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하는 고용대책의 현주소
“생산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행안부뿐만 아니라
노동부와 보건복지가족부와의 정책 조율도 필요하다”

지난해 8월 OECD의 실업률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 째로 낮았다. 이 수치는 한 해 전 한국의 실업률에 비해서는 0.6%포인트 오른 것이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회원국 중 최고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재정부 관계자는“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공공 부문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세제 지원을 했던 것이 실업률을 낮추는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올해 고용부양책으로 행정인턴제, 희망근로사업, 중소기업인턴제, 학습보조 인턴교사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것으로 대다수는 올해로 끝이 나거나 내년까지 연장되는 것들도 그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경기침체와 고 실업률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2003년에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 등 냉소적인 신조어가 판을 쳤다. 이러한 신조어에서 보듯이 우리는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는 비단 2003년에만 해당된 단어들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20대에서 50대까지 모든 취업 연령대에서 고용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고용 사정은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노동부는‘2010년 서민, 고용분야 합동 업무보고회’에서‘일자리 창출’을 2010년 중점추진과제로 정하고 노동부와 교육과학부, 중소기업청이 협조해 대책을 세우는 일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 대책인가? 한시적 대책인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15~29세 실업률은 올해 1월 8.2%를 기록, 2006년 3월 8.5%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후 지난 10월까지 계속해서 7~8%를 오르내리고 있다.(아주경제 발췌)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는 실업난 대책

“희망근로 사업의 생산성 미흡과 노령자, 주부 계층의 지나친 참여, 중도 포기자 속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국회 예산정책처-
청년인턴제, 청년들의 고민 해결하기엔 역부족
청년인턴제의 실상 역시 희망근로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작성한‘이명박 정부의 청년 실업 정책 문제점과 개선 방향’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인턴의 주요업무는 △ 기관, 부서 지원(49.4%) △ 홍보, 행정 사업 지원(18.2%) △ 사무보조(7.1%) △컴퓨터 및 전산 지원(1.3%) 등 경력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업무는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도 이러한 업무를 제대로 시행하면 다행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청년 인턴들은 커피 심부름을 하거나, 종일 복사를 하는 등 자신의 경력과 능력의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만을 전담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 청년인턴들의 월급은 대략 100만원 안팎으로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월급여가 140만 원 정도이고 일부 증권회사 인턴급여가 월 110이며 대졸초임 연봉이 4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청년인턴들의 월급은 합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지난 10월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청년인턴 현황에 따르면 참여인원 1만5천여 명 중에서 구직 성공자는 2천8백여 명에 불과했고 중도 포기율 또한 25%를 넘는다고 했다. 즉, 정부가 내놓은 청년인턴제 또한 근본적인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최근에 6개월을 일해도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행안부에서는 청년 인턴제 도입 시에 6개월을 일하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에서 말하는 것과 같지 않았다. 근무는 6개월을 했지만 토요일은 무급휴가이기 때문에 근로일수가 180일을 넘지 못한다는 이유다. 때문에 이들은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실업급여를 받기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더불어 당사자가 근무처의 계약연장 요구를 거부했을 때에도 자발적 이직으로 판명돼 실업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청년인턴 경험이 있거나 현재 청년인턴십으로 재직하고 있는 237명을 대상으로 청년인턴제에 대해 물은 리서치에서도 드러난다. 질문은 △청년인턴제가 정규직 취업에 도움이 되는가?‘매우 큰 도움’(7.2%), ‘다소 도움’(31.2%)라는 긍정적 답변이 38.4%였다. 반면‘전혀 도움 안 됨’(5.5%),‘별로 도움 안됨’(17.3%)이라는 부정적 반응은 22.8%였다. △청년인턴십은 만족하는가?‘매우 만족’(5.1%),‘다소 만족’(33.3%) 의견이 38.4%,‘매우 불만족’(4.6%),‘다소 불만족’(21.1%) 의견은 25.7%로 긍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 청년인턴제가 가지는 아쉬움은 무엇인가?‘참여기업에 취업으로 연계되지 않는 문제’(27.8%),‘인턴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만 계속 하게 될 것 같다’(27.4%),‘적은 인턴 급여’(24.1%),‘제대로 직무를 경험하기 힘들다’(19.8%)의 순이었다.
금융위기를 맞은 각국의 고용 상황
지난 10월 미국 실업률이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 12월에는 실업률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보여 언론사들은 앞 다퉈 경기회복기를 거론했다. 하지만 이 통계로 미국의 실업난의 회복기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 실업률에는 구직을 아예 포기한 이들의 수치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실업률을 낮춘 요인이라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이에 미 정부도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이 2010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실업률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일자리 문제임을 인정하고 있음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토론회에서“고용을 늘리라”고 민간 기업을 압박한 바 있다. EU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EU는 지난 8월 유로존 실업률이 9.6%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 한다. 이로 인해 실업자 수가 1500만 명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영국 등 유럽의 청년 실업률은 이미 20%에 육박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일본은 지난 7월 실업률이 5.7%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5.5%(8월) 5.3%(9월) 5.1%(10월)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용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일본 총무성의 발언을 통해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는 지난해 4분기에 속속 경기가 회복되었다는 희소식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 자제를 당부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 같은 상황에 각국은“일자리나누기”를 고용대책의 일환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내년에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예상되지만 실업률 개선 속도는 기대보다 훨씬 느릴 것”-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일자리 나누기가 실업난의 대책이 되나
‘고용 없는 성장시대’가 도래한 지금 실업문제가 세계 각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지는 이미 오래이다. 한국 또한 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며 그 중에서도 청년 실업은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할 국가 최우선과제가 되었다. 이에 EU를 비롯한 유럽 각국은 190 유로 상당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영국의 고든브라운 영국 총리가 거의 30년 만에 가장 큰 경기침체 속에 고용증대를 위해 5억 파운드(7억5천8백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고, 프랑스 정부는 13억 유로를 책정했다. 각국의 고용 대책은 예산 책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은 근로시간 단축 및 이에 따른 임금손실 보전과 휴직제도 도입(독일, 프랑스), 전직 지원 확대(프랑스), 실직자 가계 지원(스페인), 직업훈련 강화(아일랜드)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작년 초에는‘잡셰어링(일자리나누기)’이 주목받았다. 이는 세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첫째는, 일자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기존 인력을 내보내는 대신 노동 시장에 갓 진입한 사람들을 신규 고용하는 방법이며 둘째는, 직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셋째는, 일하는 시간을 나누는 방식이 있다. 이 같은 일자리 나누기는 이미 예전에 세계 각국에서 실현 중에 있다. 구체적인 예로 일본의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과 최대 노조연맹인 렌고는 작년에‘고용안정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해 잡셰어링의 도입을 본격 검토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한 일본 정부도 3년간 모두 2조 엔을 들여 1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신고용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고용뉴딜정책’을 발표해 의료, 노인 분야의 고용창출에 적극적인 조취를 취했다. 영국도 최근‘주3일 근무제’를 추진 중이다. 이는 감원 대신 주3일제를 도입, 근무시간을 단축하면 정부가 근로자에게 임금 감소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한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독일도 정부가 앞장서 실업문제에 나서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베를린에서 고용 대책회의를 열어 기업들로부터 경제상황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외에도‘폭스바겐’은 1993년 11월 독일 내 노동자를 10만 3,200명에서 7만 1,900명으로 30%나 줄이겠다는 구상을 공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주 4일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의 유연화, 미혼자 탄력근로제, 직업훈련생과 고령자 파트 타임제를 도입하였으며, 노조는 직업교육을 확충하는 데 주력한 바 있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고 고용부분에서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초 심각한 실업률과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자리 나누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1982년 체결된‘바세나르 협약’은 파트타임 근로를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하여 고령자 및 장애인의 퇴직을 유도하고 파견근무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실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만성 실업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고통 나눔에 동참했다. 그 한 예로 일자리나누기의 일환으로 공기업 대졸초임삭감을 시행했다. 이는 대졸초임 삭감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본래 목적인 신규채용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대규모 비정규직 인턴채용만 확대되어 국민들과 전문가들에게 원성을 샀다. 그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내놓은 이와 같은 정책은‘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라는 비판을 내보이며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일자리 나누기는 이로 인한 부가적인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인력의 인력 삭감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논란거리다.‘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을 정부는 자주 거론한다. 진정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주길 기대해본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