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있는 식생활과 위생적 생활습관만이 최선의 예방책
신종 플루로 인한 국내 환자는 1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하루에 감염되는 환자 수가 500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날이 점차 선선해지면서 감염속도가 증가될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8월 말부터 일교차가 커지면서 비염, 일반감기 환자까지 급증하자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손 씻기 등의 예방수칙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홍보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요를 막기 위해 공공장소에 신종 플루 예방 포스터와 괴담에 대한 설명 자료를 게재하는 등, 능동적인 대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도 높은 불안감 조장에 신종 플루 감염자는 왕따 신세

현재 신종 플루에 대한 각종 근거 없는 흉흉한 괴담들이 인터넷을 채우고 있다. 각종 수험 정보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에서는 신종 플루 대유행이 오면 수능이 연기될 수 있다는 소문이 과다하게 퍼져있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이 같은 글을 믿지 않지만, 시험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은근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고, 충실히 준비했다고 자부하는 학생들마저 불안해하는 눈치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현재까지 신종 플루 치사율이나 확산 속도를 볼 때 수능연기 등의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당국은 신종 플루에 감염된 학생에 대해서는 별도 고사장을 마련해 시험을 치르게 하는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쓸데없는 소문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주부들 사이에서는‘10월 대란설’이 돌고 있다. 10월이 되면 신종 플루가 본격적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집안에서 지내려면 쌀, 라면 등 식량과 생필품을 사서 집에 비축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백신이 접종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10월 대란설은 사재기를 부추기는 일부 얌체 상술과 맞물려 다소 부풀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달 초 추석을 앞두고 이에 관한 괴담이 돌고 있다. 추석 때 귀향하는 수많은 인구로 인해 그동안 소규모로 퍼져가던 신종 플루가 전국적 규모로 확산되면서 대재앙이 초래된다는 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올 추석에는 고향에 가지 말고 집에서 각자 조용히 지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한편, 이런 3대 괴담에 앞서 최악의 경우 수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신종 플루 17단계 대재앙 시나리오’가 인터넷에 크게 퍼진 적이 있다. 신종 플루 시작단계부터 전 세계 감염자가 20억 명을 돌파해 최악의 피해를 입는 단계를 거쳐 2010년 여름에야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한다는 17단계 시나리오다. 권준욱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 홍보담당관은“전문가들은 신종 플루 치사율을 일반 계절 독감 수준으로 보고 있고, 특히 우리는 1,000만회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자체 생산도 가능하다”며, “수만 명 사망 시나리오 등은 그저 가능성 없는 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감기 증세와 유사하나, 고위험군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현재 신종 플루 감염자들은 청소년에서 중년층 사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플루 감염 환자는 대부분 증세가 가볍게 나타나지만, 사망에 이르는 환자들은 심각한 폐렴이나 호흡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우리나라의 결핵치사율이 7.4%로 신종 플루의 치사율보다 100배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손숙미 의원은‘연도별 결핵 환자 및 사망자 현황’을 통해 결핵의 치사율은 7.4%로 신종 플루의 0.07%보다 100배가 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손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결핵발병자는 13만 9,497명이고, 사망자 수는 1만 318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OECD국가 중 1위로 인구 10만 명 당 결핵 발생률이 90명이고, 사망률은 1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 실제 신종 플루 사망자 8명 중 7명은 폐합병증으로 사망했고, 결핵환자는 신종 플루 고위험군으로 감염 시 폐합병증 발생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플루 사망자의 75%가 60세 이상인 만큼 결핵환자의 33%를 차지하는 60대 이상의 경우 신종 플루 감염 시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결핵발병률의 경우 독일·스위스의 15배, 미국의 20배였으며 사망률의 경우 이웃한 일본의 3배, 미국의 10배나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연령별 결핵 환자 신고 현황을 보면 70대 이상이 6,906명, 20대가 5,712명 발생해 결핵이 노인층이 아닌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손 의원은“결핵 사망자가 OECD국가 중 1위라는 오명도 부끄럽지만, 결핵발병자 및 사망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결핵과 같은 전염병 관리가 소홀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결핵이 신종 플루의 치사율보다 100배나 높고, 결핵환자가 신종 플루 감염 시 폐합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는 강력한 결핵퇴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대책본부는 이에 따라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임신부, 59개월 이하 소아 등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 진료와 함께 항바이러스제를 투약 받을 것과, 의료기관에 대해 고위험군 환자 진료 시 급성열성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신종 플루 진단검사 전이라도 항바이러스제 투여 등 진료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고위험군은 해외여행, 병원 면회, 다중 모임 참가 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는 병원치료에 제약이 거의 없는 나라여서 초기에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 치료거점병원 가운데는 중증 호흡곤란 환자를 집중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미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의 김우주 교수는“치료거점병원의 장비와 인력의 수준이 고르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치료거점병원 등 가능한 병원을 세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폐렴 등 중증으로 악화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대학병원 등 집중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단기간에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미플루도 완치 약은 아니야, 부작용까지 속출하는 상황

타미플루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한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현재 스위스 로슈제약이 특허권을 가지고 독점 생산하고 있다. 1999년부터 미국, 캐나다, 스위스에 판매되기 시작한 타미플루는 또 다른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리렌자보다 늦게 개발됐지만 흡입형 항바이러스제인 리렌자보다 복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마케팅에 성공했으며, 현재 리렌자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 90%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타미플루와 리렌자 비축량이 8:2 정도로 타미플루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한편, 타미플루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떨어뜨리는 항바이러스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 48시간 이내에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후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투약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약효를 보기 힘들다. 즉, 신종 플루에 타미플루가 만능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 서울대 약학대학 강창율 교수는“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이후 48시간이라는 기준도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투약하지 못하고 이미 체내에 바이러스가 많이 퍼진 상황이라면 이때는 항바이러스제가 아닌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사망자 대부분이 타미플루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이유는 투약이 늦었기 때문이다. 타미플루 과신에 따른 남용은 변종 바이러스를 출현시키기도 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가 10대 소녀 두 명에게서 발견된 사례가 보고됐다. 타미플루를 남용함에 따라 바이러스가 이 약에 내성을 가지면서 나타난 것.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타미플루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투약하는 게 변종 발생을 늦추는 방안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타미플루로 신종 플루 예방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강창율 교수는“타미플루는 부분적으로 예방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약기운은 떨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하루 정도 예방효과를 낼 뿐”이라며, “환자를 자주 보는 의사의 경우 예방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백신이 아닌 이상 걸리지 않기 위해 수를 쓰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에 대한 주의사항도 있다. 지난 8월‘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미플루를 복용한 아이들의 절반이 구토, 구역, 설사, 악몽과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 또한, 태아성장 지연과 자연유산 등 임신관련 부작용도 보고된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사의 자체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오셀타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를 복용한 환자로부터 그동안 총 4,202건의 중대한 유해사례를 포함한 15,887건의 유해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영국에서도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올해 4월부터 8월 달까지 보고된 부작용 접수 건을 집계한 결과, 타미플루 관련 부작용 보고는 총 591건이었으며, 의심된 부작용으로는 사망, 신경정신계 부작용, 심각한 피부반응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타미플루와 관련, 식약청의 재심사 기간 중 29명의 환자로부터 총 32건의 부작용이, 리렌자는 25건의 부작용이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리렌자의 경우 7세 이상에만 투여하도록 돼있는 반면, 타미플루는 1세 이상이면 복용이 가능한 약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돼 왔지만 부작용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타미플루 비축에 집착하기보다는 평소 개인위생에 철저히 하고 신종 플루에 걸렸어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타미플루 투약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푹 쉬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문기구인 공중보건 위기대비 대응 자문위원회의 방지환 교수는“지금 유행하는 신종 플루는 독성이 약해 건강한 사람이라면 며칠 푹 쉬기만 해도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며, “약할 때 걸렸다가 이겨내면 예방백신을 맞는 효과가 있어서 나중에 신종 플루 대유행이 찾아와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므로 감염을 지나치게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 전염병인 만큼 장기적인 대안 마련해야

신종 플루가 확산되면서 일상생활 곳곳에 변화 바람이 일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지난 2005년 조류독감 유행 이후 선진국들은 로슈가 만든‘제로섬게임’에 기꺼이 참여해 타미플루 사재기를 했지만,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최빈국 및 저개발국은 여기에서 배제되어 왔다. 선진국들이 타미플루를 충분히 확보해 놓았다 하더라도 신종 플루는 지역감염이 발생하는 대유행의 상황에서는 사회적 격리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일국적 차원에서의 예방과 치료는 한계가 있다. 또한, WHO는 다행히 이 바이러스의 독성이 더 강해지거나 위험한 형태로 변종되지 않고 있지만, 대량 감염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경고하고 있고, 이미 우리는 짧은 시간동안 사스, 조류독감, 돼지독감 등의 전 세계적 전염병을 경험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만이 지금의 최선책이라 할 수 있다. NP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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