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음악에 마음이 베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일시적이요, 순간적이나마 한 시절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었던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의미를 남기고 우리 곁을 스치고 갔으며,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떤 모습으로든 또 만나 다시 헤어지는 일은 거듭된다. 봄꽃이 피는 날, 11년만의 공백을 깨고 4집 앨범을 발표한 가수 박선 주를 만났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옛날과 같은 어조가 있었고, 옛날 같은 아름다운 고요와 안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 4집 A4rism과 함께 뮤직 스타일리스트로 돌아온 가수 박선주
박선 주는 1989년 강변가요제에서‘귀로’로 은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후‘가수’라는 화려한 후광을 뒤로 한 채, 지난 1992년 홀연히 유학을 떠난 그녀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 유학길에 오른 박선 주는 미국 뉴욕대학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일본에서는 뮤직 퍼포먼스를 전공했다. 그동안 후배 가수들을 가르치는 보컬 트레이너로, 대학 강단에 서는 교수로, 그리고 재즈 아티스트로서 국내 가요계를 이끌어 온 그녀가 3집‘Alphabet soup’이후 11년 만에 4집 앨범‘아포리즘(A4rircm)’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전곡이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완성도 높은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만의 음악 향기가 있다.

4집‘아포리즘(A4rircm)’의 모든 곡은 박선주가 직접 작사와 작곡을 했다. 그녀는 Aphorism(잠언, 격언이라는 뜻)처럼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야기를 성숙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사에 동성애와 연하남과의 사랑, 불륜 등 비주류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담은 그녀는 오랜 기간 준비해 발표하는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50여곡 중에 20곡을 엄선하여 빼곡하게 채운 이번 앨범은 스무 가지 사랑이야기를, 스무 가지 목소리로, 스무 가지 장르에 표현했다. 제자와 스승 그 이상의 완벽한 하모니를 들려주는 발라드‘남과 여’는 감미로운 발라드로 박선 주를 통해 데뷔를 하게 된 김범수와의 듀엣 곡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제목만큼이나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발라드 곡‘마음을 베이다’는 헤어진 사랑에 대한 원망을 지극히 절제된 아름다운 가사로 노래한다. 대부분의 노래에는 자신이 경험한 사랑과 이별의 기억이 녹아 있으며, 발라드는 물론 소울, 일렉트로니카, 재즈, 펑키, 트랜스까지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로 보일지 모를 그녀의 앨범이지만, 이 앨범의 장르는‘박선주’그녀 자신일지도 모른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거닐고 있는 듯 신비하기까지 하다.

▲ "선생님은 제 음악의 엄마입니다" - 가수 김범수의 말
Q . 11년만의 앨범 발표, 그에 관한 모든 것
A : 사람들이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고 하는데, 그렇다고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은 아녔어요. 왜냐면 앨범작업을 할 여유가 계속 없었거든요. 학교 졸업과, 또 학교를 졸업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됐었기 때문에, 솔직히 새 앨범을 발표할 만큼의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아직까지 기억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죠. 그리고 작업한 50곡 중에 20곡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좋은 조력자들과 프로듀서가 있어서 곡을 잘 고를 수 있었고요.

Q . 미국 유학을 다녀 온 후, 개인과 가요계에 달라진 점
A : 개인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굳이 있다면 가르침을 받는 학생에서 이제는 가르치는 교수라는 것과, 고양이가 몇 마리 더 늘어난 정도요.(하하) 가요계는 정말 너무 변했죠. 실력 있는 뮤지션도 많이 나오고, 또 거기에 맞춰서 시장이 커진 반면 음반판매나 이런 것들은 많이 저조하지만요. 제가 보기에는 매체가 변경되는 시기다 보니까 아무래도 과도기가 아닌가 싶어요.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음악적 고갈이라고 해야 되나. 예전에는 앨범을 내면 자신의 생각과 정신을 참 많이 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것 보다는 상업적인 기준에 맞춰서 여러 음반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사실 안타까워요.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하면, 경제적인 흐름에 맞춰서 그런 거니까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기도 하고요. 다만, 예술은 예술로서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데, 이젠 정말 예술이 아닌 상업예술이라는 전반적인 시장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쉽죠.

Q . 앞으로는 자주 방송과 콘서트, 앨범으로 만날 수 있는지
A : 좋은 얘긴데요. 예전보다 더 부지런하게 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그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나름대로 있는데요. 제일 큰 이유는 저를 기억해 주시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 대한 보답과,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뮤지션이라고 지칭하기에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음악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은 아닐지라도 활동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서요. 방송이나 콘서트도 부지런히 할 예정이에요. 또, 가수와 더불어 선생의 입장에서 에듀콘서트 같은 뭔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많이 모자란 사람이지만, 그동안 저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이제는 남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할 시기인 것 같아요.

Q . 가수와 교수로서의 매력을 비교한다면
A : 가수는 5일장 동네 장터에서 북 치고, 장구하면서 영화‘왕의 남자’에 나오는 광대놀이 같은, 그래서 제가 잘 모르는 불특정다수를 향해 뭔가를 이야기를 하는 일이고요. 교수는 동네 골목대장이요. 저를 잘 알고, 저에게 목적이 있어서 무엇인가를 배워가려는 친구들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안정감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에게 있죠. 하지만 가수는 관객의 갑작스런 박수나 환호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손바닥과 손등의 차이인 것 같아요.

▲ 현재 명지대학 실용음악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녀를 학교에서 만났다.
Q .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A : 가수 김범수 같은 경우는 어느 날“연습해라”그러고 나서 저는 밖에 나가 일을 봤는데, 7~8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연습하라고 했던 일이 생각나는 거 에요. 까맣게 잊어버린 거죠. 연습실에 전화해서 밥은 먹었고, 안에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는데, 여전히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밥도 안 먹고, 정말 대단한 친구죠.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같은 경우는, 처음엔 제가 가르친 그 준수가 맞는지 잘 몰랐어요. 매번 교복 입은 모습만 보다가 TV에서 보니까 못 알아보겠더라고요. 전화를 해서“네가 동방신기 맞니?”그랬더니,“네, 선생님 제가 동방신기에요!”그러는 거 에요. 박신양씨 같은 경우는 워낙 연습 광이어서 오히려 제가 피곤해서 학생을 피해 다녔던 것 같아요. 피해 다녔다기보다는 계속“선생님 연습해요, 연습 언제하실 거 에요?”그러니까요.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이죠.

Q . 17년만의 첫 단독콘서트, 설렘과 걱정 그리고 팬들을 위한 무대
A : 걱정이 84%, 나머지 설렘과 기대가 합쳐져서 16%요. 걱정이 많아요. 워낙 성격이 겁도 많고, 저 자체가 산만해서요. 이게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참 생각이 많아요. 하지만 좋은 앨범이 만들어졌듯이, 제 주위 사람들이 많은 부분을 준비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죠. 그리고 콘서트 때 당연히 뭔가는 있겠죠. 예전에 불렀던 노래들도 할 것이고, 이번 앨범 자체가 여러 장르이다 보니 그걸 다 소화하려면 춤도 추게 될 것 같고, 이벤트도 마련할 계획이고요. 또 많은 분들이 게스트로 도와주실 것 같아요.

Q . 마지막으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
A : 음악에 관련된 분야는 다 욕심이 나서, 뮤지컬, 영화음악 등 많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결혼은 싫지만 엄마가 되보고 싶기도 하고요. 진짜 욕심인데, 악기 하나를 잘 다뤄서 그 분야에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요. 그리고 100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수로서 계속 인정받고, 끊임없이 감사하며 팬들에게 갚아나갈게요.

오는 4월 1일과 2일 양일간에 걸쳐 17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여는 가수 박선주, 이번 단독 콘서트는 긴 시간 동안 다져온 뮤직 아티스트로서의 열정을 보여줌으로써 진솔하고 의미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멋진 가수 인생이 도드라질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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