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의 설전이 예사롭지가 않다. 서로 “강도”에 빗대서 막말을 주고받다가 사과하라느니 않겠다느니 시장바닥 싸움판을 방불케 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여당 최고 권력자간의 이견이 ‘파워게임’의 양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고 심란하기 짝이 없다. 지역·계층간 심각한 갈등 양산을 보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두 정치지도자들의 갈등해소와 통합능력에 큰 의문점을 갖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 측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간의 분열상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촉발되어 2008년 4월 총선에 앞서 공천파동을 겪으면서 극한 대립을 보여 왔었다. 이번 ‘강도론’의 설전도 그동안 묶은 감정이 ‘세종시 문제’로 다시 재점화된 것이다. 세종시를 둘러싸고 양쪽의 공방 과정을 보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느낌을 준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차기 정권을 절대 넘겨주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해 이명박 대통령측이 과거 대선 당시의 경선 과열을 거치면서 그리고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 구성과 정부 인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표와 그 측근들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는데다 그 이후 여러 가지 국정에 대한 소극적 내지 비참여로 이어지는 박근혜 대표의 비토 과정이 서로 부딪치면서 양 진영의 감정적인 골이 깊을 대로 깊은 극한 상태로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양 진영 간의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에 친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정치적 권력투쟁의 파장은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김 의원의 절충안이 진퇴유곡(進退維谷)에 빠진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을 해소해보려는 노력이 될지 아니면 양 진영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시한폭탄의 역할을 할지 그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어쨌든 ‘이-박 갈등’은 오랫동안 체증상태로 있었던 정치계파 간의 비민주적이고 성숙치 못한 우리 정치문화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치적 불완전성이 국민과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있다. 따라서 이대통령은 두 권력자들 간의 비생산적인 ‘파워게임’을 하루 빨리 중단하고 ‘소통과 화합’의 정신으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애초 이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충분한 토론 없이 ‘세종시 수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게다가 야당과 국민에게도 타협과 설득의 노력 이전에 일방적 홍보만 했을 뿐이다. 이제는 이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을 요청하고 의견접근을 이루어야 한다. 과거의 ‘이-박의 만남’과는 달리 이번에는 서로가 진정성을 가지고 만남으로써 여권 내 정치구도상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정 전반을 점검해보고 상호간 새로운 비전제시를 주고받는 등 더 발전된 만남을 기대해 본다. 왜야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도 아직 3년 이상 남아 있고 여당인 한나라당과 같이 해야 할 일이 태산 같기 때문이다. 실업과 청년층 일자리, 유럽발(發) 경제위기, G20 준비, 4대 강 사업, 남북관계 등 국정 과제가 산더미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앞으로 불가피한 여·야간의 대결도 정치혼란의 파국만은 피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처럼 할 일 많은 여당이 당내에서 정치적 헤게모니를 서로 잡기 위해 계속해서 ‘파워게임’으로만 일관한다면 다수의 국민을 우롱하고 배신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청와대는 세종시 논란의 화근인 설득과 소통의 부재를 재삼 인식하고 국민과 모든 정치적 세력과의 대화를 할 채비를 해야 한다. 또한 이대통령은 여·야의 구분을 초월한 초정파적 모습으로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주길 당부하고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2월9일 충청북도 업무보고에 참석하여 “지도자는 유연하고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무쪼록 국민이 원하는 미래가 달린 ‘국민복지정책’과 ‘경제정책’을 펼쳐 희망과 미래가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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