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의 희망인물-서울교대 수학교육과 배종수 교수 >

“우리나라도 수학교육의 메카로 부상할 수 있다”
40여 년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즐거운 수학교육’실천

지난달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2009 대한민국 지식경영 대상’이 개최됐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정신에 부합해 각계를 대표하는 지식경영인들이 모인 이번 자리에서 서울교대 수학교육과의 배종수 교수가 특별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세종인상’을 수여받았다.

‘삐에로 교수’로 유명한 배 교수는 KBS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공중파는 물론 각종 매스컴에 80회 이상 보도된 바 있는 이 시대의 스타 교수다. 1969년 서울개화초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40여 년간 교단을 지켜온 배 교수는 주입식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내외를 돌며 개념, 원리와 법칙, 논리성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한 수학교육법 강의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세계 최초의 차별화된 수학교재 출간해 널리 알릴 것

▲ 배종수 교수
현재 학생들의 수학 기피 현상은 점점 더 심해져가고 있다. 수학이 차지하는 사회적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실정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싫어하기 시작하며 결국 고등학교 3학년에 가서는 평균 90% 이상의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고 있다. 수학은 그 어떤 과목보다 기초가 중요한 과목이다. 그래서 한 단계만 삐걱거려도 이내 전체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쉽다. 알아야할 공식도 많고 증명해야할 정리도 너무 많다. 하지만 이를 유독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고 못하는 이유라고 하기엔 군색하다. 흔히 수학을 일컬어 만국 공통어라고 한다. 입을 열어서 발음하는 법만 다를 뿐 숫자에서부터 기호, 공식, 도형, 문제를 푸는 방법 등 모든 영역이 똑같은 형식으로 적용된다. 미국 인수분해 공식이 특별할 것도 없고 아프리카 적분 문제가 다를 것도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 수학만 유난히 별쭝맞게 어려울 리도 없다. 결국, 원인은 하나로 좁혀진다. 바로 수학을 가르치는 교육방법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학적 개념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선생님들이 왜 가르치는지도 모르고 있어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와 교수들조차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교대생과 사대생들을 잘 가르쳐야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살아난다는 배 교수는 자신의 초등학교 교사시절 경험과 수학교육과 교수의 고민을 담은 저서 ‘생명을 살리는 수학’ 및 ‘생명을 살리는 초등수학’, ‘생명을 살리는 머리셈’ 등을 통해 학생들과 수학교육 제공자들에게 주입식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생활 속에서 깊이 있게 수학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하고 있다. 특히, ‘생명을 살리는 수학’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함은 물론, 이달부터 ‘배종수 삐에로 교수의 생명을 살리는 초등수학(1학년~4학년)’을 한글로 음성 인식시스템을 내장한 수학교재를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배종수 삐에로 교수의 생명을 살리는 초등수학(1학년~4학년)’을 영어로 번역한 ‘Jong-Soo Bae Pierrot Professor's Life Saving Elementary Math(1th~4th)’은 미국에서 출판하여 전 세계로 전파할 예정이다. 수학교육정상화운동 상임대표와 위즈덤교육포럼 상임대표를 역임하며 수학교육정상화를 위해 시민운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배 교수는 “수학은 활동수학, 생각수학, 논리수학, 창의수학이 핵심”이라며, “이번에 출판될 수학교재는 인성, 감성, 도덕교육을 수학으로 할 수 있게 만든 세계 최초의 수학교재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단순한 학문 넘어 인생 여로 유추할 수 있는 철학적 친구
배 교수는“우리가 여태 수학을 잘못 가르쳐온 방식을 집약하라고 한다면 쓸데없이 문제를 풀게 했던 방식, 그나마도 한없이 숫자 계산문제만 풀게 했던 방식”이라며,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 공부도 과정이 즐거워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금껏 우리의 수학교육은 그 조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주입한 공식을 원리도 모른 채 외워야 했고, 일방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그저 풀어내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 숫자와 기호는 콘크리트처럼 차갑고 딱딱한 상징으로 굳어져 갔고,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또한 냉랭해지다 못해 싸늘하게 식어갔던 것이다. 배 교수가 수학교육연구소를 만들어 대학 강단 너머까지 시선을 옮긴 것도 갓 수학을 접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열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오랜 모색과 시행착오 끝에 그가 도출해낸 결론은 생각하며 활동하는 ‘즐거운 수학’이었다. 암기식의 딱딱한 수학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활기찬 수학교육이었던 것이다. 지난 2000년 수학교육연구소를 설립한 배 교수는 이후부터 삐에로 복장에 판토마임을 하며 아이들에게 몸소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쳤다. 현재 매주 화, 목, 토요일엔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배 교수는“나와 어린이들이 만나는 현장은 당연히 교실”이라며, “내가 우스꽝스런 삐에로 복장을 하고 교단에 선 것은 우스꽝스런 수학을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는 친구로 여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눈에 띄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되찾아 갔다. 따분하기만 하던 수학이 재미있다며 아이들이 초롱초롱 눈을 빛낼 때마다 배 교수 또한 그들 못지않게 신이 났다. 게다가 아이들이 수학과 진정으로 친해지는 동안 그는 새로운 즐거움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수학이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인생 여로를 유추할 수 있는 철학적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배 교수는“아직도 수학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이 땅의 학생들, 학부모들과 함께 내가 얻은 것들을 골고루 나누고 싶다”며,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미래는 아이들 모두가 수학을 재미있고 매력적인 공부로 여기며 즐기는 세상”이라고 웃어보였다. 배 교수는 앞으로 계획과 비전에 대해서 “내가 만든 수학교재가 전 세계에 출판되어서 수학교육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세계의 어린이들이 우리의 수학교재로 수학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배울 수 있게 되어서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수학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배 교수는 오늘도 우스꽝스런 삐에로 복장을 하고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향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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