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베껴 수출까지 하는 중국 업체
‘산자이(山寨, 산적들의 소굴)’는 중국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모조품 문화를 일컫는다. 휴대폰, TV 같은 IT제품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같은 문화 산업에 이르기까지 중국의‘산자이’ 제품은 다양하다. 이렇듯 거대 중국시장에서 벌어지는‘산자이’현상이 이제 한국게임에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기 있는 한국 게임을 중국에 선보이면 중국 업체들은 바로 짝퉁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또한 베껴 만든 게임을 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책임회피로 한국게임업체들은 포기할 수 없는 거대 중국시장에서 커다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 인기 온라인다중역할수행접속게임(MMORPG)‘Mu(뮤)’의 개발사인 웹젠의 이세진 중국 법인장은 올 7월 베이징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차이나조이’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자사 온라인 게임인‘뮤’랑 똑같은‘뮤X’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황당한 것은 뮤X를 개발한 중국의 더나인이 뮤를 현지에 서비스하는 업체라는 사실이다. 뮤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허락 없이 자체 후속 작은 만든 것이다.
#. ‘미르의 전설2’유통사인 샨다는 이것을 카피한‘전기세계’를 독자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를 안 한국의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2003년 중국의 샨다에게 저작권 침해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지 법원의 노골적인 판결 지연을 견디지 못해 4년 만에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했다. 소송을 하는 동안 위메이드는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샨다는 같은 기간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나스닥에도 상장, 대표 게임업체가 되었다. 현재 샨다는‘미르의 전설2’와‘전기세계’로 중국에서만 매년 60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게임업계 나인유는 한국게임‘오디션’을 카피한‘댄싱 스타’를 십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 게임업체는 해외에서의 직간접적인 사업 기회마저 중국에게 빼앗기고 있다.
중국게임업계의 한국 게임 베끼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2012년이면 12조 3000억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게임시장은 한국 게임업계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에 발을 들여놓기로 한 게임업체들은 저작권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중국의 산자이 피해를 미리 예상해야 한다.‘전기세계, 슈퍼댄서, QQ탕, 뮤X, 카트레이스, 동유기, 귀취등 온라인, 패트릭스, 익스트림바스켓볼, 오로라블레이드, 쾌락서유, 열무파티 등…….’중국에서 그동안 출시된 대표적인 산자이 게임들이다. 진행방식만 따온 게임에서부터 캐릭터와 배경까지 통째로 베낀 게임까지 다양하다. 조금이라도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 싶으면 산자이 게임이 나오는 식이다. 한국에서 원본을 수입하는 것보다 비슷하게 제작하는 것이 더 싸다는 점도 중국 업체들이 산자이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더구나 소스코드를 도용해‘카피’수준이 아닌 이상 한국 업체들이 법정 소송을 해도 표절이냐 벤치마킹이냐의 기준을 가르기 어려워 처벌이 어렵다.중국에 산자이 게임이 없으면 인기 게임 축에 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거리낌 없이 베끼고 있다.
인기 있는 한국 게임에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텃세
도를 넘어선 한국 게임 베끼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게임 업체
중국 업체의 상승세는 산자이나 중국정부의 규제보다 더 무섭게 다가온다. 과거 유명한 온라인 게임을 수입하는데 치중했던 중국 업체는 최근 자체 개발한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비중이 전체 시장 규모의 65%까지 올라갔다. 현재 중국에서 최대 동시접속사인 250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몽환서유’는 현지 업체인 넷이즈가 자체 개발한 것이다. 서유기를 소재로 중국 특유의 동양적 판타지를 잘 표현한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각종 게임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완미세계는‘완미시공’으로 세밀한 캐릭터 표현을 해 중국을 넘어 우리나라 등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올해 311억 위안에 이르는 중국 거대 시장을 해외 업체에 내주지 않기 위한 중국의 다양한 민관 지원 덕분이다. 중국 심의기관인 신문총판총서는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100개의 자국 우수게임을 선정, 심의 간소화와 같은 다양한 정책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지원받는 게임들은 동시접속자가 10~30만 명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샨다도 매월 18일에 지원 대상 게임을 선정해 자금을 준다는 프로그램인 18기금으로 소규모 게임개발사업을 돕고 잇다. 총 예산만 5300억에 이른다. 중국은 신화와 민담이 많은 나라로 그런 것들이 게임 소재로 쓰이면서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의 게임이 나올 수 있으며 한국 업체와의 기술적인 격차도 줄어들면서 한국 게임업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인접국 시장에서 자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도 그 나라 눈치만 보는 것은‘직무유기’다.
손 놓은 한국 정부,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미국 정부
정부를 향한 게임 업체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중국의 산자이와 로열티 분쟁 등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정부의 노력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민간 기업 간 분쟁에 끼어들기 조심스럽다’며 회피하고 있다. 게임의 경우 가장 잘되는 문화 분야 중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나 주무부서가 굳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면서 정부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그리고 정부는 중국은 게임 유관부서가 신문출판총서와 문화부, 체육총부 등 세 곳으로 나눠져 협의 주체를 통일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애초부터 주무부서가 중국과 테이블에 마주앉기를 꺼리는 모습으로‘우리나라 정부는 중국에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책임회피가 게임업계의 불만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 2005년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있었지만 외면했었다. 미국 정부로부터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중국의 수입규제에 공동 대응하자는 요청을 받았지만 확답을 보내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다. 하지만 미국은 이 같은 차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실제로 WTO 분쟁조정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외국산 문화콘텐츠의 수입과 배포 사업을 중국 국영기업이 독점하도록 한 제한조치는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일정 부분에 대한 소득을 거둔 셈으로 눈치만 보는 한국 정부와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이번에 내려진 WTO의 시정조치 중 문화콘텐츠의 범위에 게임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근 문화부 공무원들은 게임업계가 중국에서 받는 불이익을 줄일 것이라고 공언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말들을 한국게임업계는 립서비스로 치부하고 있다. 반짝 관심을 가지더라도 다른 산업의 현안에 밀려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업체의 고충을 풀어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예로 게임 업체가 궁여지책으로 정부에 요구해 온 해외담당 공무원 증원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수출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관련 개임업무를 담당할 인력보강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온라인게임 저작권 침해 강력 대응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