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버크셔해서웨이의 웨렌버핏,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삼성그룹의 이건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이들은 듣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자산을 소유한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이다. 이들은 일반 사람들과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렇게 전 세계를, 혹은 국내의 경제를 주물럭거리는 대부가 되었을까. 부자가 되고 싶고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유대인의 지혜를 집대성한 탈무드에서는 위와 같은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즉 부자 가까이에서 부자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지켜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본지는 부자들의 생활을 통해 부자의 길로 들어서는 첫 걸음을 알아보고 그들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조명해본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인‘후룬’은 매년 부자 명단을 조사해 발표하는데 지난 1월 말에는 중국 부자들의 생활방식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해 주목된다. 그간 서점에는 부자가 되려는 이들의 수를 반영하듯 수없이 많은‘부자 비법서’들이 서점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사생활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보고서에서는 부자들의 사적인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부자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대중들의 목마름을 채워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재산 1000만 위안(약 16억4000만원) 이상인 부자 383명을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평균적으로 자산이 1천만 위안(17억 원)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조사 대상 중 66명의 자산은 1억 위안(17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41세였고 3명 중 1명은 금주, 절반 이상은 금연을 하고 있었다. 취미 생활은 남성은 골프, 여성은 수영이었고, 선호하는 브랜드는 까르띠에, 구찌, 몽블랑, 루이비통, 벤츠, 파텍 필립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0명 중 7명꼴로 정기적인 신체검사를 받을 만큼 돈과 비등하게 건강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지난 2009년 이들은 1인당 평균 170만 위안(2억 9천만 원)을 소비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소비의 대부분은 여행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치품 소비에 대부분의 돈을 사용할 것만 같았던 갑부들은 의외로 재충전을 위한 여행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성향을 보였다.
재산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야?
한국에서 1%의 부자만을 추려내기는 쉽지 않지만 앞서 여러 통계치들을 근거로 어느 정도의 추정은 가능해졌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략 우리나라에서 10만 명, 최대 20만 명 정도를 상위 1% 부자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 보유한 가구는 960만 가구라고 한다. 이 수치는 전 세계로 따지면 고작 0.7%에 불과하다. 놀라운 것은 0.7%의 인구인 이들의 재산은 전 세계의 부의 1/3에 해당하는 33조 2천억 달러에 이른다. 그렇다면 그들이 부자라고 일컬어지는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부자라고 일컬어지는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들은 몇 백만 원만 가지고 있어도 부자라고 여길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수 천 억을 가져야 부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의 재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부자라 인식되는지는 지난해 3월 한길 리서치 조사에 따라서 알아볼 수 있다. 리서치에 따르면‘부자 커트라인’은 2008년 20억 3천만 원에서 지난해에는 27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인식에서 부자의 기준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한 취업 포털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부자의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서 대학생들은 통 크게도 50억 원 이상은 있어야‘부자’라고 대답했다. 또한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킹 이용고객 조사에서는 10명 중 1명이‘100억 원 이상’은 되어야 부자라고 답했다. 또한 세계적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연 수입이 10억 원 이상인 사람을 부자로 정의했다. 신한은행 PB센터와 공동으로 평균적인 부자에 대한 기준을 집계한 결과 PB들은 금융자산 30억원, 부동산 50억원 이상을 부자의 기준으로 봤다. 특히 최소 금융자산으로 10억 원 이상을 굴린다면 부자로 판단했다.
한국의 부자들은 어디에 돈을 쓰나.
▲ 불황의 여파로 서민들은 허리띠를 날로 조이는 반면 부유층의 소비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히려 교육비나 자기투자 비용 등의 지출은 늘어만 가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조사한‘5분위/1분위 소비지출 주요 항목별 배율’에 따르면 식비 외에 모든 지출을 줄이는 저소득층에 비해 부자들은 필요한 것이라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곳에 소비를 하는 것일까. 불황의 여파로 서민들은 허리띠를 날로 조이는 반면 부유층의 소비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오히려 예년에 비해 지출이 늘었다는 보고는 이제 놀라울 일도 아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조사한 ‘5분위/1분위 소비지출 주요 항목별 배율’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은 여실히 나타난다. 이들은 필요한 것이라면 주저 없이 지갑을 열고 있었고 소비 분야 또한 다양했다.“불황이라고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솔직히 체감되는 건 별로 없다. 물가가 오르긴 했어도 굳이 지출을 줄이려고 애쓰지는 않는다.”서울 강남에 사는 A(45ㆍ여ㆍ주부)씨는 소위 말하는‘강남 부자’에 속한다. 고소득을 얻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편 덕에 불황이 닥쳐도 돈에 구애받지 않고 상류층의 일상생활을 고수하고 있다. 한 달 생활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교육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가 있는 A씨의 가정에서 한 달간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대략 500만 원선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A씨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소위 부자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자녀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들의 교육비 지출은 불황과 상관없이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나 관내 2000가구 만 15세 이상 4750명을 대상으로 주거, 교통, 문화와 정보, 행정 등 각종 생활상을 설문조사해 분석한‘2009 사회통계조사 보고서’를 봐도 여실히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ㆍ중ㆍ고 자녀를 둔 가구의 한 달 총 교육비는 평균 129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교육비는 평균 109만 원으로 공교육비의 5배를 넘는 수준이다. 또한 이들은 자녀 교육 외에도 외모 가꾸기, 건강관리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주부들은 파마를 하는 경우에 오랫동안 컬이 유지될 수 있는 소위 뽀글뽀글한‘아줌마 파마’를 선호한다. 이 파마는 오랜 시간 컬이 유지되기 때문에 3~4개월에 한 번 정도 미용실에 가도 되고 심지어 6개월도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자들에게 이러한 얘기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달에 4번 이상 미용실에서 관리를 받는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얘기고 매일 미용실에 다니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이들은 파마나 커트 등 머리 모양을 바꾸는 데에도 돈을 쓰지만 두피와 머릿결을 관리하는 클리닉을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미용실에서도 미용비용만큼의 팁을 미용사에게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부자들은 이미 외국의 팁 문화에 익숙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용실에 투자하는 비용 외에도 이들은 손톱과 발톱관리, 피부 관리까지 보통 한 번 시술을 받는데 최소 20에서 100만 원 이상도 주저 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이들은 몸매관리에도 특별함이 존재했다. 서민들은 살을 빼기 위해서 한 번에 몇 백이 드는 관리실에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 하지만 부자들은 달랐다. 다이어트도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이들이 다이어트에 쓰는 돈은 평균 1천만 원 이상이었다. 다이어트 방법도 천차만별이었다. 일반적으로 병원이나 관리실을 다니는 것을 기본으로 한약과 침을 이용한 다이어트, 식욕을 없애준다는 약 복용까지 이들이 다이어트에 쓰는 연간 비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또한 자동차나 장신구 등의 지출에 있어서도 서민들과의 소비와 큰 차이를 나타냈다. 5분위 계층의 자동차 구입비는 1분위 계층의 8.5배에 달했다. 시계와 장신구 지출액은 5분위 계층이 1분위 계층보다 5.9배 더 많았다. 외모꾸미기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여성뿐만 아니다. 고소득층 남성들 역시 외모를 가꾸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부자는 運, 사회 환원에 눈 돌려야”
▲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과 워렌 버핏은 자신들의 대부분의 재산인 각각 400억 달러와 370억 달러를 빌 게이츠 회장이 운영하는 자선단체인 일 앤드 멜린다 게이츠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기부 금액은 그들 재산의 80%가 넘는 돈으로 기부도 화끈하게 한다는 세간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예전에는 부자들이 명품 자동차와 옷, 도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돈을 낭비해 부러움과 빈축의 대상으로 비춰졌다. 이는 아마도“내가 번 돈으로 내가 쓴다는데 누가 비난해!”라는 사상에서 비롯된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제 부자들은 돈도 많고 착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부자들의 사회 환원이 곧 자신의 회사 또는 자신의 이미지 제고에 막강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 그는 이러한 최근 부자들의 모습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존재로 세계 제일의 갑부인 동시에‘없는 자’를 위한 기부 활동에도 가장 열성적인 기업인이다. 그는 몇 해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성공을 거둔 기업가는 부(富)를 사회에 돌리고, 또 세계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기업인의 사회 공헌 의무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환원이라고 보기에 과하다고 여겨질 만하다. 그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의 재산 400억 달러(약 50조원)의 대부분을 기부해“빌 앤드 멜린다 케이츠 자선 재단( BMGF)”을 설립해 세계의 빈곤과 질병 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자녀에게 1000만 달러만을 유산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언급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기부 열정은 단순한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인다. 그를 지켜본 세계 두 번째 부자인 워렌 버핏은 이들이 운영하는 자선단체에 자신의 재선 85%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6년에 370억 달러를 매년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각 단체에 발송한 바 있다. 당시 370억 달러는 그의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이었다. 이렇게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과 같은 세계 대 부호는 기부의 씀씀이도 남다름을 확실히 보여줬다. 또 다른 부호 윌리엄 배런 힐튼 전 힐튼호텔 회장. 할리우드의 대표 스타 패리스 힐튼의 할아버지이자 전 세계에 힐튼 호텔의 소유주인 그는 지난 2008년 힐튼호텔과 카지노 매각대금 12억달러를 증여하지 않고 아버지가 설립한 콘래드 힐튼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그는 사후에도 재산(추정액 23억달러) 중 97%를 기부해 아버지의 자선사업 선행을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츠먼 케미컬을 창업한 존 헌츠먼 부부역시 같은 해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헌츠먼 암 재단에 7억 달러를 기부했다. 헌츠먼 부부는 5~10년 안에 6억 달러 추가 기부를 약속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버는 만큼 아니 버는 것 이상으로 사회에 기꺼이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 부자들이 꽤 많이 발견된다. 카네기재단에 이어 1913년 설립된 록펠러재단은 미국에서 세 번째 자선재단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1880년대 미국 내 95%의 정유소를 지배하고, 해외 유전과 정유소의 약 50%를 소유한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의 최고경영자였던 록펠러는 한 때 미국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로 인식되었지만 1911년 자선사업가로 변모해, 시카고대학 설립을 위해 6,0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록펠러재단, 일반교육재단, 록펠러의학연구소 등을 설립하는 등 사회환원에 열의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정에서 쓰는 공구나 소비재 등을 모아 판매하는 체인점 홈 디포의 회장 버나드 마커스 역시 전 재산인 8억 5천만 달러를 교육과 장애인 복지 사업에 쓰는 마커스재단에 기증하기로 결정했으며, 코카콜라의 회장 로베르토 고이주에타도 대부분의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증하기로 했다. 더불어 휴거렛 패커드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패커드는 지난해 죽기 전에 50억 달러를 공익사업에 기증했으며, 제이콥 엔지니어링 그룹의 창업자 조지프 제이콥은 이미 지난 1971년 세 자녀에게 1백만 달러에 달하는 주식만 남겨주고 나머지는 모두 자선단체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들은 자녀교육에서도 특별해!
▲ 부자들에게 있어 자녀는 자신의 분신이자 자신의 재산을 지켜줄 존재로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그들에게 자녀 교육은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빌 게이츠 회장을 비롯해 존 D 록펠러, 홍콩 리자청 청쿵 그룹 회장 등 세계적인 부호들은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철저한 경제 교육을 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부자들의 자녀들인 부모의 부를 이용에 호의호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대부분의 부자 자녀들은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한 권리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과감히 깨주는 이들도 있다. 세계적인 갑부인 빌 게이츠는 자녀교육에 있어‘헤픈 용돈은 아이를 망친다’는 기본 신념을 고수한다. 그에 관한 일화는 지난 2007년 빌 게이츠가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C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다. 당시 앵커는“미국 최고의 갑부는 자녀에게 용돈을 얼마나 주는지 알아볼까요? 빌, 아이들에게 용돈을 얼마나 주나요?”라고 돌발 질문을 했다. 빌 게이츠는 서슴없이“매주 1달러씩 용돈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해 앵커를 놀라게 했다. 당시 그의 첫째 딸은 만으로 11살이었다. 그의 재산은 어림잡아 54조원에 이르는데 그렇게 갑부인 빌 게이츠가 자녀에게 주는 돈이 고작 일주일에 1달러라니 그 액수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어린이 전문 미디어 업체인 니켈로디언의 조사에 따르면 12~17세 미국 아이들의 일주일 평균 용돈이 16달러 60센트 정도라고 하는데 이러한 평균에 의해서도 빌 게이츠가 자녀에게 주는 용돈은 터무니없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도중 자녀교육에 관한 단서를 달았다.“아이들에게 스스로 용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예컨대 집안일을 도와주면 그에 따라 용돈을 더 주고 있습니다.”며“돈이나 물건을 쉽게 가지다 보면 세상을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쉽다”고 언급해 그만의 자녀교육 비법을 언급해 눈에 띈다. 부자들의 자녀 교육 원칙은 지난해 10월 중국 신문에 실린‘억만장자들의 자녀 경제 교육법’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양성만보(洋城晩報)는 미국ㆍ중국ㆍ일본의 세계적인 갑부 8명이 자녀를 키운 경제 교육 방식을 소개했는데, 미국의 석유재벌 존 D 록펠러는 자녀들에게 용돈 장부를 만들게 하고 매일 지출내역을 기록하게 했다. 장부기록이 명확하고 용도가 합리적이면 약간의 용돈을 더 줬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때 벌을 분명히 해 용돈을 깎았다. 그는 또 가사 분담을 통해 서비스업에 대한 개념을 심어줬다. 짠물 경영으로 유명한 대만 포모사 그룹 전 회장 왕융칭(王永慶)은 자녀들에게 학비, 생활비를 잔돈 단위까지 계산하게 해서 돈을 낭비하지 않는 그만의 교육 방침을 실천했다. 또한 떨어져 사는 자녀들에게 국제전화 대신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아 실생활에서 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홍콩 리자청 청쿵그룹 회장은 실물 경제에 대한 조기 교육으로 유명했는데, 아들 리저쥐ㆍ리저카이가 10세도 채 안된 나이였을 때 회사 이사회에 참석해 분위기를 익히게 했고 자녀들에게 휴일마다 골프장에서 캐디 아르바이트를 시켜 용돈을 모아 생활이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곤 했다고 한다. 부자들에게 있어 자녀란 단순한 가족 이상이다. 자신의 기업을 혹은 자신의 재산을 물려받을 자신의 또 다른 존재의 가치로 인식된다. 때문에 이들이 자식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곧 미래의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래서인지 부자들의 자식 교육은 남다른 면이 있었다.
재력과 행복은 정비례하지 않아
돈이 많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부자들은 행복할까? 재력과 행복은 정비례하지 않다는 것은 연이어 보도되는 대기업의 임원들 자살 소식을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유 기업이 자금난에 빠졌던 독일 5위, 세계 94위의 거부 아돌프 메클레가 열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당시 향년 74세로 약 13조원의 재산이 있었지만 최근 폴크스바겐 주식의 옵션 매매에 따른 막대한 손실과 가족 소유 회사의 채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었다. 그런 그가 그에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죽음을 선택했다. 이러한 일은 비단 해외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또한 이듬해에는 안산영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자살까지 국내 대기업 CEO들의 자살 소식은 이전부터 전해져왔다. 게다가 지난 1월에도 삼성전자 이모(51) 부사장이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대기업 임원이 되면 그에 따른 연봉과 권한, 후생복지, 업무지원 체계 등 각종 혜택이 뒤따른다. 임원이 되기 직전 부장시절과 비교할 때 연봉이 갑절은 뛴다. 이 모씨 역시 10억 원 안팎의 연봉에 업무추진비, 비서, 차량지원, 운전기사, 골프장 회원권 등도 지원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각종 혜택만큼 성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맡은 분야에서 무한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배가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에게 있어 출퇴근 시간은 없다. 또한 주말과 휴일도 없이 각종 행사에 접대, 술 약속 등에 자신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여유를 만끽하거나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엄두를 낼 수조차 없다. 과중한 업무와 책임감을 감당해야하는 그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하지만 부자들도 인간. 휴식 없이 일하는 그들에게 우울증이 뒤따르는 일은 불 보듯 뻔한 일일지도 모른다. 흔히 CEO, 임원들은 치열한 현장에서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로 여겨진다. 그러나 젊음을 바친 직장에서 50대 안팎에 임원급에 승진하고 난 뒤에는 남들이 모르는 업무 부담과 애환 또한 절절하다. 한 대기업 임원은“직장에서 동기생들이나 선ㆍ후배를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고 나면 그에 따른 보상도 크지만 잃게 되는 것도 많다. 이는 결코 승자의 오만이 아니라 존재 현실에 관한 문제”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고위직에 오를수록 심해진 남모를 고독과 우울함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어려움은 모두 지나갔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막힐 때 못 견뎌 한다”면서“자존감이 너무 높으면 작은 충격에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정신건강컨설팅기업이 기업의 임원급 400여 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심층심리분석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80%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인‘개선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83%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돼 있고 우울감도 높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부자가 되는 꿈을 꾼다. 어떤 이들은 단 하루라도 마음껏 돈을 쓰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것을 가진 이들은 그만큼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그 자리에 올랐고 또한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할 것이다. 가진 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얘기다. 부자는 극히 일부다. 그 일부가 전 세계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에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극히 소수의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어쩌면 모두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자가 되기를 바라기보다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 생각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