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식탁 위에 오른‘韓食’
국내 시장에서 한식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1997년 전후로 한국의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중국에서‘한류’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한류는 중국에서 그치지 않고 2000년대에는 홍콩, 베트남, 타이완, 필리핀 등지까지 퍼지며 말 그대로‘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본격적인‘한류열풍’은 2004년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가 일본에 방영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인기를 몰아 궁중요리를 소재로 한 <대장금>이 일본에 방영되면서 한류열풍에 열기를 더했다. <대장금>이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호응을 얻음으로써 드라마의 소재가 되었던 전통 한식에 대한 인식의 폭 역시 넓어졌다. 대장금의 인기는 한국 전통 음식 및 문화의 수출, 글로벌화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가됐다. 또한 이는 한국음식 및 문화의 차별성과, 건강을 고려한 식재료와 조리법 등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이에 올해는 한식의 세계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다름 아닌 범부처 차원의 한식 세계화 정책 추진을 위한 민,관 합동의“한식 세계화 추진단”이 지난 5월에 출범한 것이다. 이로써 범국가적인 추진체계 마련을 통한 한식 세계화의 꿈이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짐에 따라 먹을거리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몇 년 전부터는 소위‘웰빙 열풍’이 가속화되면서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을 비판, 이를 기피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2004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슈퍼사이즈 미>는 이러한 패스트푸드 기피 현상을 한 눈에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주인공 겸 영화감독인 모건 스펄록이 패스트푸드를 한 달 간 직접 먹어보는 과정이 담겨있다. 괴짜 영화감독이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는 햄버거를 30일간 매일 먹으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신체를 기록하고 있는데, 실험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무려 5킬로가 증가하고 무기력과 우울증을 호소하게 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보여 진다. 한 때 이 영상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줬고 패스트푸드 보이콧 사태를 유발했다. 덩달아‘가족이 함께 건강하게 먹자’는 사고가 만연해졌으며 웰빙식에 대한 호감도 역시 수직 상승하는 결과를 양산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건강식으로 정평이 난 한식에 주목하고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헐리웃의 유명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가‘비빔밥’으로 산후 몸매관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채식 위주의 건강식’으로서 한식에 대한 인식 확산에 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우수한 지형과 계절적 요소의 뒷받침

‘현지화’에서 밀리는 한식의 현주소

세계는 지금‘자국 음식 홍보 중’
세계 식품관련 시장규모는 자동차와 정보기술시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 4조 달러(약 5,600)에 이른다. 이러한 규모를 반영하듯 전 세계는 지금‘음식 전쟁 중’이라고 볼만큼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하여 상품화시키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다. 자국의 음식을 수출하는 일은 단순히 음식을 알리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음식에는 민족의 혼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곧 음식 수출이 문화 수출로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음식=문화’라는 공식의 성립을 통해 국가 발전 동력으로의 역할과 더불어 국가브랜드 형성이라는 엄청난 가치창출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목표이자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웃나라 일본을 들여다보자. 일본은 이미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우리보다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5년‘일식을 프랑스, 중국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만들겠다.’는 장대한 목표를 세우고 그 일환으로‘일식인구 배증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의 일식애호가를 12억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요리장인, 식문화 및 영양연구가 등 14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식문화연구추진회’를 발족한 바 있다. 일본 음식은 오래 전부터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고급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웰빙 열풍 확산에 따라서 건강과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일식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이 확보됨으로써 전 세계에‘일식=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일본 정부는 발표에서 전 세계 일식당 수가 2만4천개가 넘는다고 언급한 것은 이를 증명해준다. 또한 일본 못지않게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성공시킨 나라로는 태국이 있다. 태국에서는‘kitchen to the world’라는 태국 전통 음식 세계화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같은 아시아 지역인 중국에서는 화려한 조리법과 곰발바닥, 상어 지느러미 등 희귀성과 고급성을 강조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식재료를 기본으로 전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차이나타운을 통해 자국 음식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외국인 전문 요리학교를 설립해 자국의 최고 요리사 배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전 세계‘이탈리아요리 식당에 정부가 추천하는 인증제’를 도입해 안정성을 갖춘 자국 음식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최근 영국은‘미각 패키지 상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각 지역 특산물과 관광을 연계한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지역 전통음식을 다양한 국가의 먹을거리와 결합시킨 대대적인 행사를 통해서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음식은 문화로 인식돼 이에 따르는 전후방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아울러 음식 문화는 독자적 상품가치를 내포, 관광 및 문화산업으로서의 가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실로 세계는 자국문화, 즉 음식을 알리는 데 있어 상당히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을 가지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통령 영부인을 지원자로 무한성장 중

“한식세계화는 여러 부처가 유기적 협력 관계 하에 공동 추진하는 대표적 정책이다. 정부차원의 인프라 구축 노력도 중요하지만, 현지화 된 메뉴개발,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한식당 서비스 개선 등 한식업체의 기업가적 도전 정신이 더욱 절실하다”-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
고급화와 대중화의 교묘한 조합
우리의 음식과 음식 문화는 충분히 국제화의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상의 문제점과 맵고 짠 고유의 맛이 현지화의 걸림돌로 작용해 외국에서는 사실상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음식이라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써 이를 세계에 선보일 수만 있다면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보탬인 진주 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은 자국 내 인식변화이다. 현재 한국의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호텔에서 한식은 말 그대로‘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현재 한식당을 운영하는 호텔은 롯데, 워커힐, 메이필드, 르네상스, 세종호텔 뿐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식을 알려야 하는 한국의 호텔에서조차 한식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한식의‘취약한 수익성’에서 비롯된다. 한식은 특성상 한 상 차림에도 여러 명의 요리사가 필요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유명 호텔들은 한식을 메뉴로 내놓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자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음식문화가 어떻게 외국에서 성공할 수 있겠나. 자국 내의 현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몇 가지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첫째로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과 통일된 레시피의 개발이 필요하다. 한식은 자극적인 맛으로 외국인들에게 낯설다. 이를 위해 자극성을 줄인 퓨전화가 중요하다. 둘째는 한식을 단순 요리로서가 아니라‘종합 문화 상품’으로서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음식을 담는 그릇, 도자기 등 식기의 개발과 한식을 매개로 술, 그림, 음악 등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는 식단과 조리법의 표준화이다. 한식에는 수많은 향신료와 조미료가 들어간다. 때문에 표준화된 조리법이 미흡하고‘손 맛’을 강조해 요리사마다 다른 맛을 만들어내는 점은 외국인들과 자국 내 전문가들에게조차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프랑스, 이태리 음식의 경우는 표준 조리법이 전 세계에 전파돼 변치 않는 맛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넷째는 외국에서 성공한 한식당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다른 경영인들이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공개, 공유해야 한다. 외국에서 성공한 몇몇 기업들이 있음에도 이들의 성공 노하우의 DB화가 부족해 후발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진척 상황이 더뎌지고 있다. 몇 몇 한식의 세계화된 사례로는 진공 포장 김치를 개발해 상품으로서의 김치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브랜드 파워도 막강해진‘종갓집 김치’,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미한 한식의 퓨전화를 공략한‘우래옥’, 무공해 건강식품 개발에 앞장선‘풀무원 두부’등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리는 이들의 성공을 본받고 더 나아가 그들의 방법을 체득해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한식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한식당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운영자금과 여타 비용을 지원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외식산업의 전문 인력 양성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식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한식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디서나 한식을 접할 수 있는‘한식 전도사’즉 전문 조리인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전문 조리인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기관을 지정해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을 통해 한식문화를 전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정부뿐만 아니라 협회, 대학 및 연구기관 등이 공동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