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길, 행복한 길로 만들고파”

지난달부터 방영 중인 일일 드라마 <바람불어 좋은날>은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꿈을 좇는 소녀를 중심으로 경제 불황시기에 펼쳐지는 일가족의 고군 분투기를 그린 홈드라마이다. 극 중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있지만 누구보다 최근 주목받는 이는 최기철 역의 강은탁이다. 강은탁이 분한 최기철은 주인공 권오복(김소은)의 고향 오빠로서 그녀가 온갖 수난을 겪을 때마다 나타나 희망이 되어주는 키다리 아저씨로 <꽃보다 남자>에서 구혜선을 지켜주던 윤지후의 역할과도 흡사해 제2의 윤지후 탄생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기철 역의 강은탁은 주몽에 이어 에덴의 동쪽에도 출연한 바 있는 기대주로써 훤칠한 키는 물론이고 볼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외모로 벌써부터 안방의 여심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다. 강은탁이 분한 최기철은 권오복(김소은)을 두고 대기업 디자인 팀장 장대한과 삼각관계를 형성해 알쏭달쏭한 러브라인을 그릴 예정으로 그의 역할 흡수력에 따라서 최기철의 비중 또한 막중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 강은탁을 만나 그의 매력을 알아봤다.

Q. 언제부터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나.
어릴 때는 배우를 하겠다는 생각 전혀 안 했다. 초등학교 때 우연치 않게 연극부가 생겨서 한 번의 공연을 했었다. 그 것이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그 때도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중학교 때 안양예고에서 PR을 나왔는데 막연했지만 연기에 흥미를 느꼈다. 그렇게 안양 예고로 진로를 정하면서 처음으로 연기자를 생각했다. 나는 운동 외에 다른 길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예고를 가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운 좋게도 어머니 지인의 소개로 마임을 배웠고, 그것을 특기로 안양예고에 들어갈 수 있었다.

Q. 안양예고 시절을 어땠나.
예고 학생들은 인문계 학생들과는 생각도 다르고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당시 한 학기 한 작품씩 무조건 선보여야 했는데 나는 공부보다는 공연 준비를 무척 좋아했고 즐겼다. 안양 예고 학생들은 연기자보다 가수 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활동을 했던 친구나 후배 중에 지금의 비, 세븐 등이 있다. 그러한 분위기에 따라 나도 가수 쪽으로 휩쓸렸던 적도 있었다. 나는 안양 예고 시절 춤을 좀 췄었다. 그래서인지 가수 제의도 들어왔었고 가수를 고려했었다. 하지만 나 나름의 고집이 있었던 것이, 연기자는 연기를 잘 해야 하고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되돌아봤을 때 노래를 특별히 잘 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가수 쪽은 포기했다.

Q. 평소 성격은.
사교성도 좋은 편이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한다. 또한 운동을 좋아해서 함께 운동하고 즐기는 것도 좋아한다. 또한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 독하게 매달리는 집념도 있다고 생각한다.

Q. 주몽으로 데뷔. 데뷔작치고 상당히 대작이다.
첫 드라마인데 사극이라 힘들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연극을 통해서 사극 연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사극 연기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를 접해본 적이 없었고 스케일도 커서 긴장을 많이 했다. 또 데뷔작이 운 좋게 시청률이 너무 높아서 다음 작품도 이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주몽이 끝나고 나서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한 동안 작품 활동을 못 했다.

Q. 연기자들은 많고 작품은 한정되어 있다. 힘들지 않나.
이 부분이 제일 견디기 어렵다. 작품이 눈앞에까지 와서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가 반복되면서 상당히 힘들었다.‘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그만 둬야 하나’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나는 장남이고 나이도 먹으면서 심리적 부담감에 시달렸다.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후 입시학원 강사 등 연기만 생각한 사람이다. 연기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어쨌든 이 일을 해야 하는데 내 생각 이상으로 일이 잘 안 풀려서 힘들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을 비우게 되었다. 조급하게 마음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 멀어진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다리면 내 역할이 오겠지 생각했다. 이런 여유를 찾은 지 1년 정도 된 것 같다.

Q. 심적으로 힘든 기간도 좀 있었나.
TV에 얼굴이 자주 비치지 못했기 때문에 지인들은 나의 근황을 궁금해 했다. 일 안 하냐고 직접적으로 묻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운 좋게 광고를 많이 찍었다. 하지만 지인들은 이러한 면을 탐탁지 않아했다. 하물며 대학 은사님은‘니가 광고 모델이냐’고까지 하셨다. 차라리 연극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연극을 좋아한다. 드라마나 영화보다 극 연기를 좋아하고 전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고서 잘 안 되니까 무대로 돌아가는 것은 연극이 도피처밖에 될 수 없다. 그러면 계속 연기를 했던 분들은 안 풀리니까 이것을 하냐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공연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선택한 이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싶다. 물론 대 스타가 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내가 고를 수 있는 위치가 되려면 스타가 되어야 한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작품과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많다. 이렇게 다양한 도전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려면 스타가 되어야 하고 얼굴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Q. 일일 드라마라서 매력을 발산할 기회인데.
주변 분들의 반응은 좋다. 일일 드라마는 장기전이라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스토리 전개 중에서 어떤 인물들 관계에 줄을 그을지는 시청자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잘 해서 내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각인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 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대본대로 소화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이대로만 한다면 시청자들도 좋아하실 것 같다. 지금으로선 강은탁이라는 배우보다 최기철이라는 인물이 먼저 보였으면 좋겠다.

Q. 배우로서 고집이 있나.
물건을 사는 것이나 사소한 것에 있어서는 고집을 잘 굽히는 편이다. 하지만 무대나 연기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편이었다.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학생 때에는 많은 도전을 했지만 이제는 연출자의 눈도 맞춰야 하고 대중의 눈도 맞춰야 한다. 내가 옳은 연기라고 생각해도 대중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맞아도 무대에 올려서 공연을 했을 때 관객이 봤을 때 이것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다.

Q. 지난해 살을 많이 뺐다는데.
지난해는 개인적으로도, 회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힘든 시간이었다. 2~3달 힘든 기간이었는데 그동안 살이 상당히 많이 쪘다. 하지만 지금 소속사로 옮기면서 독하게 1달 반 동안 13kg 감량을 했다. 당시에는 내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벌 받는다는 생각이었다. 하루에 3~4번 센 강도의 운동을 했고 식단도 정해져 있어서 굉장히 힘들었다. 손이 찢어질 정도로 운동했다. 나중에는 나 자신에게 상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자신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Q. 운동을 했다고 했는데. 취미가 운동인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체육관을 하셔서 운동을 쉽게 접했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나 자신을 한계까지 끌어가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비단 운동뿐만 아니라 일에 있어서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내 앞 날에 대한 불안함이 있기 때문에 자꾸 확인하려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Q.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콤플렉스가 있나.
콤플렉스가 많다. 성격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다른 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한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얘기를 하고 진짜 얘기를 해야 할 부분은 일단 담아놓고 얘기를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 부분이 내게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외형적으로는 내가 운동을 해서 허벅지가 굵다. 허리는 얇은데 허벅지가 굵어서 본래 치수보다 몇 치수 큰 바지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장을 많이 입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첫 번째로 올해는<바람불어 좋은 날>을 내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맡았던 어떤 작품보다도 애착이 가고 최기철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든다. 최기철을 잘 표현을 해서 강은탁이라는 연기자가 <바람불어 좋은 날>에서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인식을 받고 싶다. 두 번째는 영화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다양한 모습을 통해 강은탁이라는 배우를 알리고 후에는 여러 작품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위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배우 강은탁은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 좋아하는 일도 잘 하는 일도 오로지 연기뿐이라는 그의 눈빛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또한 연기에 대한 간절함과 더불어 인생을 받아들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여유와 진중함까지 더해 배우로서 더 없는 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배우가 아닌 삶은 상상할 수 없다는 그에게“당신은 배우의 옷이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는 한 마디를 보탠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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