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민간주도성 빠지면 자원봉사라고 할 수 없어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재난 때 전국에서 1백3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앞을 다투어 찾아가 바다를 삼킨 검은 기름때를 깨끗이 씻어내고 절망에 빠진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되찾아 주었다. 2년여 전 태안반도에서 펼쳐진 우리 국민들의 이 같은 자발적 참여는 자원봉사의 참된 의미와 사회·국가적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자원봉사활동은 누가 등을 떼밀어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순수한 선의(善意)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고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원봉사는 국가가 미처 해결해 주지 못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보다 살기 좋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인간애(人間愛)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이른바 ‘중앙자원봉사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자원봉사를 민간주도에서 정부주도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봉사와 나눔’이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안전망

자원봉사의 참뜻을 살리기 위해 성명 발표
행안부는 지난 3월 12일자 정부조달(나라장터)사이트를 통해 이른바 ‘중앙자원봉사센터’의 설치 및 민간위탁 사실을 전격 공고함으로써 그동안 한봉협이 그토록 반대해오던 관변 자원봉사체제 구축작업에 본격 돌입한 느낌이다. 이에 한봉협은 지난 3월 19일 공동대표단 및 회원(단체)일동의 결의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성명에 따르면 자원봉사는 무엇보다도‘순수성, 자발성, 자율성’이라는 3대 기본정신을 토대로 최대한 ‘민간주도성’을 살려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안부는 이를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고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한봉협과 1백40개 회원단체 일동이 사회안전망 및 국민통합 차원에서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민간 자원봉사활동이 잘못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을 공개 천명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한봉협은 성명에서“행안부는 자원봉사가 민간주도가 되어야 한다는 기본정신과 더불어 ‘민-관 협력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자원봉사관련 정책 입안 및 수행과정에서 민간 유일의 법정 대표단체인 한봉협을 대등한 파트너로 참여시켜야 한다”며“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봉협과 함께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개정작업에 착수하고, ‘자원봉사진흥기금’의 설치 및‘자원봉사진흥위원회’의 운영을 활성화하는 작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중앙자원봉사센터의 설치가 한봉협의 대표성과 합법적 역할 수행에 혼선을 초래하지 않고 동 센터의 운영이 관주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그 설치 및 향후 운영과정에서 한봉협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존중하고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봉협은 또 “중앙자원봉사센터의 설치 추진과정은 물론 지금까지 자원봉사 지원행정에서 보여 온 일방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밀실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민간주도’라는 자원봉사의 기본정신에 따라 유일한 법정 대표단체인 한봉협이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와 한봉협의 주장처럼, 만약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한국의 자원봉사운동이 발전해나간다면 더 많고 더 헌신적인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좀 더 살기좋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잠재력과 자발적 참여의 정신이 우리 사회 저변에 충만해진다면 태안 기름유출이나 천안함 침몰 사태와 같은 국가위기시에도 어렵지 않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P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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