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희망인물 한국옻칠문화연구원 김인섭 원장>
“옻칠공예는 우리 민족문화의 정수요, 그 기반이다”
옻칠공예 보존과 계승 위해 한국의 옻칠기법 산업으로 육성해야
지난달 ‘제 8회 원주시 한국옻칠공예대전’작품공모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원주시에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함께 한 옻칠공예의 기능을 계승, 발전시키고 신진 옻칠 공예인들의 발굴을 위해 매년 옻칠공예대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현재 옻칠문화가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권의 몇몇 나라뿐이다. 그 중 원주는 옻칠에 있어 세계적 수준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천년 역사와 전통을 면면히 이어오던 우리 옻칠공예문화는 급격한 산업화와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그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옻칠에 대한 우리나라의 연구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게다가 원 재료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이를 상용화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얼마 전 박찬숙, 김재윤 의원이 발의한 전통공예진흥법의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통옻칠공예 보급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해

20년 후면 완전한 예술분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현재 한국공예산업연합회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김 원장은 15세의 어린 나이에 선배의 추천으로 나전칠기공예에 입문했다. 당시 나전칠기에서 혼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는 그는 그 감동의 소리에 이끌려 45년간 오롯이 옻칠공예에 몸담아 온 장인 중의 장인이다. 김태희, 민병문 스승에게 옻칠공예기법을 사사받은 그는 옻칠을 시작한 것에 대해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과정은 고역이나, 탄생되는 작품은 보석과도 같다. 거기서 오는 희열은 예술가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나는 어릴 적부터 그 희열을 알았기 때문에 이 일을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김 원장은 지난 2005년 덕수궁 석조전에서 최초의 남북전통공예교류전 개최해 남북 문화교류의 큰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VIP룸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대표적 역작‘군학십장생도’벽화는 100% 옻칠로 완성돼 우리 전통공예의 우수성을 드높이고 있다. 일본은 이미 30년 전 전통공예산업진흥법을 발의해 전통공예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으며, 현재 23개의 대학에서 옻칠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가치와 실용성을 모두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배제대, 신라대, 숙명대 상명대 등 관련학과에서 매년 150여명의 전공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내가 옻칠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생업으로서 옻칠 일을 했었다. 그들이 오랫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인간문화재가 되는 등, 이 분야에 권위 있는 전문가가 됐지만 이론적인 면이 취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옻칠공예를 배우는 후배들은 대학 등에서 이론을 충실하게 배웠다. 그들은 이론에 능하고 우리는 실전에 익숙하다. 기능과 학문이 적절하게 배합, 바람직한 예술분야로서 자리 잡는데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때문에 향후 20년 정도가 지나면 옻칠이 완전한 예술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하고 있다.” 현재‘미국인이 본 한국 전통공예’라는 제목으로 옻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김 원장은 이를 미국 초중고, 대학과 각 박물관 등에 배포함은 물론 한옥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전통공예는 계승만해서는 발전하지 못한다는 김 원장은 전통공예도 정부가 관심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천연도료인 옻의 우수성을 정부 차원에서 알려 그에 맞는 상품개발에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전통문화가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우리 전통공예의 우수성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옻칠공예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그의 포부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NP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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