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원인 미상의 사고로 침몰되었다. 천안함 침몰을 두고 내부폭발, 외부폭발, 피로파괴, 어뢰설, 기뢰설 등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원인을 밝혀 낼 가장 확실한 단서라는 함미 부분을 인양한 후에도 여전히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어 유가족들과 국민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구조과정에서도 한주호 준위를 비롯해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나선 금양호 선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연달아 발생해 천안함 침몰 원인규명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군의 진술번복 등 애매한 태도는 국민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할 뿐이다.
▲ 지난 3월 26일,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원인 미상의 사고로 침몰되었다. 천안함 침몰을 두고 내부폭발, 외부폭발, 피로파괴, 어뢰설, 기뢰설 등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천안함 실종 수병들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3월 26일 오후 9시 16분부터 외부충격에 의해 침몰되기 시작한 오후 9시 22분까지 6분 동안 벌어졌던 천안함의 상황이 침몰 원인을 규명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이 당시 촬영한 구조 동영상을 보면 수병들은 체육복이나 내복 등 간편한 복장이어서 대처할 틈도 없이 무언가에 당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생존자 중 일부는 가족들을 통해“전쟁이 터진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모 중사의 아버지는 아들에게“외부공격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경황이 없어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은 알아도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대답해 의문을 자아냈다. 천안함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사고 직후 가족들에게“배가 내부 폭발이나 암초에 걸릴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증언했다. 군소식통은“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사고 직후인 오후 9시25분쯤 2함대사령부에 휴대전화를 통해‘피격 당했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교신기록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외부폭발은 확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천안함은 사고 당시 평소 다니던 항로가 아닌 수심이 얕고 물살이 거센 백령도에서 불과 1.8km 해역까지 접근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군은“백령도에 다소 근접해 기동한 것은 북한의 새로운 공격 형태에 대응해 경비 작전시 지형적 이점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었다”며“백령도 해상의 경비를 맡은 천안함이 항로를 내해로 선택한 것은 북한의 최근 군사적 위협 징후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으로 북한 잠수정 또는 반잠수정에 의한 어뢰·기뢰의 공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에도 군은 북의 개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백령도에서 멀지 않은 북한 서해안 잠수함 기지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 26일을 전후해 잠수정(또는 반잠수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30일“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미 정찰위성 사진 등을 정밀 분석해본 결과, 백령도에서 50여 km 떨어진 사곶기지에서 잠수정(반잠수정)이 지난 26일을 전후해 며칠간 사라졌다가 다시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움직임을 보였던 잠수정(반잠수정)의 종류와 숫자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 잠수정이 기지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경우는 종종 있기 때문에 이번 침몰 사고와 연관이 짙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에서“북한 반잠수정은 어뢰2발을 발사할 수 있다”며 반잠수정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북한 서해함대의 핵심전력인 8전대가 있는 사곶기지에는 20여척의 잠수정 및 반잠수정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안함이 물에 잠긴 지 20일이 지난 4월 15일에 원인규명의 열쇠가 될 함미 부분이 인양되어 원인분석이 진행되면서 북한 개입을 배제하기 어려운 외부 공격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정부도 본격적으로 북을 고려한 대응모드에 돌입했다. 청와대와 각 부처는 예정된 일정이나 회의 일부를 순연시키고 안보관련 수석회의와 관계장관회의 등을 잇달아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사망 승조원의 전사자 예우와 대국민 담화, 국가안보·위기관리시스템 개선 등 사태수습 방안 마련과 함께 북의 개입 가능성에 대비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시나리오로 유엔 및 중국 등 개별국가 접촉을 통한 추가적인 대북 경제 제재, 남북 교류 단절, 군의 공세적 방어태세 등 크게 세 가지로 꼽고 있다. 직접적인 군사조치는 현 시점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 한 당장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6자회담 재개노력보다 우선시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회담재개보다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며“현시점에서 미국의 우선 목표는 함정과 관련해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라는 점을 한국 측에 알렸다”고 전했다. 지난주 한국 방문에서는“함정이 어떻게 해서 비극적으로 침몰했는지 확실히 알기 위해 선체 수습작업에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북핵 협상과 관련해서는“다음 조치가 필요할 경우 한국과 미국 간에는 철저한 합의가 있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미 양국이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향후 6자회담 노력의 향방에 주요 변수로 작용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6일“6자회담 참여국들로부터 한국 지지를 이끌어 내는 동시에 유엔을 통해 대북 비난 결의안과 추가 제재 등을 발 빠르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현재 유엔 대북제재는 무기나 전략물자 제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러한 행동이 손해라는 것을 북한에 깨우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제재 확대와 함께 필요에 따라서는 남북 무역 단절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북한의 공격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만에 하나 섣불리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을 경우 북한 등의 반발이나 6자회담 등 외교문제가 발생할시 파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군사기밀때문에 못 밝힌다?
▲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지난 4월 6일 브리핑에서 군사기밀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지난 4월 6일 브리핑에서 군사기밀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원 대변인은“최근 일부 매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잠수함 등 대북 첩보수집 방법과 군한 내부 배치도, 해군의 무기체계 등 주요한 군사기밀을 무분별하게 노출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밝히면서“우리 군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야 군사기밀 유출 행위를 강하게 지적한 이유는 군에서‘SI(특별취급)첩보’로 분류되어 업무 관련자 외에는 접근이 금지되는 특급기밀인 북한 잠수함의 기동상황과 통신 자료 등이 마구잡이로 노출된 데에서 비롯되었다. SI첩보는 우리 군과 미군의 정찰 자산에 의해 수집되는데 북한군의 동향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최신 자료로, 이 첩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군은 U-2 고공 정찰기를 일주일에 3~4회 하늘에 띄우고 있으며 우리 군은 주요 첩보수집 기지에서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한다. 특히 SI첩보는 군사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수집될 수 있으나 대부분 북한군의 교신내용을 청취하는 방식인 통신감청으로 얻어진다. 만약 통신감청을 통해 수집된 첩보가 공개되면 북한군은 주파수를 바꿔버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학송 위원장(한나라당)은 4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의 잠수함이 지난 3월 26일 서해 비파곶 앞 해상에서 통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당시 사용했던 주파수와 암호가 노출됐다고 판단하여 더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새로운 주파수와 암호체계를 파악하는 데 몇 달을 소비해야 할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이에 군은 이미 노출된 군사기밀을 파악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요구해 제출한 자료 또는 대면 설명 가운데 어떤 기밀 내용이 포함됐으며 이것이 실제 유출되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1200t급 천안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나 침몰한 원인이 아직 밝혀 지지 않고 있는데 전후 사정을 밝히려면 군 당국이 관련 자료를 감추기에 급급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국민과 여론의 주장이 거세다. 군도 이러한 여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고 당시 백령도 해병대 기지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침몰 상황이 담긴 40분짜리 동영상을 1분 20초 분량으로 편집해 공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몰 장면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완전히 공개했다. 또한 침몰함과 2함대, 인근 속초함과 주고받은 교신록의 공개 여부에 대해 군 당국은 교신록 자체가 군사기밀로 취급되고 있고 다른 군사작전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 거부로 맞서는 등 논란의 핵심이 되었다. 이 교신록에는 당시 인근 해상의 우리 함정 작전 상황뿐 아니라 북한군의 동향 일부도 포함되어 있어 군으로서는 공개를 매우 꺼렸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북한의 잠수함 기동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정보수집 분야 전문가들이 많은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원 대변인은“군사기밀은 유사시 장병들의 생명은 물론 작전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군 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앞으로 확고하고 적절한 수준의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원인규명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밝힌 만큼 국민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증거물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잠수원 안전 확보되지 않은 채 구조
▲ 살아 돌아오지 못한 46명의 천안함 장병들,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들을 떠올리며 이제는 우리가 나서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군 생활 35년째인 해군 특수전여단(UDT·Under water Demolition Team)교육훈련대 한주호(53)준위는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탐색·구조 작업에 자원했다. 그는 2년 뒤 전역을 앞두고 올 9월에 직업보도 반에 들어가 외부 교육을 받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부대의 선·후임 동료들은“이제 그만 쉬라”고 말렸다. 부대에서도“가능한 인력은 전원 출동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한 준위에게는 별다른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28일 조국과 해군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며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더구나‘하루 잠수하면 이틀을 쉰다’는 안전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흘 내내 잠수, 수색작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결국 변을 당하고 만 것이다. 부인 김말순(56)씨는“지난 일요일 구조작업에 갈 때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어제 두 번 전화를 했는데‘배에 들어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게’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울먹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의 길을 가고 있는 육군 1사단 한상기(25)중위는“어제 오전·오후 두 차례 구조 활동을 마친 뒤 통화한 게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께서“구조활동이 힘들고 춥다”고 하시기에‘그만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그래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자 잠수요원을 치료하는 장비와 환경이 너무 열악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백령도 앞바다 밑 물살의 속도는 시속 6노트(10.8km)를 웃돌았다. 잠수요원들이 무거운 잠수장비를 착용하지만 물살에 몸이 수평으로 쓰러질 정도다. 해상에서 침몰된 선체까지 연결하는 생명줄을 놓치면 언제 실종자가 될 지도 모를 위험한 상황이었다. 함미가 침몰해 있는 수심 45m에서 잠수 요원들이 받는 압력은 5기압을 넘었고 바닷물은 섭씨 3도까지 떨어졌다.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전에 투입된 잠수요원은 해군 해난 구조대(SSU·Ship Salvage Unit)와 특수전여단 수중폭파팀(UDT·Under water Demolition Team)소속이다. SSU는 해상에서 발생한 재난 상황에서 실종자 구조와 침몰한 선체를 인양하는 작전을 담당하는 특수부대다. 침몰선 인양 작전에 투입됐던 한 SSU대원은“심해 수중작업을 10분 정도 하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온다”면서“압력 때문에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져 임무 내용이 가물가물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막상 작전에 투입돼 물에 들어가면 손과 발이 느끼는 감촉과 느낌에 의지해 몸으로 볼 수밖에 없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조류의 흐름이 상상이상으로 빠르며 선체 주위를 빠른 속도로 흘러가게 돼 잠수요원과 충돌하는 부유물과 폐그물 등은 큰 위협이 된다. 특히 천안함처럼 폭발사고로 침몰한 경우에는 절단된 철판의 단면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대단히 위험하다. 잠수요원의 신체적 충격을 줄여줄 장비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다. 포화(飽和)잠수 때에는 질소 중독에 의한 잠수병을 막기 위해 헬륨과 산소를 섞어 만든 특수 혼합기체를 호흡한다. 체온 손실이 빠르고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수심 50m까지의 천해(淺海)잠수, 100m까지의 심해 잠수, 100m이상의 포화잠수까지 특수교육을 완전히 마치려면 보통 10년 이상이 소비된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잠수요원이 170여명이나 되면서 왜 한꺼번에 여러 개의 밧줄을 연결해 여러 명의 잠수요원들을 투입하지 않고 두서너 명의 잠수요원만 투입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잠수조는 반드시 2인이 한 조를 이뤄 인도용 밧줄을 잡고 구조작업을 펼친다. 급격한 압력 차이로 잠수요원 중 한 명이 의식을 잃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잠수요원들이 수심 45m의 함미 부분에서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5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오르내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실제 시간은 6~7분밖에 되지 않는다. 잠수병의 위험으로 인해 잠수요원들은 하루에 한 번 밖에 작업할 수 없다. 해군 측은“협소한 함미에 여러 개의 밧줄을 연결해 한꺼번에 여러 명의 잠수요원을 투입할 경우 밧줄이 꼬이거나 잠수요원들끼리 부딪혀 밧줄을 놓치면 조류에 휘말려 잠수요원이 실종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잠수 필수 장비도 1개뿐이어서 구조를 더디게 하였다. 해군은 광양함과 평택함, 청해진함 등 모두 3척의 구난함을 보유하고 있다. 광양함과 평택함에는 1개의 챔버, 청해진함에는 3개의 감압챔버가 설치되어 있다. 감압챔버는 잠수작업에 필수적인 감압장치다. 높은 수압에 노출돼 있다가 감압 절차 없이 갑자기 수면위로 나오면 의식을 잃거나 구역질 증세를 보이고 눈에서 피가 나오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요원은 1회 작업 후 반드시 감압챔버에서 2~5시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천안함 구조작업에 동원된 구난함 가운데 감압챔버를 이용할 수 있는 함정은 광양함 한 척 뿐이었다. 나머지 감압챔버는 모두 수리중이기 때문이다. 해군 출신의 한 실종자 가족은“감압챔버가 있는 구난함 3척 중 2척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실종자 구조에 도움이 되겠다며 작업에 뛰어든 금양호 실종 선원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실종 선원 가족들을 비탄에 빠뜨리고 있다. 금양98호 실종자 가족들은“정부가 금양98호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종자가족대책위원장 이원상(43)씨는“실종선원들은 국가에서 부름을 받고 무보수로 일했으나 국가에서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금양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대책본부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대책본부에서 관계부처에 협조요청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실종자 가족들이 공문을 만들어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수중탐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정부에서도, 해경에서도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며“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인터넷을 보고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李대통령,“철저한 검증”약속
▲ 실종자 구조에 도움이 되겠다며 작업에 뛰어든 금양호 실종 선원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실종 선원 가족들을 비탄에 빠뜨리고 있다. 숨진 채 발견된 금양 98호 선원 김종평 씨의 빈소는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고인을 기리기 위해 군경에서 보낸 8개의 조화가 빈소를 둘러싸고 있지만 적막하기만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고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희생 장병과 가족들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는 이들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대책에 대해“이미 국제협력 속에 원인 규명과 진상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천안함 함미의 인양소식과 관련해 침몰의 원인이 북한의 공격으로 드러날 경우에도 한국이 취할 효과적 대응 수단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북한에 공격적인 대응을 할 경우에는 대규모 충돌로 확대될 수 있고 이는 한국의 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들을 떠올리며 이제는 우리가 나서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천안함의 비극을 빚은 원인을 끝까지 규명하고 대응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장병들의 넋도 고이 잠들지 못할 것이며 대한민국의 자존심도 두 동강 날 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고를 기점으로 우리 군의 미비한 위기대응 체계를 다잡아야 하며 실종자 가족, 유가족들을 위한 정부의 합당한 지원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