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선 세대교체 바람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40대 광역단체장후보는 정치권 격변을 이끄는 차세대 주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20, 30대 젊은 층의 적극적 투표 참여와 이들의 결집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지역주의 위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지역감정이 옅어지면서 계층 투표 징후도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가까스로 서울을 지켰지만 경남과 강원 등 주요 접전지를 모두 내주면서 사실상 대패했으며 민주당은 예상외의 대승을 거뒀다.
이번 6.2 지방선거의 평균 투표율이 54.5%로 예년보다 급상승했다. 지방선거가 처음 시작된 1995년 1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곤 역대 최고다. 접전 지역은 물론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의 투표율도 고공행진을 벌였다. 이번 투표율은 최근 주요 선거의 투표율 추이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또 지방선거에서는 20ㆍ30대 젊은 층과 50대 이상 고령층의 투표 성향이 확연하게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두 세대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40대가 야당 지지 성향으로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투표성향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2007년 대통령 선거와는 완전히 다른 반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 대선과는 거의 비슷하다. 세대 간 투표 성향 괴리 현상이 2007년 대선 등에서 엷어졌다가 다시 2002년 상황으로 유턴한 것이다. 2007년 대선이 치러진 2년6개월 전만 해도 호남권과 제주 등을 제외한 12개 지역에서 대부분의 연령층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번에 텃밭인 대구, 경북, 울산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20ㆍ30대의 표심을 얻는 데 실패함으로써 참패했다. 이는 젊은 세대가 정권 견제ㆍ심판론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총 유권자의 39.3%를 차지하는 20ㆍ30대는 투표율이 그 동안 낮아 영향력이 평가 절하되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다소 높아진데다 이들이 특정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오면서 이제 정치권은 이들의 표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ㆍ30대 젊은 표심 다른 이유는... 세대 간에 표심이 다르게 나타난 이유는 우선 정부여당의 독주와 소통 부재에 기인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권의 이 같은 행태는 탈 권위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이것이 표심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천안함 사태 이후의 이른바‘북풍’(北風)이 젊은이들에게는‘역풍’이 됐다. 탈냉전 시대에 학교를 다닌 20?30대가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안보 대치 상황'에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포용정책으로 평화 이슈에 더 익숙해진 이들에게‘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는 야권의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이들이 뉴스를 접하는 매체가 기성세대와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의 경우 140자 단문메시지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한 젊은 층 투표 독려가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2년 대선 때도 인터넷 토론방과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위력을 발휘했다. 고 연령층이 영향을 많이 받는 종이신문의 논조는 젊은 층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대신 광우병 파동 때처럼 이번에도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인터넷 문화가 젊은 층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앞으로 정치권은 이러한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야 하며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기성세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정책 설명을 충분히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세대 균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놓이지 않게 될 것이다.
16개 광역단체 중 한나라당은 6곳, 민주당은 7곳
▲ 기초단체장에서는 전국적으로는 민주당은 92곳에서 승리를 거뒀고, 한나라당은 81곳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고전했으나 과거 선거와 달리 한 곳으로 쏠림 현상은 적었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가까스로 서울을 지켰지만 경남과 강원 등 주요 접전지를 모두 내주면서 사실상 대패했다. 민주당은 예상외의 대승을 거뒀고 친노 그룹은 화려한 부활의 나래를 폈다. 민심은 무서웠고 국민은 현명했다. 2일 실시된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게는 뼈아픈 패배를 안겼고 민주당에는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줬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줄곧 끌려 다니다가 강남 3구에서의 몰표에 힘입어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한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패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부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어렵게 됐다. 경기도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비교적 여유 있게 제치면서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 유력 대선 주자의 자리를 꿰차게 됐다. 유 후보의 패배로 국민참여당은 창당 6개월도 안 돼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유 후보 본인도 한동안 정치적 암중 모색기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서는 백령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북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를 큰 표 차로 이겼다. 안 시장 재임 8년에 대한 피로와 이윤성 전 국회 부의장의 말실수가 패배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다행히 천안함 사고가 인천 앞바다에서 발생했다고 말해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충남과 강원도에서는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던 민주당 안희정, 이광재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눌러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전에 승리의 술잔을 바칠 수 있게 됐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데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강원도에서 이광재 후보가 승리한 것은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에서는 이시종 후보가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를 누르면서 민주당의 승리를 보탰고 대전에서는 염홍철 후보가 당선돼 선진당의 체면을 살렸다. 경남에서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던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이명박 정부 행안부 장관을 지낸 이달곤 후보와의 대결에서 이겨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한나라당은 텃밭 가운데 한 곳이자, 정몽준 대표가 여러 차례 지원유세에 나섰던 경남에서 무수한 공천 잡음 끝에 기초단체장도 상당수 무소속에게 내주면서 선거 패배 책임론의 진원지가 될 전망이다. 제주에서는 무소속 우근민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박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명관 후보에게 승리했다. 이외에 여야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들이 이변 없이 승리했다. 그러나 부산에서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5%를 득표하고 호남에서 한나라당 정용화(광주), 김대식(전남), 정운천(전북) 세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두 자리 수를 얻은 것은 값진 평가를 받을 만한다. 16개 광역단체 가운데 한나라당은 6곳, 민주당은 7곳을 차지하게 됐고 선진당은 한 곳, 무소속은 두 곳에서 당선자를 내는 것으로 6.2 지방선거는 막을 내렸다.
기초단체장 민주당 압승…지방권력 야권으로 대이동 한나라당의 참패로 평가되는 6ㆍ2 지방선거 결과 중 여권의 전략지역인 수도권에서 총 66개 기초단체장 중 한나라당은 15곳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는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61개를 휩쓸었던 것에 비해 4분에 1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2006년에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단체장 25곳을 싹쓸이했지만 이번에는 4곳에서만 당선됐다. 반면 민주당은 66개 중 46개에서 당선되면서 수도권에서 입지를 회복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수도권에서 고작 1석만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특히 경기도 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지역에서 다수를 당선시키는 이변을 일으켰다. 경기도에서 전통적인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지역 외에도 분당과 일산이 위치한 성남과 고양에서 후보를 당선시켰고 수원, 안양, 용인 등‘광역시급’ 기초단체에서도 승리했다. 서울에서도 민주당은 용산 등에서 승리하는 등 강남 3구와 중랑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승리했다. 한나라당은 인천에서도 단독 출마로 무투표 당선된 옹진군을 제외하고 모두 패배했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당은 92곳에서 승리를 거뒀고, 한나라당은 81곳에 그쳤다. 또한 수도권에서 최초로 민주노동당 당선자가 나왔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인천 남동구와 동구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민노당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민노당은 울산 북구에서도 당선자를 냈다. 무소속 돌풍이 불었다는 점도 한 특징이다. 영남에서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의령, 남해, 함양, 울진, 영양 등지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에 고배를 마셨다. 호남에서도 여수, 순천 등에서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각 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단체장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접전인 지역이 많았던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골고루 당선되는 경향을 보여 의회의 견제 기능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고전했으나 과거 선거와 달리 한 곳으로 쏠림 현상은 적었다. 서울시장 선거와 서울기초단체장 선거 결과가 크게 차이를 보이는 등 줄 투표 현상은 과거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李대통령‘국정 연설’중 4대강과 세종시 논란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TV와 라디오로 생방송된 제42차 라디오, 인터넷 연설을 통해 여당의 패배로 끝난 6.2 지방선거 이후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과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4대강 사업은 물과 환경을 살리는 사업”이라며 이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해마다 땜질식 수질 개선사업과 재해 복구비용에 들어가는 수조원의 비용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업”이라고 사업 당위성을 강조한 뒤“먼 훗날이 아니라 바로 몇 년 뒤면 그 성과를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특히 연설 중‘경부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 등 국책 사업은 그때마다 많은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바로 그 사업들이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가 됐다’는 문구를 직접 집어넣으라고 지시할 만큼 4대강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다만“정부의 소통과 설득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환경을 위해 유익한 의견은 언제든 반영하겠다”면서 소통 강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소통 강화’가‘속도 조절’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정운찬 국무총리는“4대강 사업의 규모를 줄이거나 속도를 조절할 계획이 현재는 없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의 중단 내지는 전환 등 을 기대했던 야당은“대통령이 소통보다는 독주를 선택했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경남 남해에서 열린 전남·영남지역 당선자 연수에 참석,“그동안 민주당은 민심의 뜻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정상적인 치수(治水)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면서“지방선거 민심을 받드는 일에 대통령이 앞서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날 주최한‘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전략토론회’에서도“대통령이 아직도 민심을 모른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이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장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 것은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이며 사업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볼 여지가 있다”(박지원 원내대표)는 의견도 있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와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이 대통령 연설에 대해“민의를 짓뭉갠 독선의 극치”,“오만의 정치에서 못 벗어났다는 고백”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방송 연설에서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을“국회가 이번 회기에 표결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세종시 논란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표결 처리를 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 야권이 수정에 반대하고 있어 수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이를 요구한 것은 수정안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행정 부처 분할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기 때문에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을 추진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세종시 논란의 최종책임을 국회로 넘긴 셈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잘못이 있다면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이 해결하면 되는데, 왜 국회에 책임을 떠 넘기냐. 상정도 안 되고, 수정안은 자동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만 철회하면 간단하게 문제가 풀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부결돼도 좋으니 표결을 해달라는데 마냥 야당이 무시하기는 힘들다. 6월 국회에 처리하지 않으면 정기국회로 넘어가는데 이럴 경우 연말까지 지연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민주당이 논란을 해소하지 않고 이어가는 데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국토해양위 차원에서 부결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국토해양위는 수정에 반대하는 친박계 의원과 야당 의원이 정원 31명의 절반을 넘는 20명이나 돼 아예 전체회의에 넘어오기 전인 소위(小委) 단계에서 부결시키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후폭풍... 정책현안 난항 예고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진하면서 정부와 기존 여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추진 해왔던 각종 경제정책들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미 선거 기간 중 4대강, 세종시 사업은 물론 부자감세, 무상급식 등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해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선거후 변화된 정치 역학구도는 각종 경제정책의 미시조정 차원을 넘어 정책 자체의 폐지 등 근본적인 틀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당정과 야당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척점의 하나는 감세다. 특히 야당이 공세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 부문은 정부의 당초 계획에서 크게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당초 세율을 구간별로 2% 포인트 인하할 예정이었지만 부자감세 논란에 최고구간(8800만원 초과)의 경우 인하방안을 2012년으로 연기한 상태. 법인세도 매출 2억 원(과표 기준) 초과 기업들에 대해선 2012년부터 세율을 2%포인트 내린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세율인하 방안에 대해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최고구간에 대한 소득세인상과 매출 2억 원 초과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인하방안이 정부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종합부동산세의 최종 폐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까지 과세특례를 적용해 완화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역시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당정은 일단 ▲ 원상 복귀 ▲ 완화기간 연장 ▲ 전면 개편의 세 가지 안을 놓고 고심하면서 일단‘개선’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야당은‘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담배와 술에 붙는 담뱃세와 주세를 더욱 올리려 했던 정부의 기존 방침 역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기호품이라는 이유로‘반(反) 서민 논란’이 재현되면서 야당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상급식 방안 등 복지 분야도 당정과 야당이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당정은 3월 무상급식과 관련해 매년 3000억 원 가량을 투입, 2012년까지 저소득층 가정의 모든 초, 중고 학생들에게 전원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민주당과 일부 진보 교육감 당선자는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당정은 전면 무상급식은 연간 1조~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대표적인‘포퓰리즘’정책이라며 반대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을 줄이면 예산확보가 가능하다며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서울, 경기의 경우 충돌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책상교체나 외국인 교사 지원 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의회와 교육감직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이나 진보교육세력들은 무상급식 쪽에 재원을 우선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태. 민주당은 무상급식 방안 외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바우처, 만 5세 무상교육, 최저 임금 대폭 인상 등 각종 복지 공약을 내걸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의 시행에 유보적인 당정과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및 소상공인 보호 대책 역시 시각차가 극명하다. 당정은 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대형 슈퍼마켓(SSM) 허가제 등을 전면에 내세워 소상공인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당정이 SSM 허가제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등에 업고 SSM 허가제를 강력히 추진할 경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당은 이밖에 2006년 말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 업종 제도를 부활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에 반대하는 정부와 관련 사안에 대해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했던 각종 개발사업도 충돌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오시장이 추진해온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돈만 잡아먹는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해왔으며 특히 한강주운 기반조성사업은 4대강 사업과 연계해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시장이 최대 치적 사업으로 내걸고 있는 시프트(장기전세주택)사업도 민주당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사업이 우선이라며 이견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궤도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송도경제자유구역 또한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경제자유구역 투자로 인한 부채가 7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당초 취지와는 어긋나게 아파트만 들어서고 있다"며 이미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공언한 상태. 이 때문에 송 당선자 취임 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인천시 차원의 재정투입계획은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서운 민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하자
▲ 6.2 지방선거의 지방권력 구도가‘여소야대’지형으로 재편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에 빠진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꾸준하고 계속된 대화, 또 대화, 그리고 인내심이 해법이다”고 말했다.
6·2지방선거 결과는 민심의 절묘한 선택이었다. 국민의 마음, 민심을 얕보다가는 큰코다치게 된다는 것을 6.2지방선거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민심은 무섭지만 현명했다. 누구의 독주도 허락하지 않는다. 특정 세력이 오만하면 매섭게 심판하고 한쪽으로 기울면 균형을 잡아준다. 또한 이제 민심은 누구도 조작할 수 없다. 국민은 북풍에도, 노풍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집권세력을 무섭도록 냉철하게 평가해 성적을 매긴다. 독주하던 여당을 견제하기위해 제1야당에 힘을 보탰으며 차기 대권경쟁도 적절한 균형을 잡아줬다. 6·2지방선거는 ‘낡은 상식’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여론조사 기법에 의지했던 기성 언론과 제도 정치권은 바닥민심을 읽어내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이 대통령 집권 2년의 종합성적표를 토대로 정치권, 제도권 언론에 민심의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기성언론과 정치권력이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 해도 결코 이끌려가지 않았다. 국민은 기성언론보다, 정치권보다 몇 걸음이나 앞서갔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기성세대는 젊은 표심의 변화를 놓쳤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21세기에서 기성세대들은 트위터를 통해 개념 없는 사람이 되기 싫어하고 일상생활을 누구에게라도 보이고 싶어‘인증’한 젊은이들을 투표법을 놓쳤다. 앞으로 정치권은 강력해진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민심을 얕보지 말라’그것이 6·2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정치권에 보낸 준엄한 경고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NP