건설적인 정치논의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 국민들의 진지한 접근과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쌓여가는 서민 한숨...
국민은 ‘미디어법’ 보다 ‘민생법안’을 더 원한다


9월 정기국회는 반드시 일하는 민생국회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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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서민 살리기 5대 법안’>

여신전문금융법 → 중소 상공인에 한해 수수료 상한을 설정.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률이 대형 가맹점 수준인 2%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

할부거래에 관한 법 → 상조업체의 선불식 할부거래 규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법 →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대출을 해줄 때 이자율을 현행 30%에서 10%대로 낮춤. 서민들의 부담 을 줄이고 미등록 대부업체들의 등록을 유도

전기통신사업법 → 전기통신사업자가 SK텔레콤이나 KT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디지털 콘텐 와 같은 전기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통신비 인화 효과 예상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상권 활성화 구역’을 지정하고 이 구역을 관리하는 전담조직을 설립


<민주당 ‘7대 긴급 민생?민주 법안’>

이자 제한법 → 최고 이자율을 현행 40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낮추고, 연체 이자율 상한선 을 약정 이자율의 50퍼센트로 제한하며, 이를 어길 때는 형사처벌을 하는 등 처벌 조항을 강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 법 →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대출을 해줄 때 이자율을 현행 30%에서 10%대로 낮춤. 서민들의 부담 을 줄이고 미등록 대부업체들의 등록을 유도

여신전문금융업법 → 중소 상공인에 한해 수수료 상한을 설정.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률이 대형 가맹점 수준인 2%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

유통산업발전법 → 유통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차별 확산을 막기 위해 현행 등록제나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

조세특례제한법 → 서민용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의 세금을 2010년 말까지 감면

국민건강보험법 → 70세 이상 노인들의 틀니에 대해 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내용

고등교육법 → 등록금인상을 제한하는 등의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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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기국회는 반드시 일하는 민생국회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전국을 순회하며 언론악법 투쟁을 이어나가면서 등원을 거부하는 상황이며, 한나라당도 민생탐방을 한다며 국회 밖에 머무는 상황이다. 이렇듯 여야는 개회를 위한 본격 논의를 시작조차 못하는 분위기이다. 9월 정기국회와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미 기 싸움이 시작된 여야의 장외정치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 및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파행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달 중 청와대 및 내각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협의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이 또한 늦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번 주에도 민생탐방 기조를 이어가면서, 내년 예산 편성을 위한 당정회의를 병행한다. 김정훈 한나라당원내수석부대표는 “급한 민생법안은 민생법안대로 처리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회법 절차대로 정해진 9월 1일에 정기국회를 개회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민주당도 국회의원은 국회라는 국민이 만들어준 장소에서 일해야 한다. 장외투쟁이 국민들로부터 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은 현재 미디어법의 재투표, 대리투표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해 한나라당에서 대화 제의를 해왔지만, 당장 한나라당과의 논의재개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기국회까지 파행될 경우 아직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지만 여론의 역풍도 심각할 것으로 보이며, 10월 재보선을 위해서는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에서 선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은 야당 없는 국회를 바라지 않는다. 야당이 없는 국회라면 중요한 현안을 논할 수 없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 문제 등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고 말해 9월 정기국회 등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쟁점법안이 있을 때마다 국회전체가 마비되고 시급한 민생법안마저 묶이는 이 사태를 언제까지 국민들이 참고 볼 수 있을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법안 처리는 국회의원의 본부이며 의무이다. 여야당은 서로 협상을 통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더 이상 민생법안을 볼모로 국회전체를 파행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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