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오로지 한 길 걸어온 골프시공의 명인, 가산노블리제 (주) 박성권 본부장

현대건축은 건축물의 대형화, 고층화 및 다양화로 인해 변화되는 과정과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보다 나은 생활이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특히, 국제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건축시공분야의 급속한 발전은 유능한 건설기술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더욱 대중적인 스포츠로 거듭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1970년대 중반후반 토목시공에 뛰어들어 30여 년간 20여 차례의 설계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가산노블리제(주) 컨트리클럽을 총 연출하고 있는 박성권 본부장.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이 업계에서 변함없는 프로 마인드로 독보적 인물이라 호평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Q. 골프장 설계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골프장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1979년 무렵이었다. 대농그룹에서 대성건설진흥(현 미도파건설)을 인수할 때였는데, 그 때 난 그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관악컨트리클럽을 확장시키는 일을 맡았다. 당시 그 골프장은 18홀만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골프장이었다. 골프장 증설일은 지금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골프장에 관한 특별한 지식이나 원칙은 물론, 어떤 설계도조차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타계했지만 국내 프로골퍼 1호인 연덕춘 프로의 도움을 받아 기본계획을 구상 및 실시설계를 하고 공사비를 산출해 도면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때를 시작으로 나도 골프가 어떤 운동인지 알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당시 골프에 관련 있는 분들과 국내 최초로 동아세아개발이라는 골프장 전문 설계사무실을 운영했다. 그때 난 극동컨트리(현 베어크리크)를 비롯하여 4개의 코스를 신규 혹은 증설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 골프장은 전국에 몇 안 될 뿐더러 대다수의 국민들은 골프라는 단어조차 모를 시기였다. 따라서 골프장이 건설돼 운영되고 있다 하더라도 관심은 저조할 수밖에 없었고, 국내의 건설사 혹은 중동의 건설 경기에 반해 국내의 골프장 건설에는 전혀 비중을 두지 않았다. 대부분 골프장 건설은 대다수 장비업자들에 의해 건설될 뿐이었다.

Q. 지금의 국내 골프장 사정은 어떠한가
- 예전과 비교도 안 되게 골프장 수는 엄청난 수로 증가하고 있고 지금도 건설 계획 중인 골프장들이 많다.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만 해도 대략 320~330개소로, 공사 중인 곳은 40여개, 계획 중이거나 허가 중인 것은 360개소나 된다. 중동의 건설경기가 마무리되고 그 곳에서 사용하던 대형 건설장비가 국내로 유입되면서부터 국내 대형 건설 회사들이 골프장 공사에 참여하게 됐다. 또한, 골프장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와 관심이 높아져 골프장 건설이 큰 활성화를 띠게 됐다. 중동 붐과 맞물려 국민생활 안정지수가 증가되니 국민들의 관심이 저절로 골프로 옮겨져 지금의 골프장 활성화에 큰 몫을 했다. 국내 프로선수의 전 세계 정상 그룹조성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골프실력 향상은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다. 그 향상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처음 골프장을 조성할 땐 기본 계획부터 시작해서 모두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중후반 들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골프 본고장의 기술을 이전해 골프장을 조성한 덕분에 현재와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골프장은 이제 세계 어느 골프장과 비교해도 견줄만한 실력을 갖췄고, 기술적인 면이나 운영적인 면에서 선진화되었음을 자부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 이제 골프의 본고장 기술 틀을 벗어나 우리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일부 다른 국내 설계업자들은 외국의 기술을 모방해 실력을 높이려 하지만, 그 기술력만으로는 선진화에 발맞춰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골프장에 운영되는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생물체이기 때문인지 골프장은 자연이라고들 한다. 자연은 곧 과학이다. 이제는 무엇이든지 연구하고 개발해야 경쟁에서 살아남거나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 모든 생각들이 앞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골프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앞으로 국내 골프장 사업의 전망은 밝다고 보는가
- 국내에 운영 중이거나 건설 혹은 추진 중인 골프장이 완성되면 무려 700개 이상 되는 골프장이 운영되지만 이곳들이 모두 운영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떠안게 된다. 대개 골프장은 회원제나 퍼블릭으로 구분돼 운영되는데 퍼블릭 골프장은 별 문제가 없다고 보나, 회원제인 경우에는 골프장 운영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그 중 하나가 골프장 개수만큼 골프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앞으로도 국내 인구의 감소 및 노년층의 증가로 인해 인원수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들은 여러 곳의 회원권을 보유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앞으로 회원 확보가 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데, 지금 일부 지방의 그린피 조정으로 내장객 증가를 유도하지만 많은 한계가 따른다. 이렇게 되면 초유의 사태가 발생될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향후 골프장 업계가 어떠한 형태로 변해갈지는 모르겠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본다.

Q. 이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어떠한 계기로 근 30년 가까이 골프장과 인연을 맺어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지금은 골프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려 이젠 버릴 수도 도망갈 수도 없게 됐다. 이런 나도 골프에 대해 전부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깊이는 가늠하기 힘들다. 건설기술은 설계도면과 어떤 원칙에 의해 이뤄지지만 골프장 건설은 그 기본이 설계도라 할지라도 실 완성도는 그걸 넘어서야 한다. 축적된 노하우, 즉 경험에 의해 시공된다고 봐야 한다.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그 어떤 것보다 시공자의 생각과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 시행하는 자의 판단과 경험이 없으면 아무리 유명한 설계자의 작품일지라도 그 기본 틀을 벗어나 전혀 다른 형태의 골프코스로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골프장뿐 아니라 건축물이나 우주선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지어 조그마한 나사 하나를 만드는 사람 마음 자세도 장인정신이 빠져있다면 반드시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골프장도 나무 한 그루, 잔디 한 잎 하나하나까지 깊게 생각하고 애정을 갖고 시행하는 장인자세가 명품의 골프코스를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오로지 한 길만을 고집해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 30여 년 동안 많은 골프장을 건설 혹은 설계했지만 단 한 번도 내가 걸어온 길을 후회하거나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물론 이런 생각과 신념의 긍지가 없었다면 난 지금 다른 인생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직업은 사나이에게는 아마 최고의 직업일지 모른다. 집에 자주 들어가지 못해 가족과의 마찰을 빚을 때도 있었지만 내가 가는 길을 나무라기보다는 내 가족들은 언제나 나를 뒤에서 응원해줬다. 현재 내가 건설 중인 가산노블리제 컨트리클럽이 완성돼 회원들의 품으로 돌아가면 또 새로운 내 인생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질린다거나 지친다거나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항상 새색시 같은 마음처럼 설레게 되고 새로운 각오와 새 세상을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Q. 앞으로 개선돼야할 부분과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인허가를 기다리거나 건설 계획 중인 신규 골프장 360여개가 조만간 새롭게 탄생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각종 법규인 산림법, 환경법, 도시계획법 등 여러 기타 법으로 인해 골프장 본질의 모습은 살리지 못하고 그저 상업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골프장을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라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전국에 골프장 공사를 하는 많은 기술자들, 특히 나와 같은 위치에 종사하는 기술자 대다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산림은 훼손되지만 골프장으로 새롭게 재탄생될 거라면 법 테두리를 자유롭게 벗어나 최소한의 산림을 훼손하면서 질 좋은 명품 골프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법적으로 골프장 가능 지역을 선정하다 보면 불필요한 산지나 보존해야할 산지의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땐 법 적용을 탄력적으로 적용시킨다면 좀 더 효율적이고 멋진 골프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끝으로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이 골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데, 골프에 인생을 바쳐온 나로서는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을 물어볼 때마다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가끔씩 우리 아이들 말이 떠오르긴 하지만, 나와 같은 기술자들을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골프장을 건설함으로 좋은 점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지금은 골프가 대중화돼 골프에 대한 불신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골프장 건설하면 자연을 파괴한다는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나라 국토는 지형이 산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골프장 뿐 아니라 무슨 개발을 한다 해도 산림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골프장 건설은 다른 타 건설에 비해 자연을 재탄생시켜 부가가치를 최고로 창출하는 국토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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